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 시 작 Jan 05. 2024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나를 변화시키는 방법

-  꾸준함의 힘 -

차곡차곡 일상


2024년 청룡의 해가 밝았다. 푸른 용처럼 힘차게 승천하자는 말을 여기저기서 듣는다. 늘 이맘때면 그 해의 동물을 인용해 올 한 해도 잘 지내보자는, 잘 나아가보자는 말을 주고받으며 결의를 다진다. 하지만 이런 대찬 기운의 뒤에는 작심삼일이라는 약한 마음도 있으니 이중 누가 이기느냐는 순전히 나의 몫인 것 같다. 


불과 며칠 만에 내 의지를 접으며 '난 이거랑 안 맞나 봐' '아이 입시가 끝나면 운동해야지' '지금은 바쁘니 다음번에 해야겠다'라는 세월이 십수 년이었다. 안  맞는 게 아니라 꾸준히 안 한 거였고, 아이 학업은 일 년 더라는 변수가 있었으며, 바쁘다는 건 나를 정당화시키기 위한 멘트였다는 걸 딸의 재수시기에 알게 되었다. 


왠지 모를 불안감과 걱정을 덜어내려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 만 2년이 다되어 간다. 많이 쓴 것도 아니고 잘 쓴 것도 아니지만! 그저 소소한 일상을 쓰다 보니 조금씩 나를 변화시키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건 바로 꾸. 준. 한. 끄적임이었다. 얼마 전 새로운 끄적임을 시작했다.


바로 칭찬일기. 

벌써 2년째 하고 있는 일이라고 의기양양하게 말은 하지만 실은 작년 12월 8일부터 쓰기 시작했으니 채 한 달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자신 있게 얘기하는 건 나의 소소한 하루를 의미 있는 즐거움으로 바꿔주기 때문이다. 평범한 한 문장이 오늘의 나를 쓰다듬고 내일의 나를 응원하는 힘이 되어준다


뭐 특별한 방법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혹시) 궁금한 분들이 계시다면~

1. 날짜와 요일을 쓴다. 앞으론 날씨도 적으려 한다. 반 년 후 그날의 날씨와 칭찬 내용의 상관관계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2. 5분 정도 오늘을 회상한다. 칭찬거리를 찾는다. 

3. 쉬운 단어로 짧게 한 문장을 쓴다. 이게 포인트다!

멋드러진 단어를 찾거나 길게 쓰려하면 바로 짐(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러니 단순하게 쓸 것.

4. 칭찬할 거리가 없을 땐 의식주 얘기를 쓴다. 밥을 잘 먹은 것도 옷을 골라 입고 나갔다 온 것도 당연해 보이지만 나의 노력이자 선택이니까.

5. 할 일을 다 못했을 땐 내일(다음)을 위한 힘찬 응원의 한 마디로 마무리하면 된다.

6. 그래도 아무것도 없을 땐 그땐! 지금 이 순간 끄적이고 있는 나의 시도를 칭찬하면 된다. 

12월 19일과 20일에 쓴 내용이다.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썼으나 교보에서 딱 한 장 읽었다. 그래도 썼다. 첫발을 내디뎠으니. 또 지나간 일이 생각나 그것 역시 덧붙였다.다음날엔 집에서 저녁 차린 것도 썼다. 아니 이런 걸! 이랄 수도 있지만 외식의 유혹을 뿌리쳤다는 의미에서 나를 칭찬한 거다. 처음엔 칭찬과 응원의 글로 시작했지만 요즘은 읽은 책이나 카페에서 누구와 무엇을 먹었는지도 써놓는다. 내가 살아온 하루를 야사와 정사를 넘나드는 역사로 기록해 놓는 느낌이다. 


이건 새로운 끄적임은 아니지만 매년 하는 일이기에 적어본다.

연말에 쓰는 새해의 계획표다. 2015년 12월 30일부터 남편과 아이와 함께 쓰기 시작했다. 기왕 살아갈 일 년 몇 가지 적어놓고 시작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실제로 각자의 내용들이 방향등이 되는 걸 보면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것 같다. 


A4용지 한 장을 식구 수대로 잘라 거기에 각자의 새해 바람을 적은 후 크게 소리 내어 읽는다. 이때 전 해에 기록한 것을 보며 서로의 노고를 보듬어준다. 잘했건 못했건 상관없다. 일 년을 잘 지내고 다시 같은 자리에서 같은 구성원과 서로를 이해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이 중요하니까.


특히 이건 사춘기 자녀가 있는 집이라면 더 권하고 싶다. 아이가 중 1이었던 16년 친구 문제 잘 해결하고 멘탈 강해질 것, 내가 나일 것이라고 써 놓은 것을 보고 우린 아이를 응원했었다. 말하기 싫고 힘들어 하는 사춘기 아이에게 글로 담담하게 응원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었다.  9년이 지난 지금 우린 또 다른 고민을 하며 서로의 갈 길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일이 잘 안 풀릴 때가 꽤 많았다. 겉으론 밝은 척했으나 속으론 많이 울었다.

그러면서 세상일이 만만치 않음을 느끼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봤다. 그건 나를 바꾸는 일이더라.  


현재 역시 돈을 많이 번 것도 남들이 말하는 성공을 이룬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제 조금은 안다. 나를 변화시키는 건 내 자리에서 소소한 일을 꾸준히 써 나가는 것임을. 이것이 내가 바라는 진정한 변화이자 성공이라는 것을 말이다.


* 오늘의 단어는 기록 きろく(기로쿠)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이리하여 난 보건소에서 관리받는 사람이 되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