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에 한번 쯤은
셰익스피어 음모론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우리가 알고 있는 셰익스피어는 실존 인물이 아니며 누군가가 셰익스피어라는 가명으로 남몰래 활동했다는 것인데요. 이 주장은 상당한 근거를 가지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어요. 대학 교육도 받지 못한 시골 출신의 배우 겸 극작가가 역사극과 소네트, 희극과 비극을 아우르는 뛰어난 작품들을 그것도 수십 편이나 남겼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강력한 후보자 명단에는 놀랍게도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격언을 남긴 영국의 경험론자 프랜시스 베이컨, 동시대 극작가인 크리스토퍼 말로, 심지어 엘리자베스 여왕이 포함됩니다. 다소 황당한 음모론으로 느껴질지 모르지만 그만큼 셰익스피어 작품 세계가 경이롭고 위대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인 <베니스의 상인>은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한 연극 작품이기도 합니다. 베니스의 성공한 상인 안토니오는 친구 바사니오의 구혼에 필요한 돈을 마련해주기 위해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3천 더컷이라는 거금을 빌립니다. 평소 안토니오에게 무시와 천대를 받아온 샤일록은 원한을 갚을 절호의 기회로 여깁니다. 안토니오가 기한 내에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면 안토니오의 살 1파운드를 베어가는 것을 계약의 조건으로 내걸지요. 안토니오는 선뜻 이에 동의해요. 해외 무역을 위해 나가 있는 자신의 상선들이 돌아오면 문제없이 돈을 갚을 것이라 예상했거든요. 하지만 그의 상선들이 모두 파선했다는 소식과 함께 약속한 기한이 도래합니다. 법정에 선 샤일록은 계약 이행을 거세게 요구하지요. 안토니오가 목숨을 잃게 될 절체절명의 순간에 한 젊은 판관이 등장하고 절묘한 판결을 내리며 상황은 반전됩니다. 이와 더불어 바사니오가 알맞은 상자를 선택함으로써 아름답고 지혜로운 포샤를 아내로 얻는 사랑 이야기가 함께 전개됩니다.
이 작품의 출전은 피렌체의 작가 세르 지오반니의 <일 페코로네>라는 이야기 모음집으로 추정됩니다. 인간의 살을 벌금으로 베어내는 이야기나 상자를 선택하는 이야기 역시 이미 동서양의 옛 이야기에 존재하던 것들이고요. 사실 셰익스피어의 많은 작품들은 신화나 성경,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고전에서 차용한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셰익스피어가 살던 시기 런던에서 연극은 대중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유흥거리였고 때문에 쉴새 없이 새로운 플롯의 연극을 만들어 올려야 했거든요. 그럼에도 셰익스피어는 독창적인 사건 전개와 인간성을 통찰하는 마법 같은 언어로 당대에 이미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괴테와 제인 오스틴 등 후대의 천재 작가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요.
<베니스의 상인>은 워낙 유명한 작품인만큼 이미 국내외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버전으로 출간되어 있습니다. 원전에 도전하고 싶은 고학년 이상 아이들이라면 펭귄 클래식을 권할 만합니다. 우리말로도 번역되어 있고요. 영국 Orchard Books에서 출간한 셰익스피어 시리즈는 <Little Princess>로도 유명한 일러스트레이션 작가 Tony Ross가 삽화를 그렸어요. 그림이 많고 글밥은 적어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도 읽을 수 있어요. 어린이 독자들을 위한 짤막한 영문 해설이 작품의 이해를 도와줍니다. 다락원에서 나온 <행복한 명작 읽기> 시리즈도 좋습니다. 국내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 원어민 교수, 강사들로 구성된 집필진이 원작에 충실하게 각색했어요. 페이지마다 주요 단어를 정리하였고 부록으로 내용 확인 문제와 우리말 번역본이 실려있습니다. 오디오 CD도 있어요. 비교적 최근에 출간된 YBM 출판사의 <영어로 읽는 세계명작 시리즈>에도 <베니스의 상인>이 포함되어 있어요. 챕터별로 테스트가 있고 음원 파일을 다운받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축약되지 않은 책을 읽고 싶다면 <The Merchant of Venice in Plain and Simple English>를 추천해요. 원전과 현대 영어 번역본이 병행하여 실려 있고 E북으로도 나와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베니스의 상인>을 재미있게 읽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