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포비아(Call Phobia), 전화 공포증이라고도 하죠. 전화벨만 울려도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은 공포를 말하는데요. 코로나 시국을 지나며 최근까지도, 이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합니다.
언제 적 코로나야, 할 수도 있겠지만 점점 비대면이 익숙해져 가는 사회 풍토 속에 특히 젊은 층에서 이 콜포비아가 늘고 있는 실정입니다. 오래전부터 이미 사회생활을 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대하는 게 익숙한 중장년층에겐 별로 해당이 덜 되는 게 당연한 것도 같습니다. 아마 이 글을 찾아 읽는 분들 중 대다수가 20~30대 초반 또는 나이 상관없이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사원 분들일 거라고 예상해 봅니다.
많은 회사들이 신입사원들의 전화 기피 현상 때문에 몇 년째 애를 먹고 있다고 합니다. 일의 진척이 늦어져 확인해 보면 급한 건인데도 문자나 이메일로만 연락을 취하기도 하고, 웬만하면 전화를 무음으로 해두고 받지 않거나 그런 업무를 애초부터 피해 버리는 직원들도 늘고 있다고 해요.
저 역시 콜포비아를 제대로 겪어본 사람 중 한 명입니다. MBTI에서 늘 E 성향이 나오는 저인데도 낯선 사람과의 통화는 언제나 긴장되곤 했습니다. 20대 후반쯤엔 업무용 전화의 벨소리만 들려와도 심장이 쿵쾅대는 경험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워낙 흔한 벨소리라 길거리에서도 종종 들리곤 하는데, 아직도 그 소리가 들리면 그때 생각이 나곤 합니다. 그 당시엔 전화한 상대가 뭘 물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공포증의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막상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고 통화가 무사히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마음이 편안해 지곤 했어요. 일의 특성상 새롭고 낯선 분들과 자주 통화하며 질문과 클레임을 받아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컸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일은 해야 하기에 당시 제가 선택한 방법이 있긴 있었습니다. 그냥 부딪혀 그런 상황에 익숙해지는 거였어요. 하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아니었고, 익숙해지기에 저의 멘탈은 너무나도 여렸습니다.
그리고 10년 후, 사회의 내공이 쌓였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시련이 찾아옵니다. 방송 진행, 녹음 등 혼자 또는 익숙한 스텝들과 주로 일하다 보니 갑자기 맡게 된 재택근무 사무직은 또 다른 낯선 일이었지요. 재택근무의 특성상 평소엔 조용히 혼자 일을 했습니다. 어렵지 않았어요. 동료나 상사와도, 협력업체 직원들과도 이메일과 카톡 대화로 거의 모든 소통이 가능했습니다. 문제는 갑자기 걸려오는 전화였어요. 회사 전용 전화기는 평소엔 조용했습니다. 다만 아주 가끔씩, 불시에 벨이 울리며 저를 놀래키곤 했어요. 아주 깜짝 놀랐습니다. 어느 정도였냐면요, 조용한 방에서 울리는 벨소리가 무서워서 일단 소리부터 꺼버렸어요. 무음으로 해두면 마음이 좀 더 편안하더라고요. 이제 전화기를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후다닥 머리를 굴려 생각을 하지요. 이 분이 갑자기 왜..? 그러면서 조금 빠르게, 하지만 침착한 손놀림으로 메일 검색창에 그분의 이름을 입력합니다. 그리고 엔터. 그분과 주고받은 이메일이 쭉 뜨면서 저의 심장 박동은 점차 안정을 찾았습니다.
사실 상대와 어떤 대화를 나눌지, 함께하고 있는 업무의 진전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훤히 꿰고 있고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면 전화가 두려울 일은 별로 없습니다. 제가 경험했고 결국은 극복할 수 있었던 방법 7가지를 공유합니다. 차근히 읽어 보시고 하나씩 실천해 보세요. 너무나 사소한 방법들일 수 있지만,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1. 전화가 오면 우선 소리부터 끈다.
정신적으로 먼저 안정이 됩니다. 사무실에 있는 경우 전화를 빨리 받지 않아 동료들에게 주는 피해를 걱정하게 되면 더 마음이 조급하고 긴장이 되니까요. 일단 나를 압박하는 큰 벨소리부터 꺼두도록 합니다. 만약 휴대폰이 아닌 사무실 유선전화라면 음량을 최대한 작게 줄여두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요.
2. 너무 조용해도 부담스럽다면, 편히 통화할 장소로 이동한다.(휴대전화)
휴대폰으로 통화를 한다면 전화기를 들고,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세요. 저 같은 경우엔 너무 조용한 곳에서 받는 게 더 부담이 되어 야외감이 느껴지는 테라스로 이동해 통화를 하기도 했습니다. 보통 아직 많은 교류를 해보지 않은 상대와 첫 통화를 할 때 그랬던 기억입니다. 밝은 텐션으로 인사치레를 해야 하는 때도 그랬고요. 반대로 굉장히 세밀한 내용을 조율하거나 설명해야 할 때는 조용한 장소를 택했습니다. 그럴 땐 작은 소음도 방해가 되니까요.
3. 동료나 선배직원이 내 통화 내용을 다 듣는 것 같아 부담스러울 경우엔?(사무실 전화)
이럴 때 많습니다. 사무실이 너무 조용하거나 옆 자리 동료와 자리가 가까운 경우, 그런데 아직 미숙한 나의 통화 내용을 들려주고 싶지는 않은 경우. 그럴 때 꾹 참고 그냥 버틸 경우 오히려 전화 공포증이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여유가 된다면, 최대한 나만의 공간으로 이동해서 전화를 하세요. 내가 건 게 아니라 걸려온 전화라도 급할 건 없습니다. 너무 급한 게 아니라면 "1분 내로 다시 전화드릴게요."라고 해도 대부분 이해를 한답니다. 유선 전화는 내려놓고, 탕비실이나 휴게실 등으로 이동해 편하게 통화하세요. 메모지도 꼭 챙겨서요!
4. 내가 먼저 전화해야 하는 경우 질문 내용, 예상질문, 녹음 등을 미리 준비한다.
오는 전화를 받는 것도 힘들지만 내가 먼저 전화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메일로 모두 소통했다 하더라도 급한 건이나 세세한 내용은 말로 설명하는 게 빠르고 정확하기도 하거든요. 우선 내가 상대에게 던질 질문을 준비하고, 상대가 나에게 되물을 예상 질문까지 뽑아 봅니다. 어렵진 않을 거예요.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만 가볍게 생각해 두세요. 통화 중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어 녹음하는 것을 권장하는데요, 상대에게 초반에 미리 양해를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5. 시도 때도 없이 전화로 모든 소통을 하는 상대에게는 정확히 의사를 표현한다.
사실 회사 업무라는 게, 같은 회사 내에서든 협력업체와의 관계에서든 일하는 내용을 문서로 공유하고 남기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가끔, 컴퓨터를 켜고 이메일을 작성하는 것을 귀찮아하거나 자꾸 생략하는 경우, 또는 그 작업 자체를 당신에게 떠넘기듯 하며 전화로만 쉽게 쉽게 처리하려 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저도 겪어 봤습니다. 이런 분들이요. 심지어 일을 전화나 카톡으로만 하고 싶어 하시더라고요. 앞서 말했듯 분명히 전화나 대화로 해야 하는 일들이 존재합니다. 다만 너무 과하게 모든 과정에서 시시콜콜 전화를 걸어 일을 방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확하게 의사를 표현하세요. "급하지 않은 건은 기록과 공유를 위해 메일로 정리해서 문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꼼꼼히 정리해서 답변드릴게요." 여기서 '기록과 공유'라는 것이 사실 매우 중요합니다. 아래에서 한 번 더 언급할게요.
6. 말이 너무 길어지는 상대방에게는, 통화 후 메일로 정리해 달라고 요청하세요.
위에서 '기록과 공유'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지요. 이건 전화를 기피해서가 아니라 회사 업무에서는 아주 당연하고, 또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바쁘고 급하다는 이유로 전화를 해서 중요한 내용을 줄줄 읊어대는 분들이 가끔 계시지요. (때론 당신이 그럴 수도 있고요.) 그럴 땐 통화로 내용 조율을 충분히 한 뒤, 마지막엔 이 말을 꼭 덧붙여 주세요. "이따가 통화내용 좀 정리해서 메일로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
7. 통화가 어려운 데 전화가 오거나 지금 바로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을 받은 경우엔?
지금 급히 처리할 일이 있어 통화가 어려운 경우엔 우선 전화를 받아 여유가 있다면 몇 분 뒤에 다시 연락을 드리겠다고 양해를 구합니다. 또는 메일로 우선 정리해 남겨주시면 확인하고 바로 전화를 드리겠다고 해도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질 거예요. 일단 통화를 시작했는데 바로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을 받은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르는 게 죄가 되거나 당신의 이미지를 바로 실추시키진 않습니다. 아는 척하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되지요. 모르는 건 모른다고, 이 부분은 자세히 확인해 보고 다시 연락드린다고 하면 됩니다. 더 부담스러운 경우엔 확실하게 알아보고 메일로 정리해 드리겠다고 하면 더 편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