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님의 책들은 이제 영원까지 "반드시 잘 안전하게" 가겠지요.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도 끝없는 위로를 주겠지요. 글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거대한가요. 큰 상을 받아야만 좋은 글은 아니지만, 좋은 글은 반드시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다면 백 년, 천년 후에도 누군가의 머리맡에 서재에 도서관에 환하게 꽂혀 있겠지요. 지금의 그 빛 그대로요.
'헤라쿨라네움’은 기원 후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폼페이와 함께 사라져 버린 곳입니다. 고대 로마 재력가들의 별장으로 가득한데요. 그곳에 "종이의 별장"이 있습니다. 별장 도서관이요. 햇살, 바람, 파도소리, 과일냄새, 대리석 정원을 지나면 책 냄새가 나겠지요. 상상만 해도 쿵쿵 설렙니다. 그곳의 노예라면 책을 옮기고 정열하고 책등의 먼지를 털며 그 내용을 상상하며 덜 힘들었을까요. 그렇게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마음이 옹졸하지 않았겠지요. 그랬기를 바랍니다.
종이의 별장에는 1800권이 넘는 종이책들이 있는데요. 당시엔 손으로 글을 써야만 책을 복제할 수 있었으니까요. 아름다운 손글씨와 호화로운 장정으로 빼곡했겠어요. 책이라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희극과 비극 2편 중 비극만 남아 있답니다. 최근 비침해식 최첨단 영상기기로 촬영하고 얻어낸 데이터를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한 결과 첫 단어들이 보이기 시작했는데요. 플라톤의 무덤 위치가 확인되기도 했고요. 소포클레스, 아이스킬로스, 아리스토파네스, 에우리피데스 작품도 있답니다. 기술이 더 발달되면 더 많은 책들을 알아내고 찾아낼 수 있겠지요.
책의 영원에 대해 생각하는 아침입니다. 한강 작가님의 시 한 편을 다시 읽어 봅니다.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한 강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