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새우며 애쓴 흔적은 어디에도 없고,
알고 보니 나는 어느새 들러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은,
가끔씩 한 치도 어김없더군요.
진심을 다했던 모든 순간조차
‘몰수’된 듯 외면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래, 이만하면 사람 보는 눈이 좀 생겼겠지 싶었는데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는
그 말만 염불처럼 되뇌게 되는 날들도 있었습니다.
억울하고, 허탈하고, 초라해져 버린 순간들.
잊을까 하면 반복이니,
원망은 어느새 절로 자리를 잡더군요.
처음엔 세상에게, 그다음엔 사람에게,
끝내는 나 자신에게까지 손가락질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두렵고 또 무섭고
세상은 갈수록 버거운데,
나는 왜 여기 이렇게 멈춰 있는 걸까?
그러다 지쳐,
누군가를 탓하니
잠시 후련하기도 했습니다.
모두 얼어 죽을 이 세상 때문이라며 소리쳐보기도 했습니다.
결국 남는 건,
누덕누덕해진 제 마음뿐이더군요.
그때서야 조금씩,
그 마음에서 물러나보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왜 나만?"이라는 물음에 여전히 답은 찾지 못했지만
그 질문에 계속 머물지 않겠다는 선택만큼은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몫이 되었습니다.
그게 어쩌면,
덧없는 원망에 가려졌던
‘극복’의 다른 말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인생길에 서 있으니
세상에, 사람에게 얻어맞은 듯한 일들이
여전히 제 곁을 맴돕니다.
완전히 괜찮아지긴...
그저 먼 일처럼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살아야 하기에
또다시 들러리가 되더라도
그 노력만큼은 제가 기억하고,
발등을 찍히더라도
진심만큼은 놓지 않기로 하며,
허탈한 순간이 연거푸 찾아올지언정
담고 있던 제 마음과 배려만큼은
결코 부끄럽지 않게 여기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한 걸음을 떼보려 합니다.
당신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