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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Oct 20. 2022

유학 일기 2화

2달 차

상황은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 미국에서 사용할 카드가 의문의 이유로 배송되지 않아서 1400원 환율을 고스란히 적용받는 하나카드를 사용 중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안정적이다. 이국에서 공부한다는 왠지 모를 설렘, 내가 만나게 될 사람들에 대한 기대, 또한 나는 이 학교에서 무엇을 얻어가게 될 것인가 라는 의문. 

그 모든 것들은 천천히 가라앉았고, 간단히 현재 느끼는 것들을 적어보고 싶다.


첫째, 대체 어떻게 자퇴?

한국 대학생들의 자퇴율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나는 국제고등학교를 나왔기에 현 한국 20살들의 심정에 완벽히 공감할 수는 없지만, 아마 대부분 "이 돈과 시간을 내주기에는 아까운 교육, 심지어 취업도 못할것 같아"라는 결론을 내리고 자퇴하는 것이겠지. 의문이기는 하다. 자퇴생들은 대부분 1학년~2학년 학생들 사이로 구성돼있을 텐데, 난 사실 그 정도 시간으로 앞으로 남은 2년, 혹은 3년의 시간 동안 자신이 무엇을 배울지에 대하여 파악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확실한 건 나는 정말 감도 못 잡겠다.  

교양과목으로 꽉꽉 채워진 1학년 1학기를 보내고 있기 때문일까?


둘째, 생각보다 향수병이 심하지 않다.

음식은 잘 맞는 편이다. 국제학생 전용 기숙사에 살고 있기 때문인지, 우리 학식이 아시아인들에게 친절한 건지. 가족들과는 주기적으로 연락을 하며, 친구들은 온라인 세계에서 만날 수 있다. 어두컴컴한 방에서 홀로 천장을 바라보며 외로움을 느끼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것마저도 룸메이트 덕에 해결되었다. 단언컨대, 정말 최고의 룸메이트를 만났다. 내향적이라 할 수는 없지만, 또 과도하게 외향적인 인간이라 할 수도 없는 애매한 내 성격에 딱 맞는다. 아마 룸메이트도 내 향수병 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는 듯하다.


셋째, 친구가 꼭 필요하지는 않는구나?

오리엔테이션 주간, 정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 두 달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거의 그들 전부와 멀어졌다. 뭔가 거대한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닌데, 그냥 자연스레 이리된 것 같다. 혼자 밥 먹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니, 잘 된 것 같다. 그리 학업에 열정이 있는 친구들은 아니었기에 어울리다 보면 스스로를 자제하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내 주변이 꼭 '평균'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 싶다.


넷째,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매일 새벽 6시 반에 기상해 1시간 반 지하철 타고 등교하던 내가, 파자마 입고 참여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아침 9시 수업에 참석하기가 너무 힘들다.(심지어 강의실이 기숙사 건물 1층!)

아마 어디에 떨어뜨려놔도 난 그럭저럭 잘 적응할 것이다. 장점으로 작용할 날이 오겠지.


다섯째. 인종차별?

걱정하지 마라. 행여나 인종차별을 걱정하는 분들이 있다면, 부디 걱정하지 말자.

나 역시 이 주제에 대하여 꽤나 큰 두려움을 품고 이 땅에 왔기에 더더욱 해주고 싶은 말이다.

내가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이 나를 괜히 쳐다보는 것만 같긴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건 내가 그들을 쳐다보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신경 쓰면 쓸수록 그들도 괜히 내가 신경 쓰이기 마련이다.

자연스레, 내가 신경 쓰지 않으니 정말 놀랍도록 사람들은 아무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 외에도 다양한 것들을 느끼긴 했지만, 일단은 이 정도만 적어보려고 한다.

최근 한국의 친구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자와 라면을 물어보더니 택배로 직송해주었다. 

진짜 고마워 몸 둘 바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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