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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들리 Wadley May 08. 2024

당신의 나라는 어디에 있나

영문표기의 환난기

로그인, 회원가입, 이메일 등록

이런 것들이 언제부터 피곤한 것이 되었을까.



분명히 기억한다.


대학교 입학식도 하기 전에, 신입생 OT 마치고 이제 막 친구가 되려는 그들과 삼삼오오 1층 로비 컴퓨터에 앉아 *음 이메일 주소를 만들고 있었다. 아이디를 뭘로 하지? 오히려 그때는 크게 고민 안 했는데, 그 주소를 20년 넘게 쓸 줄은 몰랐다. 나는 아직도 이메일 주소 1번은 아이디@h*nmail.net이다.


그때는 무언가 가입을 한다는 것이 그렇게 두근거리는 것이었다.


아이디를 만들고 비번을 정하고 이름과 주소와 폰 번호를 넣고 가입을 하면 반갑다고 메세지를 보내주었다. 신기하기도 했다. 여러 회사들이 나의 회사로 연결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들은 시기별로 잊지 않고 내게 편지를 보내주었다. 아파트 현관문 우편함은 날로 비어갔지만 나의 이메일 수신함은 날로 넘쳐났다.


그리고 안다.


오월은 감사의 달 선물을 사라, 지금이 세일이다 놓치면 안 됨, 요즘 피곤하신가 봐요 이걸 드셔요, 생일이네요 쿠폰 드립니다- 그렇다. 그들은 바지런하다. 아니 바지런한 프로그램들이 열일하는 세상이다. 이젠 중요한 메일보다 이런 메일이 넘쳐서 읽지도 않고 스팸으로 보내기 바쁘다. 종종 낯 뜨거운 제목이 알림으로 뜨면, 세상에 나는 그런 사람 아닌데 하다가, 세상에 나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내 정보를 뿌렸나 뒤통수가 따갑다.


고로 가입을 피해 '게스트로 로그인'을 선호하던 내가, 외국에 오니 다시 20년 전이 되었다.


혹시나 놓칠까 혹시나 모를까 혹시나 좋을까 하면서, 세상 처음 배우는 사람처럼 1년 사이 '가입'이 늘었다.

덕분에 내 메일함엔 두근거리는 제목의 영문편지들이 넘쳐나고 있다.


잠시만요, 배고플 시간 내가 도울게요.

머스탱을 가질 시간이에요!

00아 너를 위해 이번주 반값 할인을 준비했어.


이러니 어찌 가입을 안 하겠나. 그래 영어 공부는 이렇게 또 해보자 하면서.



우리나라의 이름은 무엇일까?


브런치에 간만에 올리는 이 이야기는 사실 여기서 시작했다. 우리나라 한국? 대한민국? 이것부터도 2개로 나뉘는데 우리나라의 영문표기는 무엇일까? 당연히 붉은 악마 티셔츠에도 커다랗게 새겨진 Korea가 맞을 텐데. 그런데 외국 사람들에게는 그렇지가 않은가 보다.


오늘도 새로운 사이트에 가입을 하려는데 이름을 넣는 칸 다음 국적에서 잠시 멀뚱해진다. 이번에는 뭘까.

Korea

South Korea

Republic of Korea

ROK

Korea(RO)

Korea(south)

Corea


수 백의 나라 이름 중에서 우리나라를 찾으려면 우리말이 ㄱㄴㄷ의 순서이듯이 알파벳 abc의 순서 안에서 찾아야 한다. K 또는 S 또는 R 그리고 또 다를지도 모르는 우리나라 영문 표기 이름의 시작, 위에서 보이는 것처럼 이렇게 다양하고 저렇게 다르다. 초반에는 여긴 뭐라고 적혀 있나 흥미롭게 찾곤 했다. 그러나 정말 중구난방 난리 부르스. 이젠 좀 서러워진다. 아니 내 나라는 하나인데 나라 이름이 이렇게 제각각이라니.


나는 도대체 어떤 이름의 나라 사람인가.


더욱 슬픈 건 수많은 영문 나라 이름의 A B C D를 위에서부터 찬찬히(언제 어떻게 적혀 있을지 모르니) 보다가 여기 있다 Korea 하고 눌렀는데 오래간만에 빨리 찾아 잘 눌렀다 했는데. 그것이 North Korea  또는 DPRK(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가 나의 국적으로 적혀 버렸을 때, 나는 왜 등골이 오싹한가 왜 깜짝 놀라며 두려움을 느끼는가 말이다. 도대체 이런 슬픔은 무엇인가.


Republic : 공화국 공화제 공동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


새삼 보인다.


함께 하는 목적을 가진 대중이(public) 다시금 하나로 묶인(re) 이 '리퍼블릭'이 <대한민국>에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도 모두 들어있다. 도대체 민주주의는 무엇이길래 북한의 공식 명칭에도 저렇게 버젓이 민주주의가 들어있는가. 결국 영어로도 한국어로도 모두 같은 마음을 공유한 우리들인데 왜 다른 나라로 나오느냐는 말이다. 도대체 남한과 북한은 무엇이란 말인가. 왜 우리는 Korea를 매번 다시금 찾아야 하나.


세계지도를 펼쳐보면 저 동쪽으로


작아도 기특하게 지난 70년 잘 살아낸 우리나라 한반도는 왜 이렇게 애잔하게 보이는가, 외쿡 사이트에 가입하다가 문득 서러워져서, 여수 밤바다를 들으며 호랑이 모양 위아래 모두의 고국을 생각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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