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칼린이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는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알프스 산자락에서 그의 친구는 소들을 불러 모읍니다. "에에이이야아아아아~" 하면서요. 긴 호흡, 3분 48초 정도 되더군요. 낮고 길고 텅 비었으나 다정함이 묻어납니다. 가자, 이제 가자, 하는 소리라고요. 의미라는 말이 맞겠네요. 어떤 소는 오고 어떤 소는 오지 않습니다. 목에 달린 방울이 달강달강 울려 퍼집니다.
며칠 전 산책길에서도 그런 장면을 보았습니다. 한 노인이 봉지를 들고 천변을 느릿하게 걸어요. 낮고 느린 음성은 녹음된 듯이 일정하게 반복됩니다. 스피커도 없는데 뭐지 두리번거리는데 앞서가는 노인의 가락이더군요. 무슨 뜻인지 한참을 들었어요. "이리 와"였습니다. 이이리리리와아아아아아아 하는 식으로요. 그의 옆으로는 하천의 물살이, 물살 속으로는 민물고기들이, 그 뒤로는 천둥오리들이 줄지어 따르고 있었습니다. 이미 길든 듯이 무심한 식구 같았어요.
이리오라는 말, 그만 가자는 말. 날이 저물었다는 뜻이고, 밥 먹자는 뜻이네요. 소들은 저녁 이슬이 내리기 전에 보송한 집으로 갈까요. 물고기들은 새들은 긴 그림자를 달고 가는 노인의 손에서 하늘로 솟구치듯 떠오르다가 넓게 퍼져가는 둥글고 작은 먹이를 향해 부지런히 입을 벌리고요. 그들 뒤로 지는 해가 눈이 시릴 듯이 반짝였습니다.
엄한 곳을 헤매 다닐 때, 어지러이 흔들릴 때, 위태로이 가라앉을 때 누군가 나를 불러줍니다. 엄마의 아버지의 전화며 문자들이 갑작스레 당도하지요. 그 순간 눈을 뜨고 두리번거립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멈출 수 있게 해 줍니다. 혹여 다른 길이라면 다시 가야 할 곳으로 향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서로를 호명하며 돌아오게 하고 돌아가게 됩니다. 멀찌감치 달아나던 윈심력의 헛 마음이 고요한 구심점을 향해 나아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