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24_오후 1시 26분
어제, 오늘의 계획을 쓰면서 나는 어쩌면 이미 알았던 것 같다. 인스타툰을 올리고 쪽잠 자는 척 자다가 늦잠을 자버릴 거라는 걸. 월, 화, 수에 연달아 일하고 나면 목요일 오전부터 부지런하기 쉽지 않다. 그래도 오늘 할 일은 다 끝낼 듯싶다. 어제 스케치하고 선 따놓은 그림에 채색 작업만 하면 되고, 오늘 쓸 브런치 글의 그림 작업은 시간이 나면 하면 된다. 내일 친구와 망원/연남 나들이를 가기 때문에 카페에서 각자 시간 보내는 타임에 마무리하면 되니까. 이 스케치북에 쓴 다짐들, 계획들을 다 지키지는 못했지만, 내가 무거운 몸을 일으켜 아르바이트를 가지 않는 날들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있음은 분명하다. 노력하고 있다. 못 지키는 이유는 보통 지키지 못할 걸 알면서 계획했거나, 운동 부족으로 체력이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는 지키기 참 쉽지 않다.
오늘 대학 동기로부터 담백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게 말해야만 했을 것 같은 문자를 받았다. '내일 정신과에 가보려고.' 이미 그 친구는 몇 개월간 계속 갈려왔다. 회사 생활이 누군 쉽겠냐만, 첫 직장에서 2년 차에 주임을 달고, 사수가 그만두고, 윗사람들끼리 다퉈서 야근하고... 주변에서 신입은 이겨내고 버텨야만 한다고 하지, 우리에게 털어놔도 결국 자기가 해결해야 할 몫이 있지, 여러모로 살아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퇴사했던 이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살기 위함이었다. 버티는 게 결코 정답일 수 없다는 이성적 판단이 빠르게 들었고, 심적 무너짐이 거기에 불을 지폈다. 회사 밖은 불안으로 가득하지만, 안에 있는다고 불안 자체가 사라질 리 없었다. 부디 나의 사랑하는 친구가 회복의 시간을 가지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쪽의 선택을 할 수 있길 감히 바란다. 그리고 나의 이 바람이 헛된 참견이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