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자포자기가 몸에 배어 있습니다.
“우리는 쓰레기인데요.”
“어차피 성공 못 하는데 왜 해요?”
그래서 저희가 20년간 고집해 온 첫 번째 교육은 음악과 운동입니다. 성공의 경험을 통해 아이들 내면의 작은 불씨를 살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다음 과정을 시작했습니다. 바로 ‘공부’입니다. 중졸, 고졸 검정고시는 세품아에 있으면 대부분 합격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더 멀리 보고 있습니다. 대학 진학은 물론, 배달이나 형들이 시키는 일이 아닌, 양질의 일을 스스로 찾아 나설 수 있도록 교육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대안학교인 ‘다움학교’를 설립했습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늘 한 발짝만 딛고 “제 능력은 여기까지입니다”라고 선언합니다. 그때 교사의 ‘잔소리’가 들어갑니다. 아이들은 하기 싫어 죽겠다는 표정으로도 교사의 잔소리를 듣고 마지못해 따라옵니다. 이 잔소리가 먹히는 이유는 단 하나, 교사를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이 신뢰를 쌓는 데 최소 6개월이 걸립니다.
다움학교는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도록 한 학기를 3개월이라는 짧은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음악과 운동, 생활 습관 및 청결 교육은 기본으로 하며 수준별 학습을 진행합니다. 모든 수업의 기본은 ‘읽고 쓰기’입니다. 텍스트를 읽고 자기 생각을 써야 하며, 일기와 편지를 통해 자신과 타인과 소통합니다. 저는 손으로 직접 글을 써야만 비로소 자신의 생각이 정리된다고 믿습니다. 학기마다 주어지는 큰 주제에 대해, 아이들은 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만의 결과물을 만들어 모든 교사 앞에서 발표해야 합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발표가 이틀밖에 남지 않았는데 글을 쓰지 못해 미쳐가는 아이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발표 날이 되면, 아이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자신의 결과물을 들고 단상에 서서 땀으로 온몸을 적실 것입니다.
다움학교 교육의 핵심은 ‘50명에게 50개의 커리큘럼을’입니다. 50개의 커리큘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속도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성공과 실패, 칭찬과 질책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결국 성장합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아이가 집으로 돌아간 뒤에 시작됩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나와 함께 하면 똑똑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실제로 아이들은 1~2년 정도의 시간을 거치며 난생 처음 ‘생각’의 힘을 기르고, 놀랍도록 긍정적인 변화를 보입니다. 이로인한 엄청난 자신감을 얻어 위풍당당하게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무너집니다.
아이는 바뀌었지만, 아이를 둘러싼 환경은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돌아간 아이는 첫 두어 달간 노력합니다. 학교에 가고, 나쁜 친구들을 피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칭찬해주지 않습니다. 그 모든 노력이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학교에 가는 것 자체가 엄청난 결심인 아이는, 알아듣지 못하는 수업과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친구들 사이에서 ‘자발적 왕따’가 되어야 합니다. 결국 아이는 바보 취급을 받지 않는 곳, 기존에 인정을 받았던 그 세계로 돌아가고 맙니다.
세품아가 대안학교인 '다움학교'를 만든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뒤에 어김없이 마주하는 이 ‘뫼비우스의 띠’를 끊어주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이 굴레의 이면에는, 아이들이 겪는 더 깊고 복잡한 내면의 모순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자신을 성장시켜 준 세품아를 좋아하는 마음과, 동시에 부끄러운 과거의 일부인 세품아를 지우고 싶은 마음이 치열하게 싸웁니다. 과거를 부정하고 싶지만, 자신을 믿어주는 유일한 어른들을 떠나고 싶지도 않은 것입니다.
결국 아이는 이 혼란스러운 마음을 기댈 곳 없는 세상으로 가져가, 과거의 자신으로 되돌아가는 손쉬운 길을 택하고 맙니다. 다움학교는 바로 이 지점에서 아이들의 손을 붙잡아주는 공간입니다. 뫼비우스의 띠를 끊어낼 실력을 길러주는 동시에, 새로운 자신을 긍정하면서도 과거의 지지 기반을 잃지 않도록 지켜주는, 이 아이들만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기지인 것입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여전히 깁니다. 당장의 결과는 보이지 않는, 지루하고 의심마저 드는 길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계속 희망을 보고 갑니다. 이 아이들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해서 이 일을 합니다. 상대의 득점을 막고 우리 팀의 공격을 이끄는 ‘4점짜리 리바운드’처럼, 우리 아이들이 사회의 플러스가 되도록 오늘도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