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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Jul 11. 2024

아무도 알 수 없는 일

늦은 저녁, 차가 안 막혀서 30분도 안 걸려서 도착했습니다. 96세 여인의 죽음입니다. 얼마나 예쁘게 웃으시는지 명랑하고 쾌활하셨는지 건강하셨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매일 집 앞 초등학교 운동장을 도는 저녁, 100세 넘어서까지 장수하실 거라고들 했지요. 치매가 시작되기 전까지는요.


요양병원에서의 6년. 사람들은 호상이라고 말합니다. 그리 사시느니 가시는 게 낫다고요. 당신도 그것을 원하셨을 거라고요. 저작을 잊어 초콜릿을 넣어드려도 가만히 물고만 계셨다지요. 그래도 식구들 거의 다 만나시고 잠을 자듯 편안히 눈을 감으셨다고요. 정말로 그럴지(원하셨을지 편안하셨을지)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장례식장에서 우는 사람은 두 종류, 고인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자신의 슬픔에 겨운 눈물이라고요. 자꾸 우는 사람을 봅니다. 따라 울 것 같아서 꾸역꾸역 밥을 밀어 넣습니다. 체할 것 같습니다. 체하고 맙니다. 우리는 모두 늙어가는, 이미 늙은 부모를 갖게 됩니다. 믿을 수 없지만 명백한 소멸의 기운들은 시커먼 안개처럼 스며듭니다.


시간이 없다는 생각, 그렇다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 것인가. 공연히 급해지네요. 방학이고 휴가철의 시작인가 봅니다. 전철이 텅 비었어요. 냉방이 세서 춥습니다. 들고 온 카디건을 입습니다. 죽음은 이렇게 차가운 것일까요. 냉감의 감각도 잃어버리는 것일까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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