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라리스의 바다 Jan 16. 2024

외계+인 2부

내용을 따라가긴 힘들지만 재미는 있다

나는 <외계+인> 1부를 재밌게 봤다. 영화를 보기 전, 고려시대로 타임슬립하는 내용인 데다가 도사와 신선, 외계인이 서로 싸우는 스토리라고 했을 때, 이게 뭔가 싶었는데 이 뒤죽박죽처럼 보이는 이야기가 실제로 영화 속에서 그럴싸하게 재현되었다. 참 재미있었습니다요. 하지만 영화는 아시다시피 흥행에 실패했다. 

김태리와 류준열 커플은 <리틀 포레스트>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그리고 <외계+인> 2부가 개봉했다. <외계+인> 1부나 2부나 같은 영화니까 장점과 단점도 비슷하다. 장점은 많은 매력적인 캐릭터가 나온다는 점. 외계인, 도사, 신선 그리고 권총잡이가 이물감 없이 한판 승부를 벌인다는 점. 특히, 2부에서는 각자의 사연이 더해지면서 떡밥을 잘 회수한다는 점이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각각의 캐릭터가 힘을 합쳐 외계인(설계자)과 맞서는 장면은 <어벤져스>의 엔딩에 버금가는 명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점도 많다. 아니 단 한 가지다. 그건 러닝 타임에 비해 스케일이 너무 컸다는 점이다. 1부와 2부, 도합 4시간에 이르는 러닝타임으로는 이 영화의 줄거리와 설정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더 시나리오를 잘 쓰고 연출을 잘했으면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감독의 시나리오 능력과 연출력은 가히 우리나라 최고 아닌가) 사실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도 아니고 고다르의 영화도 아닌데 <외계+인>의 줄거리를 이해 못 할 것까지는 없다. 하지만 천만 관객을 노리는 상업 영화치고는 이야기와 등장인물이 너무 많고 복잡하다. 그래서 관객인 나는 어느 순간부터는 스토리를 세세하게 꿰어 맞추기보다는 그냥 그때그때 즐겁기로 결심했다. 우왕좌왕이 즐겁고, 이하늬가 즐겁고, 신선들의 대사가 즐거웠다. 예를 들면, "이성계가 왕이 되었느냐?" 같은. 전체적인 내용은 아직도 잘 모르겠고.

영화가 성공했다면, 신선들이 주인공이 스핀 오프가 만들어져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외계+인>의 흥행실패(혹은 흥행저조)가 아쉽다. 충분히 한국형 <어벤져스>가 될 뻔했다. 아니 그럴 자격이 있었다. <전우치>와 같은 장르지만, <전우치>보다 스케일이 훨씬 더 크고 설정도 디테일했다. 각각의 캐릭터도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스토리가 너무 방대하다. 두 편으로 나눌 게 아니라, 넷플릭스 같은 곳에서 6편짜리 혹은 10편짜리 드라마로 만드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그게 아쉽다. 


혹자는 류준열이 <전우치>의 강동원만큼의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지 싶다. 류준열과 김태리 콤비는 참 예쁘고 좋았다. 


감독님이 이 글을 보신다면, 눈 딱 감고 넷플릭스에서 다시 드라마로 만들자고 꼬시고 싶다. 흑설과 청운이 나오는 스핀 오프 시리즈도 만들고, 썬더와 가드의 이야기를 따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민개인(이하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도 재밌을 것 같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매력적이고 숨겨진 서사도 있을 것 같아서 외전도 무궁무진하게 나올 것 같다니까요. 

작가의 이전글 비밀의 비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