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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가수, 한대음 3관왕

- 폭포를 거스르고 역성에 동참한 팬의 기쁨 -

by 일 시 작 Mar 07. 2025
차곡차곡 팬심


누군가의 역성을 들어준다는 건 때론 무모해 보이지만 든든함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건 아주 큰 기쁨이다.




폐허가 된다 해도 난 나라는 시대의 처음과 끝이기에 '나'로 잘 살아보자 해서 노력했고, 때때로 공허감이 온다 해도 삶을 공허에게 바치는 건 이제 됐다고 해서 허함을 마주하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작년, 실패한다 해도 시대를 거스르는 역성에 동참하겠냐 해서 그의 말에 따랐다. 마음속으로 무조건 역성을 들어주면서. 이승윤가수와 함께 한 3년의 발자취다.


'나는 배 아픈 가수다'로 출발한 그의 음악은 배가 아프고 화가 날 때마다 거칠지만 정제된 가사와 멜로디로 나에게 다가왔다. 처음엔 농담으로 받아들였는데 울분(?)이 차 오를수록 그의  노래는 완성도를 높여가는 느낌이다.  특히 이번 3집이 그렇다.


거스르지 못하는 것들을 거슬러보겠다는 그의 의지가 강하게 느껴지는 곡들이다. 지난번 장충체육관 공연에서 발표한 8곡에 7곡이 더해져 총 15곡이다.

자신만의 예술을 꿈꾸면서도 내 노래가 매진되기를 바라는 역설적인 가사를 담은 '솔드아웃'~

세상이 만들어 놓은 체스판에서 한 번 벗어나보자는  '검을 현'~

1분이라는 전주를 거쳐 6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폭포를 뒤엎으면 분수가 된다는 가사로 관성을 거슬러 보자는 주제를 담은 '폭포'~

차분하게 시작해 당차고 장엄한 사운드로 우린 슬로건이 아니야. 잃어버린 모든 것들을 되찾겠다는 내용을 담은 '역성'~

모든 곡들이 깊은 울림을 준다.


얼마 전 한 인터뷰 영상을 봤다.

늘 한 발짝 뒤로 빼는 듯한 분위기였는데 이번엔 좀 달라 보인다라는 질문을 받은 이승윤. 이번 역성 앨범은 정말 음악 하길 잘했다고 느낀다. 멤버들과 처음부터 같이 작업해서 이뤄낸 결과라 생각한다. 모두에게 감사한다 라는 멘트와 더불어 1분 이상의 전주가 이어지는 '폭포'에 대해선 이런 말을 덧붙였다. 다들 하지 말라 했다. 전주가 너무 길어 듣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우리가 음악에 진심을 담아 연주하면 설령 그것이 요즘의 유행에 따라가지 못한다 해도 누군가는 그 진심을 들어줄 거라 생각했다.  그게 통하는 순간이 언젠간 올 거라 생각했다. 노래가사와 맞닿아 있는 그의 생각과 말이 깊은 울림을 주는 순간이었다.


매일 듣는 노래이거늘 어쩜 이리 사운드가 웅장하고 가사가 울림이 있는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이 누군가에게 닿은 걸까?

지난달 27일 열린 제22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악인, 최우수 록 노래, 최우수 모던록 노래 부문에서  3관왕이 되었다. 10년 동안의 무명생활이(이젠 무명이 아니지만) 그만의 철학적인 역성의 색깔이 빛을 발한 것 같아 정말 기뻤다. 사실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설레고 기분 좋아 노래와 인터뷰 내용을 매일 본다.


이날 이승윤가수는 내 노래가 이 시대의 감정이나 순간과 공명하고 있음을 느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자신의 노래가 시대를 외면하지 않고 동시대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러면서 앞으로도 여러분의 서랍, 주머니, 화분 등 모든 곳에 틈틈이 깃드는 시대를 잊지 않는 음악을 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 가수의 역성혁명에 동참해 무조건적인 역성을 들어준 것에 대한 보답을 받은 느낌이다. 그런 음악인으로 존재하는 것이 그의 소명이라면 팬으로 존재하는 것은 나의 권리이자 의무다.


이젠 나를 마주한다.

삼월의 어느 날, 삶에서 무엇을 따르고 무엇을 거스를지 나의 역성을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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