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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석연 Aug 03. 2024

168. ‘시간(時間)’의 의미(1. 시간의 상대성)

삶은 의미다 - 168

시간(時間)’은 시각과 시각 사이의 간격 또는 그 단위를 일컫는 말이다. 길이, 질량과 같이 다른 물리량을 정하는 기본 단위이며, 물리적 시간을 정하기 위해 현재는 원자시계나 스트로보스코프 등을 이용한다. 이 시계를 이용하여 협정 세계시(UTC)가 국제 표준으로 운영되고 있다. 빅뱅 우주론에 따르면 현재 우주에서 흐른 시간은 약 138억 년이다.

우리말에서 시간이란 단어는 시간의 개념 그 자체(time)와 시간의 단위 중 하나(hour)를 함께 사용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의외로 혼동은 일어나지 않는다. 시간이란 말과 자주 혼동이 되는 시각(時刻)이란 말은 흐르는 시간의 한 순간으로 시간 중 어느 한 시점을 가리킨다. 지금은 몇 시인데?’라고 물어볼 때는 시간이 아니라 시각이다. 시간은 시각과 시각 사이의 기간(1초, 1분, 1시간 등)으로 양의 개념이다. 이렇게 시간과 시각의 혼돈은 빈번하다. 일상적으로 세월(歲月)’이란 말을 자주 쓰는데 본래는 한자 뜻대로 시간 단위인 1년(세-歲)과 1달(월-月)을 의미했으나, 뜻이 바뀌어 시간의 흐름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합의된 협정시는 1초를 기본으로 60배는 1분, 3600배는 1시간으로 정의한다. 처음에는 1초를 1일의 86,400분의 1로 정의했지만, 지금은 섭동이 없는 바닥 상태의 세슘-133 원자가 바닥 상태 두 초미세 에너지 준위 간의 주파수 차이인 9,192,631,770Hz(헤르츠)의 역수를 1초로 정의하는데, 머리가 아플 정도로 복잡하다. 이는 전통적인 1초에 가장 가까운 불변의 시간 단위를 찾다 보니 그리된 것이다. 반면 일(하루), 년은 단순히 그것을 구성하는 시간의 배수가 아니라 지구의 자전 주기는 일공전 주기는 년으로 천문학적인 주기를 뜻한다. 따라서 정밀한 시계로 측정하는 초, 분, 시간의 길이는 일정한 데 비해, 하루와 1년의 길이는 지구라는 천체의 움직임에 좌우되기에 일정하지 않다. 이렇게 지구에선 자전 속도의 감속이나 자전과 공전의 시간 차 때문에 그 주기가 보정을 받아 변하는데, 보정하는 작업이 하루 중에 1초를 더 추가하는 윤초(12월 31일 11시 59분 59초에 1초를 더해 다음 날 새벽 0시 00분 00초가 2초간 이어짐)와 1년 중에 하루를 더 추가하는 윤년(평상적으로 4년마다 2월 28일 대신 2월 29일까지 이어짐)이 있다.

인간에게 시간이란 개념은 하루는 낮과 밤으로, 한 해는 계절의 변화 흐름이 있었던 것부터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하루의 흐름은 해시계, 계절의 흐름은 스톤헨지, 시간은 모래시계 등을 이용해 측정하고, 그 후 태엽, 진자 등을 이용해 보다 정밀한 초 단위 시간까지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시간은 절대적인 물리량이라는 것이 정설이었으나, 상대성 이론을 통해 시간은 전혀 절대적이지 않으며 관찰자에 따라 변화하는 상대적인 물리량으로 바뀌었다.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에 타게 되면 그렇지 않은 사람과 초당 3.86×10-14초 정도의 시간 지연이 생긴다. 너무나 짧은 시간이라 큰 의미가 부여되지 않을 뿐이지만, 분명히 다르다. 다시 말해 빠른 속도로 운동하는 물체에게는 시간이 점점 느리게 흘러가며, 운동 속도가 광속에 근접할수록 시간이 흐르는 속도는 0에 가까워진다(즉 시간이 거의 정지한다).

이렇게 시간의 흐름은 상대적이다. 우리의 느낌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도 그렇다. 속도가 빨라지면 시간의 흐름은 느려진다. 만약 우리가 빛의 속도에 근접한 속도로 매우 빠르게 날아가는 우주선 안에 있다면 시간은 매우 느리게 흐른다. 속도가 빛에 무한히 가까워진다면 시간은 무한히 느려지고 순식간에 우주 어느 곳으로 갈 수 있게 된다. 우주선 안의 1초가 우주선 밖의 100만 년이 될 수도 있다. 속도를 더 높인다면 우주선은 1초 만에 1억 광년 떨어진 우주로 날아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시간의 상대성은 이론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모두에게 시간의 흐름은 같다고 느낀다. 그래서 시간의 흐름은 우리 의식이 만들어 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물리적 현상이라기보다 생물학적 현상일 수도 있다. 우리가 시간에 따라 움직이고 변화한다고 느낄 뿐, 우리의 의식을 떠나면 ‘시간의 흐름’은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일부 물리학자들의 주장이기도 하다.

시간의 상대성 이론을 발명한 아인슈타인에게 상대성 이론의 정의를 물어보았다. 아인슈타인의 대답이다. 한 남자가 예쁜 여자와 한 시간 동안 나란히 앉아 있으면 그 한 시간은 1분으로 생각되겠지요그러나 그가 뜨거운 난로 옆에 1분 동안 앉아 있으면 그 1분은 한 시간이나 되게 느껴질 거요그게 바로 상대성이오.”

‘시간은 왜 정지하거나 역방향으로 흐르지 못하고,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가?’라는 질문에 답한 학자는 물리학에서 가장 골치 아픈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창안해 설명한 루트비히 볼츠만이다. 그는 시간의 흐름을 우주 만물의 상태가 갖는 속성인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우주가 팽창한다(빅뱅현상)는 사실이 확인된 현재는 시간의 흐름이 엔트로피 증가라는 현상을 정설로 받아들이며,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수 없는 모든 자연 현상과 같이 시간도 정지하거나 역방향으로 흐를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주나 자연의 모든 현상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시간이 역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은 엔트로피가 감소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상대성 이론이 인정받기 전까지 시간은 불변의 물리량이었다가 변하기는 했지만, 인간 등의 생명체가 경험하는 체감적 시간은 더욱 불변이 아니다. 어린이가 느끼는 시간과 60의 노년이 느끼는 시간의 길이는 전혀 같지 않다. 10년을 사는 개와 100년을 사는 인간이 느끼는 1년의 길이도 같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인간은 나이가 들며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 같다.’라고 느끼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 세월의 시속은 20대에는 20kn/h, 50대에는 50kn/h로 나이의 시속과 같다고 하지 않던가. 과학자들은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뇌의 신호 처리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일 것이라 추측한다. 즉 자극의 입력 속도는 똑같은데 이를 처리하는 속도는 점점 느려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인간 노화 2차 가속기인 40~50세 사이가 체감 시간 속도가 가장 빠르게 느낀다고 한다.

얼핏 생각하기엔 젊은이는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가지고 있고, 나이 들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여기지만, 시간의 잔고는 노소가 따로 없다. 남은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 되돌릴 수 없으니, 한순간도 헛되이 보내지 말라는 것이 아닌가. 오늘이 마지막 날처럼 살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시간이라는 선물을 받아 들고 이생에 태어난다. 하지만 시간의 선물은 살아있는 것들에게 균일하지 않다. 시간은 빠르거나 느리고, 개체마다 주어진 시간은 다르다. 젊었을 때는 그리 느리게 가던 시간이 늙으니 너무 빨리 간다고 한탄한다. 연애는 짧고 추억은 긴 것이나 똑같다. 젊어서는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고, 어른이 되니 다시 젊은 시절이 그립다.

이렇게 정신없이 너무 빨리 달려오다 보니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많다. 그래 요즘은 느림이 미학이다. 시간을 잘 활용한다는 의미가 많은 일을 한다는 것이 아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시간에 내 발을 맞추어 하인처럼 따라가지 말고, 내 발에 맞추어 풍경을 즐기듯이 가는 것이 내 발에 시간을 맞추는 주인이 되는 것이다. 천천히 세상을 즐길 수 있는 자, 시간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삶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느림의 가치이다. 


우리 앞에 주어진 시간이 길고 짧음은 가봐야 안다가고 없는 날들과 오지 않은 날들을 잡으려 손짓해 봐야 아무 소용 없다지금 손에 잡고 있는 소중한 시간을 꼭 붙잡고 가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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