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의미다 - 179
세상에 태어난 모든 생물에게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자연적인 순리다. 맞이하기 싫지만 맞이할 수밖에 없는 손님이기도 하다. 다만 천천히 맞이하고 싶을 뿐이다. 최근 현대인의 노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각종 가공식품 섭취에 따른 식습관, 불규칙한 생활, 낮아진 수면의 질, 각종 스트레스 상황 등을 지목한다. 사실 외형적으로는 화려한 현대인의 삶이 속으로는 어떤 시기보다 빠르게 늙어가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에 따라 노화의 시계를 늦추는 ‘저속노화(Slow aging)’ 방법에 열광하고 있다. 하루가 멀게 저속노화에 관한 기사가 넘치고, 백 세 건강을 위한 미디어 프로그램이 매일 아침 우리들의 안방을 점령하고 있는 것을 보면 가히 모든 사람이 ‘건강염려증’이라도 걸린 듯하다.
‘저속노화’란 신체의 노화 속도를 늦추는 것을 말한다. 실제 나이보다 빨리 노화하는 ‘가속노화’의 반대 개념이고, 아예 노화를 거부하는 ‘항노화(Anti aging)’와는 좀 다른 개념이다. 나이는 먹되 신체의 늙어가는 속도를 늦추는 데 집중한다.
일반적인 저속노화의 세 가지 비법을 식단과 운동, 수면에서 찾는다. 저속노화 식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혈당의 변동성을 줄이는 것이고, 운동은 백번 강조해도 모자란다. 노년에 노쇠하지 않으려면 적절한 근력 운동을 통해 근육을 만들고 유지해야 한다. 물론 운동과 함께 건강한 단백질 섭취도 적절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루에 최소 7시간의 수면 시간을 지키는 것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현대인이 일, 공부, 운동 등을 위해 줄이는 잠은 인지 기능에 치명적일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질수록 노년의 시기가 길어지는데 건강하게 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다. 저속노화는 건강한 몸으로 일생을 살아가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기 때문에 100세 시대에 모든 사람이 집중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많은 연구에서 생리학적으로 노화는 세포 분열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인간이 발육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세포 분열이 필요한데, 활발한 세포 분열은 노화를 가속해 인체에 양날의 검인 셈이다. 생물학적으로 현재 연구되는 노화를 막는 방법으로 첫째, 세포 분열을 억제하는 것이다. 인간이 태어나 활발한 세포 분열로 발육을 마친 상태 이후부터는 세포 분열을 억제하는 것이 노화를 막는다. 자연적인 세포 분열은 억제할 수 없지만, 손상 보충을 위한 세포 분열은 어느 정도 억제가 가능하다. 세포 손상을 예방하면 자연히 그 손상을 보충하기 위한 세포 분열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햇볕을 쬐어 피부를 태운다든지, 음주와 흡연 등을 통한 체내에 독성물질을 유입시키는 행위는 피부 및 호흡기 등의 내장에 세포 손상한다. 이런 것만 안 해도 노화를 크게 막을 수 있다. 둘째, 텔로미어의 보충이다. 세포의 끝에 붙어 있는 텔로미어의 소진은 노화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생물학적으로 텔로미어의 소진을 방지하여 노화를 예방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셋째, 노화 세포를 제거한다. 노화현상은 노화 세포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노화 세포를 제거하는 방법이 실험 쥐 등 동물을 이용하여 실행되고 있다. 다만 인간의 모든 세포를 조작하여 노화 세포를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노화 세포에 자살 명령 단백질 주입 등의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자살 명령 단백질의 부족으로 자살하지 못하는 노화 세포를 위해 직접 단백질을 주입하는 방법이다. 이 셋 중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세포의 손상을 막는 방법은 건강하게 장수하고 싶다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 텔로미어의 복구나 자살 명령 단백질 주입 등의 방법은 영생을 추구하고 있는 인류의 욕망과 함께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으므로 영생은 아니더라도 노화를 억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현대로 들어와 노화를 삶의 당연한 과정으로 보기보다 치료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뚜렷해지면서 노화의 기전과 장수 생물들의 생리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노화 연구자들은 ‘노화는 질병이다.’라는 도발적인 주장을 던지며 암, 치매, 감염, 심장병 등 대부분 질병의 첫 번째 위험 요인은 ‘나이’라고 지목한다. 나이가 들수록 질병에 대한 위험이 점점 증가하는데, 이를 한 방에 해결하는 방법이 노화를 막는 것이라는 핵심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2000년대 이후 분자생물학의 급격한 발전 덕에 각종 노화의 원인과 이를 막는 방법을 찾는 연구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현재 항노화 약물에 대한 임상시험이 하나둘 시작되고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이 인체에 항노화 약물을 테스트하고 있다. 과연 인간의 노화를 막을 수 있는 마법의 묘약이 등장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장기 복제 기술 등으로 낡은 신체 부위를 주기적으로 교환하는 방법이 제시되지만, 인체의 모든 기관은 비슷한 속도로 노화하고, 신경계 등 개별 장기로 취급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장기 한두 개의 교체를 통해 노화를 완전히 막기는 불가능하다. 특히 인간의 뇌는 절대로 대체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따라서 장기 교체를 통한 노화의 대응 방법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인간이 개발 및 연구 중인 노화 해결책들은 노화 그 자체의 치료를 목표로 한다. 어떤 방법으로도 피할 수 없고 절대적으로 극복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노화와 그에 따른 죽음의 영역에 접근해 보려 하고 있다는 것부터가 엄청난 도발이자 혁신이고 영생의 상징적 의미가 있는 것이다. 텔로미어의 연장, 줄기세포 등을 이용한 방법들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니 윤리적인 문제만 해결된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부분적인 시술법 등이 보급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노화 방지 혹은 회춘 시술을 받은 사람들이 급속도로 증가한 후의 윤리적․사회적 문제 관련 논의도 함께해야 한다. 사람은 태어나면 누구나 100세 이내로 죽는다는 지금까지의 통념으로는 생각할 필요가 없었던 수많은 사회 윤리적 내지는 철학적 의문과 마주할 것이고, 기존 제도와 시스템, 장기 정책 등도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생물학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연구들은 아직은 실제 적용하기 어려운 과제들이다. 일반일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노화 극복 방법은 건강 프로그램 매체에서 매일 다루어지고 있다. 다만 우리가 실천하지 못한다는 것이 딜레마다. 의학적으로 노화를 가속하는 행위로 수면 부족, 일중독, 운동 부족, 지나친 스트레스, 음주와 흡연, 단순당 정제 탄수화물 적색육 등과 열량 과잉 등이 있고, 노화를 늦추는 행위로는 마음 챙김과 충분한 휴식, 꾸준한 사회활동과 봉사, 근력과 적적한 유산소 운동, 젊은 감성, 금연과 절주, 콩과 채소 위주의 식사와 절식을 권장하고 있다.
노화 방지에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운동을 꼽지만, 과도한 운동을 하면 활성산소가 많이 만들어지며 노화를 촉진한다. 격한 운동 생활을 오래 유지한 운동선수들은 노화가 빨라 일반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노안인 경우가 많으며 평균수명도 짧다. 또한 연구 결과 나이를 잊고 젊은 사람처럼 사는 것도 노화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되며 외로움을 잘 느끼는 것은 반대로 노화를 촉진한다고 한다.
누가 뭐래도 노화를 지연시키는 비결은 더하기가 아닌 덜어내기다. 번뇌와 스트레스는 물론이고 우리를 현혹하는 건강식품과 보조기구 등도 늘리는 것보다 줄이는 것이 내 몸에 득이 될 수 있다. 장기적인 불편을 고려하지 않고 단기적인 편안함을 추구하는 가치관을 바꾸면 소비를 부추기는 자극에도 무뎌진다. 더 높은 안목과 넓은 시각으로 내재 역량을 키우면, 사람의 불안과 번뇌를 부추기는 시장 논리에 현혹되지 않고 자신을 잘 지키며 곱게 늙어갈 수 있다.
누구나 노화는 두렵다. 나약해지고 사랑을 잃는 것도 두렵다. 인간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만큼이나 노화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노화는 죽음이 가까이 왔음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젊을 때는 죽음이 멀리 있고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건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죽음도 노화도 두려울 게 없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신체적으로 노화의 신호들이 오면 달라진다.
나이가 들면 가슴은 무뎌지고 콩닥거리던 생명력도 조금씩 사그라들기 시작한다. 콩 구르는 소리에도 까르르 웃어대던 시절이 아니다. 이 가을의 온 산을 붉게 물들인 낙엽을 보고도 ‘아~! 정말 아름답고 기분 짱이다.’라고 감탄하기보다 떨어지는 낙엽에 늙어가는 것을 슬퍼하여 우수에 젖는다. 떨어지는 낙엽에 늙어가는 것을 아쉬워하지 말고 아름답고 기분 좋은 것들만 기억해야 한다. 또 먼 훗날 즐겁고 가슴 찡하게 기억할 만한 것들을 죽어라 만들어 놓아야 죽어도 여한이 없다. 더 이상 놀라지 않고 감탄하지 않는 사람은 늙은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나이 들어 변한 자기 얼굴이 싫어 사진 찍기를 싫어하고 거울을 보지 않는 사람이 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변화하니까 덧없는 것이 아니고, 변화하니까 소중한 것이다. 사람은 늙어가고 꽃은 시드니 더욱 소중한 거다. 영원한 것은 가치가 없다.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소중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오늘도 꽃구경 단풍 구경에 나서지 않는가.
오늘도 곱게 늙은 모습을 꽃 본 듯이 보면서 살아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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