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부부가 가슴에 노란 명찰을 달고 들어온다. 남편은 기타를 메고 웃음을 머금고있다. 아내는 짧은 커트머리에 단정한 감색 원피스를 입고 있다. 그 둘은 멋쩍은 모습으로 심사위원들 앞에 선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이 묻는다.
둘이 몇 살 때 만나셨어요?
아내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저는 스물다섯, 남편은 스물일곱에 만났습니다.
한껏 웃어 보인 심사위원이 한마디 붙인다.
둘이 부부라기 보단 친구 같아요.
그들은 <젊은 연인들>이라는 노래를 가지고 나왔다. 1년 전에 외아들을 잃고 이젠 부부만 남았노라고, 이 가사가 자신들을 향한 것 같았다고 말한다.
거의 매일을 유투브 알고리즘에 이끌려 다니는 나는 수년 전 MBC 남자의 자격에서 기획했던 <청춘 합창단 오디션>의 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부부의 노랫소리가 하늘거리는 치맛자락처럼 잔잔하게 공간을 일렁인다.
다정한 연인이 손에 손을 잡고
걸어가는 길
저기 저 멀리서 우리의 낙원이
손짓하며 우리를 부르네
길은 험하고 비바람 거세도
서로를 위하며
눈보라 속에도 손목을 꼭 잡고
따스한 온기를 나누리
이 세상 모든 것
내 곁에서 멀어져 가도
언제나 언제까지나
너만은 내게 남으리
길은 험하고 비바람 거세도
서로를 위하며
눈보라 속에도 손목을 꼭 잡고
따스한 온기를 나누리
심사위원 중 한 명인 <부활>의 리더 김태원이 먹먹해진 표정으로 입을 뗀다.
아내를 정말 사랑하는 게 느껴집니다. 아내의 노랫소리가 안 들릴까 봐 일부러 소리를 작게 내시는 것을 저는 봤습니다.
젊은 연인으로 만나 중년의 부부가 된 두 사람, 이제 오롯이 둘이 남아 서로를 의지하며 지내는 모습이 아름답고 애련해서 보는 내내 눈물이 흘렀다. 잔상은 계속 맴을 돌아 하루에도 몇 번씩 <젊은 연인들>이란 노래를 찾아 듣게 만들었다. 가사 속에는 없지만 남편을 미워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 같기도 하다. 말을 밉게 해도, 술을 진탕 먹고 주사를 부려도 조금만 미워하라고. 결국은 둘만 남는 거니까.
눈바람 속에도 손목을 꼭 잡고, 비바람이 거세도 서로를 위하며... 그러다 보면 저기 멀리서 우리의 낙원이 손짓하며 우리를 부르는 날도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