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m Oct 30. 2022

영화 <Eyes Wide Shut>

알프레드 히치콕과 더불어 현대 스릴러 영화의 대가라고 불리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유작이라고 불리는 이 작품은 문명화된 사회에서 터부시 하는 인간 본연의 원초적 자아를 음모(Conspiracy)라는 오두막에서 아주 은밀하면서 대담하게 표출하는 역설적인 이미지를 묘출하면서 프로이트적인 인간 본성을 가감 없이 고발합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모든 영화를 줌인과 줌아웃, 혹은 트래킹 샷이나 시점 샷을 통해서 항상 일어날 듯하면서 일어나지 않는 절대적인 서스펜스 형성의 절차에 변주를 가하는 심리적 긴장감을 촉발하여 극적인 효과를 발산하는 리듬의 귀재로 잘 알려졌습니다. 그의 대표작인 <샤이닝>, <시계태엽 오렌지>, <풀 메탈 재킷>이라는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서도 영화적 기교를 최대한 배제하고 비가시적인 제3인칭의 투명인간 시점 샷을 말미암아 주인공의 일거수일투족을 중심이 되는 피사체의 앞, 뒤쪽에서 따라가는 식의 트래킹 샷과 관음적인 시선을 연상케 하는 샷을 연출하여 마치 그에게 무슨 사건이 갑작스럽게 발생할 것 같은 불안감으로 탁월하게 유도합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는 그가 겪는 신비로우면서 위험한 낯선 곳에 대한 호기심과 경외감, 동시에 위협감을 전달하기 위해 30mm-50mm 사이 정도 되는 와이드 앵글을 기반으로 조리계 계수를 낮게 한 상태에서 오직 피사체를 극단적으로 조명하는 BOKEH기법 대신 전경을 딥 포커스로 보여주어 그 공간을 체험하는 식으로 시퀀스를 진행시킵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어떤 말도 하지 않고 그곳에서 펼쳐지는 충격적인 장면들을 하염없이 지켜만 보는 모습을 마치 관객들 역시 똑같이 하는 것 같이 거울처럼 묘사를 하여 끝까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연출로 몰입감을 향상합니다.


샤이닝

샤이닝에서는 불안감을 조성하는 비가시적인 존재를 목도할 때, 오컬트 장르에서 선보이는 카메라 구도를 설정합니다. 이 장르에서는 최대한 불가지에 대해 확실성을 가지지 못하는 인간 본연의 공포감에 대한 속성에 따라서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으며 동시에 그 어디에도 없는 범우주적 존재의 시점에서 줌 인/아웃을 통해서 관음적인 시선을 유지한 채 인물들을 바라보듯, 서로 마주 보면서 미쳐가는 듯이 표정이 섬뜩하게 변화해가는 일련의 과정을 묘출하고, 아주 유명한 대니가 네발 자전거를 타고 오버룩 호텔의 복도를 종횡하는 장면을 와이드 샷의 구도로 정중앙의 프레임에 눈높이를 맞춘 후 롱 테이크 기반의 백트래킹으로 계속해서 따라감으로써 과연 그의 앞에는 어떤 존재가 나타날지, 어떤 현상이 발생할지에 대해서 아무 사전 정보를 가지지 않은 채 그저 감독이 설정한 경로대로 따라가며 일종의 놀이기구를 타듯 자연스럽게 그 흐름에 이입할 수 있도록. 이에 더불어 배경음 역시 현악기를 굉장히 세게 긁듯이 연주하는 불쾌감을 유발하는 선율을 재생함으로써 시청각적 감각을 통해 연계되는 소름이 끼치는 장면들을 만들어냅니다.



시계태엽 오렌지

 시계태엽 오렌지 역시 인간 심연의 본성적 자아인 성적 욕구에 대해서 다루는 디스토피아 배경의 영화인데, 여기서도 주인공이 인상을 찌푸린 채 안면이 클로즈업된 주인공의 얼굴에서 점점 줌 아웃을 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직관에 기반하여 시각적인 불쾌감을 자아내고, 그의 주변을 이루는 미장센에서 보이듯이 온갖 터부시 되는 성적 욕망을 노골적으로 표상화하는 동상들이 양 옆에 균형적으로 존재하여 180도 법칙과 황금비율을 의미하는 3등분의 법칙을 제공하여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고 불온한 방식으로, 상당히 미성숙한 방식으로 그대로 성적 욕망이나 폭력적 성향을 표출하는 인물들과 그에 모순되는 아주 정교하고 계산적인 기하학적 배경 설계로 본능과 이성의 대결에서 이성이 패배한 세계를 적확하게 묘사합니다. 이처럼 카메라 구도와 더불어서 배경을 통해서 신비로움과 원초성을 강조하는 회피하고 싶은 '추'의 미학을 융합시켜 부조화 속 조화를 이끌어내어 독특한 이야기를 만드는 데 있어서 탁월한 감독입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가 알던 세계에서 특정 상태로 변화하게 된 구체적인 이유를 관객에게 제시하는 것보다는 애초에 감독이 구현하기를 원하는 세계를 먼저 만들어 놓고 이를 덧붙이는 식으로 해명을 하며 모든 존재는 인간이 듣지 않았던 내면에서부터 우리가 인지하는 세계가 시작된다는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실존주의적인 성격을 띠는 철학으로 새로운 세계로 인도합니다.


풀 메탈 자켓

이 역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선호하는 롱 테이크 기반의 트래킹 샷으로 감독이 창조하기도 하며, 어떨 때는 전승되었던 과거의 순간을 말하고자 하는 추상적인 메시지를 표상화하는 피사체와 인물들을 매개로 '유사성'을 띄는 세계를 재 구현한 구체적인 묘사로 관객을 세계로 유도하고, 그곳에서 억압과 표출의 어긋난 상관관계로 응축된 억압의 에너지가 모든 것을 압도하는 지옥도와 같은 세계관을 구축하여 관객들에게 사실주의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면이 공존하는 현실과 유사한 가상 세계를 구성합니다.

이처럼 아이즈 와이드 셧 역시 우리의 일상에 그 누구도 모르게 침잠해 있는 집단의 은밀한 곳에서의 파티를 본성적 자아를 향한 폭압으로 인한 일그러진 욕망을 분출하는 이면의 순환 관계를 주인공에게 근접한 클로즈업, 와이드 샷을 기반으로 한 화면 연출에 감정 변화를 필두로 정밀하고 치밀하게 관객들을 유도하고 묘출합니다. 초반에 하포드 윌리엄 박사는 티 난곳 없이 아름다운 아내와 함께 사는 평범한 의사 집안으로서 묘사가 되는데 여기서 큐브릭 감독만의 세계관 구축이 시작됩니다.


주인공은 평범한 시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장소에 공존하고 있는데, 그의 비언어적 제스처는 서민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고급지고, 여유로움이 넘쳐흐르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이를 통해 평범함 속에 침투해 있는 은밀함과 사회적 지위와 같은 외재적 요소를 보호하기 위해 본인의 욕망을 짓누르고 억지로 사회적으로 합의된, 문명화된 행동양식을 선택하여 지낸다는 것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이 설정은 윌리엄 박사가 상담을 하기로 한 여인의 집에 찾아가 단둘이 대면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그녀는 박사에게 엄청난 성적 끌림을 느끼게 되고 그에게 무단으로 키스를 하면서 일그러진 욕망을 인내하지 못하고 그대로 분출합니다. 하지만, 그는 아내를 생각하여 이를 거부합니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지나고 아내가 본인의 내면에 잠재한 욕망에 대해서 설파하자, 윌리엄 박사는 아내의 혼인 전 외도를 상상하면서 배신감을 느끼고, 본인에게 숨겨져 있는 성적인 욕구를 분출하기 위해 은밀하게 여러 사람을 찾아갑니다.


이 과정을 샤이닝에서 보여주었던 롱 테이크와 와이드 샷으로 주인공을 염탐하는 듯한 관음적 시점 샷으로 구도를 형성하여 마치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미행하는 듯한 느낌을 제공하는 연출기법을 사용합니다. 그럼으로써 극적인 순간이 터져 나오지 않은 구간에서도 심리적인 긴장감을 늦출 수 없어 끝까지 어떤 상황이 발생하는지 지켜볼 수 있도록 합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길거리에 서 있는 여인을 관객의 눈높이에 잡아주는 아이 트레이싱(eye-tracing) 기법으로 플랑 세캉스의 향연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여인이 소개해 준 의문의 카페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곳에 들어선 그를 왼쪽에서 비추는 트래킹 샷으로 비추어 전경을 비추어주고 와이드 앵글로 전반적인 구조를 익히는 주인공의 시선을 관객이 그대로 따라가게 합니다. 그리고 어떤 남성에게 어느 장소의 주소와 비밀번호를 받게 되고, 그는 다음 날 그곳을 찾아갑니다. 이 부분은 자연스럽게 서사가 진행되듯 정적인 컷 편집으로 폭풍전야의 상황인 것처럼 톤 앤 매너의 차원에서 흐름을 가져갑니다. 그가 간 곳은 어느 저택인데, 그곳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롱테이크로 이어지는 장소를 소개 함고 동시에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을 한 번에 목도할 수 있는 시퀀스가 등장합니다. 비밀번호를 말하는 순간부터 카메라는 윌리엄 박사의 마치 샤이닝이 생각나게 하는 화면 구도로 뒤를 트래킹 하여 그곳에서 벌어지는 집단 난교파티를 마주합니다. 이때 사람들은 전부 화려한 장식으로 되어 있는 가면을 쓴 채 파티를 즐기는데, 여기서 피아노의 장조가 베이스가 된 선율이 흘러나오는데, 그 구조는 규칙적인 선율만이 흘러나오다가도 일시적인 변주를 가하여 끝날 듯하면서 끝나지 않는 느낌을 제공하여 불안감을 지속적으로 쌓아 올리도록 유도합니다.

하지만 어떤 가면을 쓴 여인이 윌리엄 박사에게 경고를 날립니다. 여기를 당장 벗어나라고. 하지만 숨겨진 욕망을 분출하고 싶었던 윌리엄 박사는 이런 경고를 무시한 채 당장 눈앞에 놓인 쾌락의 일련을 목격하고 싶은 욕망이 큰 상태이기에, 그녀의 말을 무시합니다. 그리고 이윽고 눈을 가린 맹인을 연상케 하는 피아노 연주자와 가면을 덮은 상태에서 성스러운 오르골 음악이 나오면서 마치 마녀사냥과 같은 의식을 치르는 것 같이 모순적인 요소들의 조합으로 균형적이고 차분한 선율을 지닌 대칭성의 이미지와의 조합으로 부조화 속의 조화를 이루며 윌리엄 박사를 부릅니다. 그곳에서 왕의 자리에 오른 것 같은 남자가 그에게 가면을 벗고 본모습을 드러내라는 말을 하며 위협감을 조성합니다. 그런 그의 모습을 긴 호흡을 통해 미디엄 클로즈 업으로 프레이밍 한 후 윌리엄 박사의 시점 샷, 가면을 쓴 무리들 뒤에 숨은 모습에서의 관음적 시점 샷과 정면 샷을 포함해서 박사에게 다가왔던 의문의 여성이 위 층에서 그 상황을 마치 전지적 시점에서 바라보는 로우 앵글과 부감 샷으로 비추는 인서트 샷을 연속적으로 배치하여 대치의 상황을 긴장감 있게 그려냅니다.


그녀의 기지로 윌리엄 박사는 위기를 모면하고 여성은 어디론가 끌려갑니다. 그곳을 나온 후 그녀의 행방을 포함하여 아내의 외도의 경험 등 온갖 편집증적 불안감을 표출하며 하루하루를 불온하게 살아갑니다. 이때부터 그 별장파티 무리에 속해 있었던 인원들이 그의 뒤를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그가 행방을 폭로하며 다니는지에 대해서 유심히 살펴봅니다. 여기서는 카메라를 주인공의 근접 샷을 위주로 포착하고, 저 멀리서 블로킹을 통해 모든 동선이 계산된 상태로 딥 포커스로 미행 장면을 그들의 움직임을 보며 카메라가 동시에 움직이며 그 전경을 전부 잡아냅니다.

불안감을 이기지 못한 윌리엄 박사는 아내에게 본인이 봤던 모든 것을 폭로하고, 그들은 크리스마스날 가게에 들러 아내의 성적인 욕망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원초적 자아는 사회적인 합의와 개개인의 안위를 위해서 숨기고 다른 가면을 쓴 채로 일상에 묻혀가는 것일 뿐, 실질적인 본모습은 우리가 끌리는 그대로 따라가면 된다는 근원적인 성악설과 일맥상통한 메시지를 내포한 상태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이로써, 오랫동안 회자되어 왔던 성선설, 성악설, 그리고 성무 선악설에 대한 논쟁에 대해서 심도 있는 주제를 던집니다.


- 과연 종족번식을 위한 기초적인 본능으로서의 성욕은 금기시되어야 하는가?

- 이는 왜 사회적으로 터부시 될까?

- 과연 개개인의 안위라는 것은 누가 목숨을 달리 하던 상관없이 오로지 본인만 생존하면 되는 것인가?

- 그 성적 욕구를 해결해서 얻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 본능이라는 선험적이고 불가역적인 영역의 원인이 아닌 궁극적으로 우리가 성욕을 추구하고자 하는 이유가 있는가?


인간은 환경의 영향을 민감하게 받는 존재이며, 그런 환경을 조성하는 것 역시 인간의 의지대로 변화 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에 경험과 선험적인 지식을 충분히 쌓아 다양한 관점 (환원적이고 분석적인 성격을 띠는 남성성과 상호관계로 하여금 통합성과 직관성을 띄는 여성성이 한 데 혼합된 상태)을 말미암아 스스로가 지혜를 쌓도록 정진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 역시 상기시킵니다.





여기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일루미나티라는 비밀조직의 음모론에 대해서 파헤치고 이를 주제로 영화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 촬영이 끝나고 후반 작업까지 마친 후 개봉 하루 전에 세상을 뜨는 바람에 영화의 최종본은 공개되지 않고 추가적으로 편집된 극장판만이 개봉된 상태인데, 실제로 큐브릭 감독이 완성했던 원본의 결과물이 많이 궁금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