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판에 선 동물들 4장

<깃털과 말들>

by 미냉

거북이가 내려간 뒤, 빈 돌판을 두고 정적이 흘렀어요.
숲은 숨을 고르는 듯 보였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하늘에서 하얀 선이 스치듯 내려왔죠.

두루미였어요.
익숙한 깃털, 익숙한 눈빛, 익숙한 말투.
그는 다시 단정히 서서,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어요.


"숲은 다시 질서를 찾아야 합니다.
말이 많을수록 혼란이 많고,

혼란은 언제나 바닥부터 무너뜨리죠."


몇몇 동물은 고개를 끄덕였고
또 몇몇은 고개를 돌렸어요.


"전에 봤던 짐승이지 않아?"
"그래도 반듯해 보이긴 해."


그 무렵, 나뭇가지 사이로 깃털을 흔들며
까치가 나타났어요.

그는 돌판 근처에 가지 않았고
숲 바닥을 천천히 걸었죠.
짧은 다리로, 어깨를 들썩이며 말을 걸었어요.


"요즘 열매 구하기 쉽지 않죠잉?"
"벌레도 잘 안 잡히죠잉?"
"근데 말이에요잉..."


동물들은 처음엔 웃고 말았어요.


"돌판에 오를 만한 짐승은 아니지."
"깃털은 반쯤 헝클어졌잖아."


하지만 까치는 멈추지 않았어요.
저녁마다 나뭇잎 아래 모인 동물들 앞에 섰고,
말을 이어갔어요.


"숲이 너무 조용했죠잉.
조용한 것도 좋지만,
같이 사는 법을 서로 말하면서
함께 찾아가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습니까잉?"


까치는 자주 숲 바닥을 돌았어요.

아침이면 서쪽 구석을 찾아갔죠.


"요즘 어때요잉? 불편한 거 없어요잉?"


점심이면 북쪽 다리 근처를 날아갔어요.


"이 다리 말이죠잉, 이렇게 고치면 어떨까요잉?"


저녁이면 작은 돌 위에 앉아
말 많은 짐승들과 밤을 새웠고,
때로는 바위 틈 벌레의 말에도 귀를 기울였어요.

"숲의 중심만 북적이니까,
바깥쪽은 점점 말라가잖아요.
작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여기저기 만들자고요."


"감시탑도, 위에서 내려다보는 대신
아래에서 올려다보게 해봐요.
누가 누구를 지키는지, 이젠 다시 생각해봐야죠잉."


그러다 둘이 동시에 돌판에 오르려 한 날이 왔어요.
두루미는 날갯짓을 펼쳤고,
까치는 깃털을 털며 고개를 들었어요.
둘은 약속한 듯이 돌판 위에서 마주쳤죠.

결국, 까치가 올라섰어요.
몇몇은 박수를 쳤고,
많은 이들은 고개를 갸웃했어요.


"이젠 말로 숲을 다스릴 건가 봐."
"그래도... 웃는 얼굴이라 좀 낫긴 해."


까치는 돌판 위에서도 달라지지 않았어요.
종종 내려와 이야기를 나눴고,
숲 한가운데 둥근 자리를 만들었죠.

거기엔 다양한 짐승들이 모였어요.
오래도록 말하지 못했던 동물들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죠.


다람쥐가 먼저 말했어요.

“요즘 열매가 모자라요. 새끼들이 밤마다 울어요.”


고슴도치가 고개를 끄덕였죠.


“열매를 구하려면 너무 멀리 가야 해요. 돌아올 땐 다리도 아파요.”


까치는 부리를 비벼가며 말했어요.


“힘 센 짐승들이 더 멀리서 먹이를 구해와야겠네요잉. 새끼들 줄 것도 챙기고요잉”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가 다른 소리를 냈어요.


“그렇게 해결될 거였으면 얘기도 안하지”


까치가 대답하기도 전에 토끼가 뛰어들었어요.


“요즘 다른 숲 짐승이 어슬렁거린대요. 들었어요?”


부엉이가 낮게 덧붙였죠.


“눈빛이 험하대. 우리 숲 노리는 거 아니야?”


까치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어요.


“글쎄요잉, 그냥 길을 찾는 중일 수도 있죠잉.”

“그래도 숲의 울타리는 손을 좀 보는게 좋겠네요잉.”


토끼는 그 대답으로도 만족한 것 같았어요.

마지막으로, 족제비가 낮게 중얼거렸어요.


“예전엔 이런 회의가 없었지. 조용해서 좋았는데 말이야.”


까치는 부리를 비틀며 웃었어요.


“그땐 말할 수도 없었잖아요잉.”

“그래도 덜 피곤했어.”


옆에서 어린 고라니가 작게 끼어들었어요.


“그래도 지금이 좋아요. 저도 말을 할 수 있다는게 말이에요. 조용한 것보다 이런 게 진짜 숲 같아요.”


다음날도 까치는 동물들의 얘기를 듣고, 또 자신의 얘기를 전달했어요.

동물들의 말은 끝이 없이 이어졌어요.

누군가가 말을 마치면 곧 다른 누군가의 말이 시작됐고,

까치는 부리를 닫지 못했죠.


어떤 동물들은 자신의 말을 들어준 것에 대해 기뻐했지만

어떤 동물들은 기다림에 지치기도 했어요.

또 어떤 동물들은 너무나 많은 말들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했죠.


“이렇게 떠들고 있으면 문제가 해결되는거 맞아?”

“글쎄, 했던 말을 또 하고 있는 것 같아.”


동물들의 말들은 겹치고 엉켰어요.

까치의 내뱉은 말들은 깃털처럼 공중에서 흩어져버렸죠.

말들은 많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로를 이해할 수는 없었어요.


점점 말이 버거워졌어요.
누군가는 회의에 늦었고, 누군가는 더는 오지 않았어요.
돌판 앞엔 늘 말이 많았지만 귀는 점점 닫혀갔죠.
까치는 여전히 모든 얘기를 들으려 했어요.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는 말의 앞부분만 듣고 고개를 끄덕였어요.
듣는 일보다 대답하는 일이 버거워졌기 때문이에요.

동물들도 지쳤어요.

“오늘은 그냥 조용히 지내면 안 될까?”
“그게 제일 편하지.”

누군가 그렇게 말했고,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죠.
숲은 여전히 떠들었지만 그 소리는 점점 낮은 숨소리처럼 들렸어요.
이야기가 아니라 피로한 웅얼거림이었죠.


어느새 계절이 세 번 바뀌었고,
그는 스스로 돌판을 내려왔어요.

박수도, 웅성거림도 없었어요.
깃털은 헝클어진 채,
까치는 짧은 다리로 천천히 숲을 빠져나갔어요.

그가 지나간 자리에 남은 건
다양한 말들이었어요.
때로는 따뜻했고,
때로는 너무 많았고,
때로는 겹쳐서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어요.

그는 작은 보금자리로 돌아갔고
그곳에서 스스로의 말을 되새기며
깃털을 다듬었죠.


올빼미는 그 시절을 '깃털의 계절'이라 불렀어요.

"까치는 조용하지 않았고, 그래서 귀를 열게 했지요.
처음으로 숲의 구석구석에서 목소리가 올라왔습니다.
까치는 그 모든 말을 듣고 싶어 했고, 전하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말을 담으려다 보니, 자신의 한계를 보지 못했죠.

그리고 우리도... 그 많은 목소리를 어떻게 함께 조율해야 하는지
아무도 배운 적이 없었습니다.

까치는 진심으로 들으려 했지만,
숲은 하나의 답만 원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말들은, 그냥 흩어져버렸어요."

keyword
이전 04화돌판에 선 동물들 3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