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물점 문을 열자마자 드럼연주가 울려 퍼집니다. 모니터에서 또 눈앞에서 두 사람이 같은 비트로 드럼을 칩니다. 무아지경이네요. 입구를 여는 알림음이 있었는데 연주에 빠져 돌아보지도 않으시는데, 정말이지 환상적인 연주였어요!
이사 온 후 언제나 무슨 고장이 생기면 달려오는 곳, led등 교체, 베란다 방수작업, 선풍기 고장, 드라이기 고장 등등 크고 작은 문제를 시원하게 고쳐주시지요. 작은 가게 안에 빼곡히 들어찬 물건들은 사장님의 가능성의 무한한 경계를 증명해 준달까요. 몇 번이고 소리쳐 사장님을 부르고서야 수도배관 교체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드럼을 사랑하게 되면 들려오는 음악마다 감응하게 될 겁니다. 누구의 어떤 노래인가는 무관하게 손과 발이 가상의 드럼을 연주하겠지요. 옥상에서 줄을 내려 방수액을 칠하는 중에도 설핏 드럼의 비트를 따라 붓질을 하시려나요. 위험하니 꾹 참으실까요. 빗소리, 누군가 캔을 버리며 굴러가는 소리마저 드럼비트처럼 느껴지지 않을까요. 드럼 따위 아예 잊고 먹고사는 일에 고단하다가도 일과가 끝날 즈음이면 슬며시 드럼채를 향해 굳은살이 박인 손을 내미실까요.
무언가를 아주 좋아한다는 것, 그것은 삶의 지평을 몇 배나 늘려주는 것 같습니다. 더 깊고 넓게 살 수 있도록 숨통을 틔어주는 것 같습니다. 그림도 좋고, 수예도 좋고, 노래도 좋고, 글쓰기도 좋고 무엇이든 먹고사는 일과 조금 다른 애착취미가 있다는 건 멋진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