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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석연 Apr 02. 2024

151. ‘꼰대(나이 듦)’의 의미

삶은 의미다 - 151

꼰대라는 말은 늙은이기성세대선생아버지’ 등을 뜻하는 은어이자 별칭으로 의미가 확장하여 연령과 상관없이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을 갖고 갑질을 일삼는 사람을 비하하는 별칭으로 사용된다.

꼰대의 어원은 명확하지는 않지만,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첫째, 나이 든 사람은 주름이 많다는 뜻에서 ‘번데기’의 사투리인 ‘꼰데기/꼰디기’에서 왔다는 설, 둘째, 나이 든 세대의 전유물인 담배 ‘곰방대’에서 왔다는 설, 셋째, 뽐내어 우쭐거리며 하는 고갯짓을 뜻하는 ‘곤댓짓(곤대짓)’에서 왔다는 설, 넷째, 일제강점기 때 백작을 지칭하며 사용된 ‘comte’에서 유래했다는 설 등이 있다. ‘꼰대’가 나이 든 사람의 은어로 사용된 것은 1960년대부터 신문이나 소설 등에 등장하기 시작했고, 허영만의 ‘타짜(만화)’에도 ‘암꼰대’, ‘숫꼰대’, ‘그랜드 꼰대’라는 말까지 등장한다.

‘꼰대’는 90년대 이전까지 ‘영감탱이’, ‘늙다리’ 등과 함께 젊은 세대가 아버지, 선생님 등의 기성세대를 불량스럽게 부르는 은어로 많이 쓰이다가 한동안 사용이 뜸했다. 그러다 권위주의와 잔소리에 대한 반발이 심해지고 세대 갈등이 강하게 시작된 2010년대 중반부터 이 단어의 사용 빈도가 늘어나고 지금은 다양한 부정적 의미로 확장되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사회갈등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꼰대는 뇌의 노화와 관련 있다. 생물학적 나이도 뇌의 노화에 직간접 영향이 있으니 늙음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뇌의 노화에 따른 경직된 생각유연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고지식함이 꼰대의 전형적인 행동 패턴이다내 생각과 다른 생각에 관심이 없고자신만의 생각에 갇히고자기만 옳다고 믿게 되고다른 사람에게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등의 수렁에 빠진다이렇게 자기 세계에 빠져 살게 되면다른 이들의 세계가 틀린 것처럼 보이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가는 고립 상태가 된다. 꼰대 행동에 젖은 노년이 외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옛날에는 나이가 들면 순발력 대신에 통찰력이나 상황판단의 지혜가 늘어난다고 해서 나이 든 사람에게 자문하곤 했는데, 요즘은 오히려 그 반대인 것 같다. 머리가 굳고, 판단력은 무디어지고, 노인의 편견과 고집으로 지혜는커녕 점차 고집불통의 꼰대가 되어가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스마트폰부터 배워야 배달앱을 깔아 사용할 수 있고, 키오스크를 배워야 식당에 가면 밥을 먹을 수 있는 시대다.

결국 꼰대의 정의는 이런 사람들이 아닐까? 자기 경험과 깨달음의 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고 타인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지 않는 사람옳고 그름사실과 거짓득과 실에 대한 확신으로 다른 경우의 수는 무시하는 사람훌륭한 가르침을 아낌없이 베푸는 자신의 성정을 몰라보거나 배우려 하지 않는 이들을 무식하고 무례하다고 여기는 사람. ‘라떼는 말이야~!’를 자주 쓰고 없고 힘들던 시절을 자랑으로 얘기하는 사람결국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무시당하며무식하고 무례하다는 평가를 받아 한없이 외로워지는 사람 등. 이렇게 안 할 자신이 있는가.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길이 참으로 어렵다. 

최근 국내에서도 MZ세대들은 취업 후 3년 이내에 반 이상이 ‘조용한 사직’을 하고 있다. 그 어렵게 들어온 회사를 떠나는 이유는 대부분 경제적 이유가 아닌 기성세대와 문화적 충돌 때문이다. 그들은 일이 싫은 게 아니다. 비상식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상사가 싫으니, 직장이 싫어지는 거다. 특히 꼰대형 상사와 세대 갈등, 직장 내 경직된 문화, 소통의 장벽 등이 마음의 절벽을 느끼고 과감하게 직장이란 감옥에서 탈출한다.

하지만 젊은이들도 웬만하면 ‘저 사람은 정말 말이 통하지 않는구나. 안타까운 사람이네.’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넘어가는 것이 지혜다. 사회생활에서 꼰대는 나이가 많거나 직급이 높은 것 하나 내세워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극심한 열등감을 숨기며 갑질 부리는 것인데, 일일이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고 그냥 눈 한번 질끈 감고 적당히 고개 숙여주는 척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무시하라는 얘기다. 반면교사 삼아 나중에 자신이 그 위치에 갔을 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사회는 조금씩 바뀌어 가는 것이다.

‘젊은 꼰대(젊꼰)’는 ‘꼰대’의 ‘나이 듦’이라는 상식을 깨고 아직 젊은 나이임에도 자신의 낡고 고리타분한 상하 위계질서 및 권력관계에 입각한 경직된 가치관을 남에게 강요하는 젊은이들을 말한다. 20대는 10대의 꼰대이고, 30대는 20대의 꼰대다. 한마디로 나이와 지위에 의한 갑질이라 할 수 있다. 상사를 욕하면서 본인은 더 꼰대질하는 사람, 기수 차이가 1, 2년밖에 안 되는데 더 잔소리하는 선배, 후배 군기 잡는 선배 중고등학생 등 꼰대에 나이도 성별도 없다. 당연히 젊은 꼰대가 더하네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사람이 나이를 먹을수록 칭찬과 긍정이 늘어 가면 어른이 되고비난과 부정이 늘어 가면 꼰대가 된다고 했다. 나이만 먹었다고 아무나 어른이 된다는 말이 아니다. 어른다운 어른이 되기가 쉽지 않다. 또한 꼰대와 멘토의 공통점은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충고를 한다. 그러나 차이점은 멘토는 도움을 청할 때 충고하고꼰대는 아무 때나 충고한다는 것이다기다려 주느냐기다려 주지 않느냐의 차이이다.

사람이 살면서 ‘옛날에(라떼)는 말이야~!’를 남발하면서 지난날의 서열문화를 벗어나지 못하고 향수에만 붙잡혀 살 수 없다. 미래를 내다보고 살지 못할지언정 현재에 발붙이고 사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 누구나 어제보다 꼰대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괜한 고집으로 줏대를 세우다 꼰대로 취급받아 젊은이나 후배들에게 그렇게 과거에 갇혀 살다가 죽으세요.’란 비웃음과 비난을 받지 말고,      


그럴 수 있다.’ ‘다를 수 있다.’ ‘모를 수 있다.’ 이 세 문장만 잘 새겨서 외롭지 않게 어울려 살아가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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