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거짓말(假)’의 의미
삶은 의미다 - 73
‘거짓말’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꾸며서 말하는 것’으로 상대에게 사실이 아닌 것을 믿도록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거짓말에도 여러 가지 색깔이 있다. 살다 보면 상대방의 처지를 생각해서 선의로 하는 하얀 거짓말, 천진한 아이들이 하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고 웃음 짓게 하는 노란 거짓말, 허세에서 나오는 속이 보일 듯 말 듯 한 파란 거짓말, 가장 나쁜 것이 상대방에 해를 끼치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또 다른 거짓말의 분류는 세 가지가 있다. 좋은 거짓말, 나쁜 거짓말, 그리고 통계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좋은 거짓말을 하얀 거짓말이라고 하는데, 상대가 진실을 알아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해가 될 것을 염려하여 거짓말을 함으로써 편안하게 할 목적이 있는 것이다. 남에게 악의적으로 해를 끼치게 되는 나쁜 거짓말을 검은 거짓말이라고 하고, 부당한 이익을 취할 목적이거나 잘못된 점을 숨기기 위한 거짓말이다. 마지막으로 통계는 수학을 가장한 거짓말이다. 통계는 정확하기가 엄청나게 어렵고, 얼마든지 그 실제 정보와 상관없이 조작되기 쉽다.
통계가 거짓말이라는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일제시대 때 전쟁에 아주까리(한약명 : 피마자) 기름을 사용하기 위해 아주까리 재배를 장려하고, 경상도 지방의 아주까리 재배 면적을 조사했더니, 그 재배 면적이 경상도보다 더 넓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각 지방에서 경쟁적으로 더 많이 재배하고 있다고 과장 보고한 탓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새빨간 거짓말’이란 말이 있다. 붉은색은 불을 나타내는 말로 자주 쓰인다. 즉, ‘훤하게 보인다.’라는 뜻이다. 또한 ‘붉다(赤)’는 ‘벌거벗다’를 뜻하기도 한다. 적수(赤手)는 맨손, 적자(赤子)는 벌거벗은 아이를 나타낸다. 여기에 색채의 강조하는 접두사 ‘새_’를 붙였으니 ‘새빨간 거짓말’은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터무니없는 거짓말’, ‘사실이라고는 전혀 없는 순전한 거짓말’이라는 뜻한다. 입만 열면 새빨간 거짓말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하는 수많은 인간 군상을 보노라면 진정 거짓말 세상 속에서 살고 있음을 실감하고, 거짓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살아남기 쉽지 않다. 특히 많은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공인의 새빨간 거짓말에 대한 대가는 혹독하게 치르게 해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좋은 거짓말이든 나쁜 거짓말이든 나중에 진실이 밝혀지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실망과 배신감을 가져오고, 특히 나쁜 거짓말은 결국 인간관계까지 파멸시키고 법적 책임까지 질 수 있는 강력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거짓말은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기 마련이다. 거짓말을 한마디 내뱉는 즉시 그 거짓을 반드시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앞선 거짓과 앞뒤가 맞도록 말을 할 수 있고, 거듭될수록 더 큰 거짓이 재생산된다. 이 모든 거짓을 유지하려면 초인적인 기억력이 필요한데, 그만큼 기억력이 좋은 사람은 없다는 말이다.
사람이 거짓말을 할 때 코 주변의 온도가 올라간다고 하는데 이를 ‘피노키오 효과’라고 부르고, 이것은 신체 특정 부위의 체온 조절 기능을 담당하는 뇌가 거짓말을 하면 오작동을 일으켜 온도가 올라가는 것이라 한다. 아마 거짓말을 하려 하면 땀나고 더운 이유가 아닌지. 그래서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을 피노키오에 비유하고, 그릴 때도 코가 긴 피노키오로 그린다. 거짓말을 할 때 심리적 변화를 탐지하여 거짓말을 판별하는 거짓말탐지기도 있다.
사람은 왜 거짓말을 하는 것인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심리는 ‘진실기본값 이론(Truth-Default theory)’에 있다. 사람은 타인을 믿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인간은 기본적으로 타인을 믿고 서로 도우며 사회를 이루어 가도록 진화해왔다. 이렇게 ‘진실’을 기본값으로 두고 사람 또는 상황을 판단한다는 것이다. 거짓말을 하는 심리적 세 가지 유형으로는 첫째, 타인의 평가에 민감한 사람이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구가 커, 자신을 과대 포장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하는 완벽주의자형. 둘째, 반대하는 사람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갈등에 직면하기보다는 갈등을 회피하는 방법을 택해 평화를 유지하려는 평화주의자형. 셋째, 상대를 완벽하게 속이고 절대 들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서 하는 근자감형이 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익, 손해에 너무나 밀접한 연관이 있기에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보태어 말한다. 또한 회사든, 기업이든, 정치가든, 국가든, 시대를 막론하고, 인류 보편적인 양심에 상관없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전문가에 의하면 사람은 8분마다 한 번씩 거짓말을 하며, 하루 최소 200번 정도는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우리는 의례적인 인사라든지, 표정, 태도와 같이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한 거짓말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거짓말까지 정말 많은 거짓말을 하면서 사는 것이다.
요즘 대중을 속이는 ‘가짜 뉴스’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위해 사실이 아닌 정보를 마치 사실처럼 가장해 기사 형식으로 작성하여 배포한 것을 말한다. 미디어와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가짜 뉴스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선거에서 상대편의 확인되지 않은 흑색선전으로 공격하면 파급력이 크고, 많은 사람을 단번에 속이고 실제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문제가 된다.
그러나 거짓말은 대부분 들통나게 되어있다. 이때 합리화할 수 있는 상황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가장 많이 쓰는 말이 ‘너를 위해서’라는 변명이다. ‘너를 위해서’란 포장지로 상대에 대한 분노와 화를 덮어보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너를 위해서’란 포장지조차 달콤한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기에, 알면서 속아 넘어가 주는 것이 아닌가. 관계를 청산하지 않기 위한 중요한 사람이라면.
타인의 말속에 숨겨진 진실한 마음을 알아채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고 하지 않던가. 우린 다양한 이유로 진심을 가리고, 겸연쩍은 미소로 어스름하게, 보일락 말락 숨겨놓는다. 음험하다거나 흉계 같은 검은 거짓말일 수도 있고, 상대를 배려한다는 핑계의 하얀 거짓말일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눈치라던가 공감 능력 같은 상대방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해독 장치를 작동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의 속마음을 알아차리기란 불가능하다.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상대의 마음을 억지로 알려 하지 않고, 상대 또한 말하지 않더라도 두루뭉술 알아채 주기를 바라는 마음일 테니, ‘알면서 속는다.’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내가 좀 더 센스 있고 똑똑해지는 쪽이 낫지 않을까.
거짓말 없는 세상 속에서 살고 싶은가? 거짓말 없는 세상은 절대 존재하지도 않겠지만, 절대로 행복하지 않은 세상일 것이라 단언한다. 사실만 말하면 얼마나 혼란스럽고 기분 나쁘고 세상이 온통 싸움판이 되지 않겠는가. 너무 복잡해서 사람 사는 세상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좋든 싫든 간에 거짓이나 허위는 비정상적으로 보이지만 불필요한 것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거짓은 인간의 진화에 필수적인 요소다.’라고 언론인 제레미 캠벨이 말을 했다. 역설적으로 포장된 언어와 거짓말이 세상의 색채를 풍부하게 만들어 아름답고 조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은 아닐는지. ‘거짓말’이 세상의 평화를 유지하는 최우선 전제조건으로 남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도 가능한 거짓말 하지 많고 진실한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진실은 당장은 훨씬 고통스러울 수 있어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삶에 이바지하지만, 거짓은 장기적으로 삶을 황폐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짓말 없는 세상을 꿈꾸기보다, 거짓말로 인하여 평온한 세상이 펼쳐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