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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몽 Mar 15. 2024

메타몽단편_MBTI

듣고, 구분하고, 끼워 맞춘다.

 바야흐로 MBTI의 시대입니다. 사실 유행을 탄지는 시간이 오래 지났고 이런 생각을 가진지는 그보다 비교적 최근의 일인데요. 처음 보는 무엇인가를 자신의 이해 범주 안에 넣고, 파악해 보려는 습성은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해가 힘들다면 이해하기 쉽게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내곤 하죠. MZ세대라는 말을 MZ세대가 만들었을리가 없습니다.  


 경험상 MBTI는 꽤 정확하여 결과값만 듣고 그 사람을 추정해도 거의 맞아떨어지는 신묘함을 가졌는데요. 사주팔자에 열광하는 시대에 살면서 이렇게 정확도 높은 측정 기준을 사람들이 다시 놓아줄리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본인의 기준과 조금 괴리가 있더라도, 가령 내향적으로 보이는 E유형의 사람을 만나도 너는 I이고 싶어 하는 E라고 이야기하면 그만이기도 하고요. 


 그리하여 사람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MBTI 이야기는 이제 나이와 사는지역 만큼이나, 어쩌면 그 이상으로 중요한 스몰토크 주제가 되었고 어색한 사이라면 그 사람의 MBTI를 맞춰가는 과정도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드는데에 한 몫을 하곤합니다. 하지만 저는 여유가 있다면 그 사람의 MBTI에 대해 알고 싶지 않아하는 편입니다. 


 MBTI가 유행하기 훨씬 이전에 대학교 수업에서 이 검사를 해본 적이 있는데요. 결과는 아마 지금과 동일하게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는 잘 인식하지 못했지만 유행 이후 저는 각 알파벳이 의미하는 바를 습득하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했습니다. 미성숙한 저의 고정관념의 한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그 사람의 MBTI를 듣고도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분류하지 않는 것이 제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래저래 나와 소중한 인연을 맺은 그 사람을 프레임안에서만 평가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사람을 평가하고 구분하는 것에 대해 익숙하지만 관념적으로는 그것을 멀리하려고 합니다. 가령 학력으로 사람을 평가한다던가, 지역이나 피부색으로 나누어 차별한다던가 하는 것에는 거부감을 보이지만 MBTI에게 있어서 만큼은 놀라울 정도로 관대합니다. 어쩌면 전자는 우열의 구분, 혹은 특정 집단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지만 MBTI는 줄세우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국내정서상 근시일 내에 일정 부분 서열화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듭니다. 어쨌든 저는  아직 현대사회에서 이렇게 공평하고 편안하게 적용될 수 있는 잣대를 알지 못합니다. 


 인간을 16종으로 분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미 사람들은 은연중에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분이 얼마나 달콤하고 용이한지. 심지어 가벼우며 무례하지 않아 듣는 사람의 기분이 상할 일도 없습니다. 듣고, 구분하고, 끼워 맞추는 모든 과정은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각자의 개성은 언제나 그 틀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T중 가장 F인 XXXX, P중 가장 J인 XXXX. 


 이 글을 보는 독자님의 무의식도 어떠한 잣대를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좋게 말하면 통계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편견이겠죠. 항상 그 잣대가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길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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