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인같은 남자 Oct 24. 2023

다시 번아웃이 찾아왔어요..

Retire? Restart?

일전에 번아웃에 대해서 글을 남겼었다.

그리고 나름 일상을 회복해 보고자 운동도 다시 시작하고, 다양한 활동들로 지친 마음을 달래 보려고 해 봤었고,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물론 그때 시작했던 운동은 건강을 위해서라도 지금도 계속하고 있지만

최근 다시 벗어난 줄 알았던 번아웃이 찾아왔다.


전과 다르게 스트레스에 대한 역치가 많이 낮아진 게 체감될 정도로 정신적으로도 많이 예민하고 지쳐있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벗어나보기 위해 너무 지칠 때는 조금 일찍 퇴근해보기도 하고, 퇴근한 이후에도 조절해보려고 하지만 큰 성과는 없는 것 같다.


몇 주전 회사 선배 한 분이 회식자리에서 나에게 물었다.

"너 요새 오른쪽 눈이 불편하니?"

이전과 달리 조금 불편함이 느껴지는 것을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눈에 띌 정도로 이상이 있다고 생각해보지는 못했었다.

물론 이상이 느껴졌을 때 안과 검진을 받았지만 눈에는 이상이 없다고 결과를 받았고, 다만 안구 건조증이 오른쪽 눈이 좀 많이 심한 상태라 인공 눈물과 눈에 넣는 약(?)을 처방받았던 터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생활하는 데에는 큰 지장은 없었던 터라 선배에게는 안구 건조증이 심해서 그렇다고 이야기했지만 선배는 좀 더 진지하게 나에게 안과 검진을 받아 이상이 없다면 다른 큰 병원이라도 가보는 걸 권유했다.

"눈에 이상이 없다면 다행인데, 혹시 모르니 대학병원 같은 큰 병원에 가보는 게 낫지 않을까? 혹시 요즘 하는 일이 많이 힘드냐? 힘든 부분이 있으면 이야기하고.."

이런 증상이 있던 게 최근 몇 달 전부터 나타난 듯했었고, 주변 동료들도 간혹 눈이 불편한지를 물어보곤 했지만, 나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던 터라 그냥 안구 건조증이 심해서 그렇다고 이야기하면 다들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기에 나도 더 신경 쓰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그날 나를 포함한 누군가도 일이 힘들어서 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던 그 부분을 이야기해 주었던 선배의  듣고 나서 알게 모르게 의식을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이후 오른쪽 눈을 뜨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는 게 언제인지 신경 써서 확인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단순히 이야기해 줬던 선배의 지나친 관심 혹은 걱정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회사에서 바쁘게 처리해야 하는 업무도 산재해 있기도 했거니와 집에 돌아오면 둘째를 임신하고도 유치원에 다녀온 첫째 아이를 열심히 케어하는 아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미처 손길이 닿지 못한 집안일을 마무리 하느라 바빴다.

그러다 문득, 추석 연휴를 보내고 10월 한글날 연휴까지 이어지던 10월 초 어느 날.

눈 뜨는 일에 대한 불편함이 나도 몰랐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계속될 때면 해당 증상이 심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정말 심할 때는 오른쪽 눈을 편하게 뜨지 못하다 보니 오는 불편함과 밀려오는 스트레스가 증폭되어 편두통이 유발될 정도로 심했다.

그 이후, 조금 더 면밀하게 내가 세운 가설이 맞는지를 확인하고자 며칠간 신경 써서 확인한 결과는 내가 생각했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어떠한 경우로든 스트레스가 심해지는 상황이 되면 오른쪽 눈은 어김없이 불편해졌고, 스트레스가 없는 상황에서는 이런 증상이 없던 때와 같았다.


그러고 보니, 이 증상이 발현되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나도 모르게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던 것 같았다.

결과론적으로 그렇게 연결 지어 생각하는 것일 수 도 있겠지만,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지친 몸과 마음이 회복되지 않아 내가 해야 하는 것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더 하기가 힘들었다. 그저 아내와 첫째 아이가 잠자리에 들고나면, 멍하니 튜브 영상을 보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상태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고 아침에 일어나면 또다시 무거운 몸을 이끌고 회사로 출근을 하고 있다.


업무에 대한 의욕은 전보다 많이 줄어들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근하고 나면 엄청난 피로감과 무기력감이 몰려들곤 한다. 거기에 조금의 자극에도 예민해져서 체감하는 스트레스는 크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내도 최근 들어 나에게 많이 예민해졌다고 이야기하는 횟수도 잦아졌다.

찾아드는 무기력감과 피로감에 그동안 즐겁게 올리던 글쓰기고 최근 거의 한 달여간 중단 하다시피 했다. 글을 써야 하는 욕구도 느끼지 못했고, 글감 자체가 머릿속에 떠오르질 않아 글 쓰는 것이 조금은 두려워졌었다.

어딘가 느껴본 익숙한 기시감이 들었다.


번아웃이 다시 찾아온 건가


부랴부랴 황급히 인터넷에서 번아웃 증상 체크리스트를 찾아 체크해 보기 시작했다.

많지 않은 문항을 읽으며 최근 나의 상황을 돌이켜보며 답을 달고 결과 점수를 산정해 봤다.

[번아웃 증후군 체크리스트]
* 업무량이 너무 많다.
* 일에 대한 열정이 많이 줄었다.
* 만사가 귀찮고 일을 생각하면 피로감, 불편감이 느껴진다.
* 출근 후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없고 커피 없이는 집중이 안 된다.
* 잠을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고 더 빨리 지친다.
* 동료들에 대해 무관심해졌다. 만나기 불편하다.
* 짜증 등 감정 조절이 잘 안된다.
* 멍하니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 업무 성과가 많이 떨어졌다.
* 퇴근하면 녹초가 된다.
* 인생에 대해 생각하면 회의감이 든다.
* 불면증, 두통, 감기가 잘 낫지 않고 만성화된다.

- 그렇지 않다 : 0점
- 1년에 몇 번 : 1점
- 한 달에 한 번 : 2점
- 한 달에 여러 번 : 3점
- 1주일에 한 번 : 4점
- 1주일에 여러 번 : 5점
- 매일 그렇다 :6점

29~43점 : 경도 번아웃
44~57점 : 중등 번아웃
58점 이상 : 고등도 번아웃

체크리스트의 결과대로라면 현재 나는 고등도번아웃이라고 보였다.

겨우 일상을 되찾았다 싶었는데, 그때 완전히 벗어난 것이 아니었나 보다. 나 혼자서 극복했다고 착각했던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번아웃이 와서 힘들고 지치니까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래도 뭐라도 해서 극복해 보자는 생각이 든 것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다시 글 쓰는 것을 시작으로 다시 번아웃을 극복해 보기 위한 노력을 해보고자 한다.

물론 외부 자극에 대한 예민함도 낮추기 위해 업무를 하는 중간중간에도 잠시 숨을 돌리러 나갔다 오기도 하고, 아내가 추천해 준 마그네슘도 챙겨 먹기 시작했다.(마그네슘은 오른쪽 눈을 뜨는 것이 불편한 것도 혹시나 개선해줄까 싶어서 먹고 있다.)

아직은 여전히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이 되면 오른쪽 눈을 뜨는 것이 조금 불편함을 느끼고 있지만, 다시 시작한 글쓰기와 운동 등의 활동으로 조금씩 극복해보고자 한다.


그동안 글을 올리지 못했음에도 부족한 글을 꾸준히 읽어주신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려본다. 글을 쓰고 있지는 않았지만, 날 구독해 주시고 내 글을 그래도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실까 했는데 그래도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셨던 것에 솔직히.. 많은 위로를 받기도 했다.


감사합니다. 모두.




매거진의 이전글 삶의 걸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