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꿀꺽하우스 Aug 17. 2022

1화_어? 비취색이다

초록, 파랑 그리고 누르스름한 색 

 

 밀면을 먹고 나오는 길 주차장에서 비취색이 박힌 문을 만났다. 계절은 이미 겨울에서 봄으로 옮겨간 지 오래였고 꽃망울을 터뜨리기 직전의 벚꽃처럼 우리들의 계획과 건물 계약 건도 모두 실행 직전에 놓여 있다. 



 '세상에 비취색이 이렇게 많았나?'



 팀 워크숍을 하던 날 불현듯 우리 눈에 들어온 숙소 조명은 녹색과 푸른색, 이따금 누런빛을 띠고 있었다. 잠에 취한 것인지 밤새 마시고 있던 에너지 드링크에 취한 것인지 그 색은 오묘하지만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날부터였다. 팀 카톡방에 <비취 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가 펼쳐진 게. 


 이름을 부르면 다가와 꽃이 되는 것처럼 어떤 색상을 비취색이라 인지하고 이름을 붙여준 이후로 우리 일상과 온 신경은 그 색깔로 물들었다. 어느 건물의 창에서, 책 표지에서, 누군가의 핸드폰과 텀블러, 그리고 밀면을 먹고 나온 주차장 대문에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신기하고 놀랍고 재미있고 감동적인 비취색의 이야기를 각자의 핸드폰으로 밀도 있게 취재, 아니 순간 포착하여 전달했다.



비취 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단체 카톡방은 온통 비취색으로 물들었다.
미래의 양조장, 작업복, 차량까지. 돈 많이 벌자!



 비취색은 참 오묘하고 다채로운 색깔이다. 이를 누군가는 '민트색', '옥색'이라고 하는데 이 색에 대해 설명할 것들이 많아 보여서 익숙한 색상의 이름을 붙여두었던 것은 아닐까. 처음 우리끼리 같은 비취색을 떠올렸을 때 민트색, 밝은 녹색 등 의견이 분분했던 것처럼 보는 이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니 말이다.






 처음엔 '브랜드는 키 컬러가 있어야 한다'는 어떤 의무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사람들의 마음에 쉽게 떠오르고, 동종 업계와는 다른 방식으로 제안하고 싶고, 세상 어디에도 없던 그런 색깔을 우리의 컬러로 가져가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매주 회의를 하고 진득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한 컬러로 정의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오히려 기본으로 돌아가 우리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우리에게 편안한 컬러를 무채색 위에 한 방울 한 방울 떨어트리듯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게 어떨까 하는 마음. 그 첫 방울이 '비취색'이었으면 하는 마음.

 


비취색 翡翠色 ▁ 고운 청자의 빛깔은 회색빛 흙으로 그릇을 빚은 후 유약을 씌우고 고온에서 구우면 빛의 산란과 굴절 작용으로 우리 눈에는 푸른빛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가마 안에서 산화 과정이나 태워 사라지는 현상들에 의해 푸르게도 누렇게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순백의 쌀▁로 빚은 술이라도 만들어지는 과정, 현상, 재료들로 다양한 색과 맛으로 탄생합니다. 하나하나 자기가 머금은 색깔을 뿜어내는 청자처럼, 꿀꺽하우스 공간에서 탄생한 술들이 각기 다양한 모습과 색깔로 여러분들 일상에 스며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 흰 쌀알로 빚은 술에 다양한 과정이 겹겹이 쌓여 다채로운 색과 맛을 내는 것처럼 우리가 빚어내는 술들도 한 키워드에 갇히지 않고 다양하게 전개해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비취색을 통해 전한다. 



지금 보니 공사기간의 첫 가림막은 거의 민트색이다. 아직도 어려운 비취색.
우리에게 달라붙는 색들을 찾아 시장을 돌아다니고 먼지를 뒤집어쓰며 오랜 물류 창고를 뒤지고  
그렇게 밑에서부터 서서히 청동색으로 물들어가는 구리(왼)부터, 차츰 자리를 잡아가는 우리만의 비취색



 그렇게 떨어트린 첫 방울이 공간에 천천히 자연스레 스며들고 있는 중이다. 누군가에겐 밝은 민트색, 옥색, 청록, 누르스름한 색깔로 불릴지도 모를 일이다. 뭐, 그럼 어떠한가.


 우리가 '비취색'이라 칭하고 일상 곳곳에서 생각보다 많은 비취색을 포착해낸 것처럼, 사람들에게 '어? 저거 꿀꺽하우스가 말하던 비취색이다' 그렇게 꿀꺽하우스에서 만들어내는 술도 그들의 일상에 자연스레 떠오르고 녹아들길 바랄 뿐.







지금 보니 워크숍 숙소 천장에 달려있던 조명은 누르스름에 가깝네..?
















작가의 이전글 [프롤로그] 일층과 삼층 사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