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왕자 : 단발모리 팔로워 애칭
안녕 공주! 나 단발모리야. 매번 인스타에서 만나다가 이렇게 편지로 만나는 건 또 처음이네. 누군가에게 이렇게 긴 편지를 쓰는 건 또 정말 오랜만이라, 왠지 쑥스럽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그렇다.(/ω\*)……… (/ω•\*) 우선 이렇게 내 편지를 구독해 줘서 정말 고마워. 뭔가...! 인스타보다 조금 더 가까워진, 친해진 기분이라 참 좋다. 내 편지가 한 주를 열심히 살아낸 공주의 선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정성 들여 적어볼게.
오늘은 어떤 내용에 대해 이야기할까 고민하다가, 음. 내가 편지를 쓰게 된 계기에 대해 소개해 보는 건 어떨까 싶었어. 그럼 첫 번째 편지, 시작할게!
여담이긴 한데, 단발모리 계정을 운영하면서 만화 댓글이나 DM으로 (혹은 만나서) 내 콘텐츠 덕분에 용기가 생겼다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해 주시는 분들이 종종 계셔서 신기했었어. 나는 SNS 속의 사람들처럼 전문성이 엄청 뛰어난 것도 아니고, 또 엄청 외모가 뛰어거나 한 달에 천만 원을 버는 그런 화려한 사람이 아니거든. 그런데 어떻게 사람들이 나를 보고 힘을 얻을 수 있었을까 궁금해지더라고.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내가 인스타를 2019년도에 시작했거든. 그때 나를 팔로워 했던 분들은 내가 신규 간호사에서 중간 연차가 되고, 병원을 나와 마케터 일을 하고, 프리랜서를 도전하는 지금의 순간까지 모두 함께해 주셨어. 내 성장의 전 과정을 나의 콘텐츠를 통해 지켜봐 주신 거지. 그 과정 속에서 결국 사람들은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두려움을 딛고 용기 내어 한 발자국 나아가는 모습을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싶더라.
사실 2021년까지만 해도, 나는 그냥 평범한 간호사였거든. 일이 익숙해지고 연차가 쌓이면서 병원의 부조리를 보며 불만만 많아지고, 일이 끝나면 동기들과 만나 못된 선임을 욕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음 날에는 출근하기 싫어 이불 속에서 몸부림 치던...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 중 한 명이었어.
그러다 문득 '내가 내일 당장 죽는다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아무래도 생명을 다루는 일을 하다 보니 더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 간호사로 일을 하면서 20살에 암으로 항암치료를 하는 친구를 보면서 삶이란 무엇일까, 종종 생각하곤 했거든)
세상에, 그렇게 생각하니까 당장 하고 싶은 걸 해야겠더라. 이대로 죽기엔 아쉬운 게 너무너무 많은 거야. 그래서 몇 개월간의 고민 끝에 병원을 나오게 되었고, 인스타그램에서 꾸준히 간호사 만화를 그리던 것이 기회가 되어 간호사 회사의 마케터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인스타툰으로 나의 생각과 경험을 전하는 툰을 더욱더 많이 그리기 시작했고, 덕분에 나의 꿈을 찾고 더 나아가 나와 같이 꿈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많은 공주 왕자들을 만나게 되었지.
그 뒤로 나도 정말 많이 변했어. 삶을 좀 더 능동적으로,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고 내가 되고 싶은 모습에 서서히 다가가기 시작했달까. 조금 오글거리지만, 이런 과정 속에서 자신을 많이 사랑하게 된 것 같아.
돌이켜보면 이게 다 내가 그때의 나를 기록하고 사람들에게 공유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인 것 같아. 간호사 일을 하면서 내 스스로를 돌아보고 나를 찾기 위해 시작했던 인스타툰이 쌓이고 쌓이면서 나의 스토리를 만들고,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꿔준 거지.
그래서 혹시 내가 지금 너무 가진 게 없고 부족하다면 생각하는 공주가 있다면, 오늘의 나의 생각과 감정을 꼭 기록해 두었으면 좋겠어. 나처럼 만화도 좋고 글도 좋고. 기록을 하다 보면 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기 때문에 나를 잘 알게 되고, 더 나아가 그게 나를 성장시키는 발판이 되기도 하거든.
서론이 길었네. 아무튼!
그래서 내가 독립 일기를 시작하게 된 거야. 인스타에서는 많이 표현하진 않았지만 사실 나도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고 스스로 일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처음인지라 많이 두렵고 떨리거든. (몇 날 며칠 원인 모를 우울이 찾아와서 갑자기 눈물이 나기도 하고,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아 좀 힘들었지 뭐야 후우..�) 가야 할 길이 정해져 있지 않고, 내가 발로 뛰지 않는 이상 혼자일 수밖에 없어서 정말 사막 한가운데에 똑떨어져 있는 기분이 들곤 했어.
지금까지 이럴 때 기록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곤 했거든. 그래서 독립 일기를 통해 마음을 다잡고 싶어 시작하게 되었어.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 생각, 그리고 경험하는 것들을 적어 내가 성장하는 과정을 어딘가에 남겨두고 힘들 때마다 꺼내보기 위해. 나의 반짝이는 꿈을 잃지 않기 위해. 그리고 언젠간 내가 엄청 엄청 유명한 사람이 되어서(?) 혹은 자식에게 '내가 이렇게 멋진 사람이었단다', '나 처럼 살아라' 이렇게 말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ㅎㅎㅎ
그리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나의 성장 과정이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어 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공주와 함께 공유하게 된 거지. (공주랑 나는 앞으로도 같이 성장할 사람이니까!) 10년 뒤, 20년 뒤 내가 어떤 모습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앞으로도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 잔뜩 하며 사는 삶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한 새로운 것들을 많이 시도해 보려고 해. 사실 아직도 많이 불안하긴 하지만, 마음 잘 다잡고 열심히 나아가 볼게!
단발이가 유용하게 쓰는 기록 법 4가지
1. 인스타툰
내 삶 속에서 큰 이벤트가 있거나,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정보나 생각이 있을 때 정리해서 만화로 기록해 두는 편이야. 인스타 피드만 봐도 내가 뭘 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도록!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많은 기회들이 찾아왔어.
2. 영감 달력
뭔가를 만들고 싶거나, 하고 싶은 게 있거나, 재미있는 기획이 떠오르면 달력에 적어두고 꺼내보는 편이야. 한 유명한 카피라이터 분이 그랬는데, 메모는 날아가는 시간을 붙잡는 것이라고 하시더라고. 나의 번뜩이는 생각이 날아가지 않도록 항상 어디에 필기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어. (노션 프로그램 사용)
3. 일기 달력
정말 내 솔직한 생각을 쓰는 편이야. 생각해 보면 보통 힘든 날 쓰는 것 같더라고. 마음이 힘들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생각을 정리하곤 해.
4. 일주일 회고
함께 퇴사한 헤그랑(유튜버) 선생님과 업무 달력을 만들어 매주 일요일 회고를 하고 있어. 잘한 일, 아쉬운 일, 다음 주에 해야 할 일들을 적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보내지.
이 밖에도 회사에서 배운 업무를 정리하기 위해 전자책도 제작해 봤고, 매일 30분 영어 공부한 내용을 적는 달력도 있어. 이번 뉴스레터는 나의 홀로서기 일대기를 기록하기 위함이고.
기록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정말 3~4줄이라도 적어보는 건 어떨까? 내 편지를 보고 느낀 점, 혹은 답장을 적어줘도 좋겠다. ㅎㅎㅎ(흑심)
[오늘의 사연]
나는 퇴사를 한 달 반 정도 남겨둔 임상병리사야. 직장 생활은 총 3년 정도 했고, 비정규직이라는 불안정한 상황과 업무의 아쉬움이 퇴사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가 되었어. 임상병리사로도 업을 이어 나가고 싶지만 취업 상황에서 과연 내가 원하는 자리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또 이 일이 아니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분명 있을 것 같은데 무엇인지 몰라 답답하기도 한 상황이야. 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음, 일단 지금 상황에서 내가 어떤 길로 나아가고 싶은지 생각을 정리해 보는 시간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당장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이 불안감이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거야. 생각보다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스스로의 상태를 잘 모르더라고. 그래서 꾸준히 나와의 대화가 필요한 것 같아.
최근에 나도 퇴사 후 원인 모를 불안감과 우울함 때문에 많이 힘들었는데, 백지에 아주 길게 예상되는 원인들을 적어보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쭈욱 적어보고 하나씩 실천해 나가니 마음이 조금 가라앉더라고.
생각보다 마음의 변화는 아주 작은 행동으로부터 시작되더라.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먼저 정리해 보면 좋을 것 같아. 나의 휘뚜루마뚜루 답변이 도움이 되길 바라며...♥️ 힘내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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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은 회사 없이 일하는 프리랜서 독립과정을 담은 '단발이의 편지 : 독립일기'의 한 부분입니다 :) 제 이야기 뿐만아니라 구독자 분들의 다양한 사연과 고민들을 함께 나누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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