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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fJesse Jul 08. 2023

이상한 동료직원, 퇴사만이 답인가?

퇴사, 열에 아홉은 이상한 직원 때문.

    이상한 상사를 만났던 건 내가 입사 5년 차 대리였을 때였다. 직속상관은 아니었고 다른 회사가 우리 회사와 인수합병이 되면서 우리 팀으로 배정된 10년 차 과장이었다. 겉보기에 이 사람은 호감형 외모에 굉장히 매너가 좋았다. 남자다운 목소리까지 좋았다.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 자신하던 나라서 그렇게 그 사람에게 마음을 열게 되었던 것 같다. 같은 남자에 기혼에 자녀도 있어서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았고, 출장 등 같이 다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친해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어딘지 모르게 이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 불편해졌다.




    이 사람은 겉으로는 친절한데 어딘가 사람을 불편하게 했다. 예를 들면, 했던 질문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다. 내가 이 회사에서 경험이 더 많다 보니 이 사람은 사소한 것 까지도 나에게 물어보는 것까지는 괜찮았는데, 문제는 했던 질문을 계속해서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물어볼 때 상냥한 목소리는 덤이다. 이런 상냥한 목소리로 물어보는데 기분이 나쁜 내가 이상한 사람인 거 같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꼭 퇴근 시간 직전에 자기가 필요한 질문을 했는데, 이 질문에 답변을 해주다 보면 내 퇴근시간이 자연스레 늦어졌다. 처음엔 그러려니 했는데 이런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다 보니, 속으로는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던 것 같다. 그런데 정확히 왜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지 나 자신도 알 수가 없었다. 친한 동료에게 물어봐도 '차장님 좋으신 분 같다.', '목소리가 너무 좋다.' 등 칭찬하기에 바빴다. 역시 내가 이상한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최대한 그 차장님을 잘 대해드리자고 마음먹었다.


뒤돌아 보니,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런데 뒤돌아 보니,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 차장님이 그 인수된 회사에 오랫동안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친하다 할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똑같은 질문에 계속 어디 맡겨놓은 것처럼 계속 물어보는 것도 그렇고, 어딘지 모르게 자기 일을 나에게 떠넘기는 느낌을 계속 받았다. 분명히 뭔가 이상한데, 나말고는 그 사람을 나쁘게 보는 사람이 없으니 이게 미칠 노릇이었다.


둘이 대화할 때는 항상 자신을 비관했다.


    둘이 대화할 때는 항상 자신을 비관했다. 학력이 낮다. 아이가 둘이라 회사에서 잘리면 안 된다. 자기가 많이 부족한 사람인 거 안다. 영어가 많이 부족하다. 등등 결과적으로 자기를 많이 도와 달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 나는 늦게까지 밀린 업무를 하고 자기 개발도 하는데, 업무 개선을 위한 노력은 고사하고 그 사람은 퇴근 시간만 되면 칼퇴하기 바빴다. 그러면서 꼭 자기 일을 은근슬쩍 나에게 넘겼다.


    그러다 문제가 터졌다. 내 실적을 은근슬쩍 자기 실적으로 포함시킨 것이 들통이 난 것이다. 이건 무조건 문제를 삼겠다고 마음먹고, 내가 나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에게 잠깐 이야기 좀 하자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래서 자초지종을 설명해 보라 했다. 그 사람이 계속해서 '실수다, 자기도 일이 왜 그렇게 흘러갔는지 알 수가 없다.', '어쨌든 미안하다.'라고 하는데 느낌으로는 아무래도 알면서 의도적으로 한 것이 확실한 것 같았다.


결국 삼자대면을 통해 진위가 밝혀졌고 나는 이 사실을 매니저에게 보고했다.


    그러다 지원부서에서 실적관리를 하던 직원이 그간 있었던 일들을 나에게 설명하며 그 차장님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 맞는 것 같다며 귀띔을 해주었다. 실적관리를 담당하던 지원부서 직원은 애매한 실적 데이터가 있어서 그 차장님에게 이게 누구 실적이냐고 물어봤고, 그 차장님은 처음에는 내 실적이 맞다고 대답했다가 잠시 후 그걸 번복했다는 것이다. 결국 삼자대면을 통해 진위가 밝혀졌고 나는 이 사실을 매니저에게 보고했다.


    그다음 날 그 차장은 아침 일찍 출근한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불러내었다.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어쨌든 일이 이렇게 흘러갔으니 유감스럽다는 투로 말했다. 나는 듣는 둥 마는 둥하며, '아ㅡ 이제 이 사람으로부터 해방이다.', '이 사람이 이제 그만두겠지.'하고 나름의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 기대가 무색하게, 그 사람은 재킷 안주머니에 가지고 있던 사표를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내가 그만두라고 하면 그만두겠다고 했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강수를 둔 것이다. 속으로, '이 사람 지난밤에 머리를 엄청 굴렸구나.', '이 사람 능력도 없는데 아직까지 회사를 다니는 데는 다 이유가 있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런 그 사람에게 나는 왜 나보고 그걸 물어보냐 당신이 결정해라고 했다. 웃기게도 이 사람은 그만두지 않았다. 그 일이 있은 후 반년이 지나지 않아 나는 이런 저런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었고, 8년이 지난 지금도 그 사람은 아직 회사를 다니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그때 그 차장님을 칭찬하던 직원 중 2명이 그 차장과 함께 근무하게 되었는데, 하나같이 나에게 연락을 해서 그 차장님에 대한 욕을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모두 내가 겪었던 일을 똑같이 겪고 있었다. 그제야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구나 하는 알 수 없는 안도를 하였다.


친절은 내가 베풀 수 있는 만큼 딱 그만큼만 베풀 것이라고 다짐


    이때 내가 느낀 점은,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도움이 필요할 때는 어떻게는 도움을 받으려고 하고 자기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을 때는 굉장히 도움에 인색해진다는 것이다. 그때 일을 계기로, 나도 도움에 인색해졌다. 호감스러운 외모를 조심하고, 친절은 내가 베풀 수 있는 만큼 딱 그만큼만 베풀 것이라고 다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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