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스토리에서 활동 중이신 <샤론의 꽃> 작가님이 쓰신 <나는 행복한 요양보호사입니다> 오디오북을 낭독했습니다.
꿈과 희망 출판사에서 나온 이 양순작가님의 이 책을 처음 본 순간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담다'라는 표현이 너무나도 마음에 와닿아 단숨에 읽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힘든 인생을 사신 지선할머니.
수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가슴에 새겨진 주홍글씨를 지우지 못하고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가슴에 맺힌 한을 안고 사신 분.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하늘 높이 날아라 우리 비행기.." 70여 년의 세월을 거꾸로 돌려놓아 순수한 어린이가 된 듯 아니면 인생은 이런 것이다 라고 느끼는 듯 건조하게 담담하게 동요를 부르시는 할머니의 종이비행기 노래가 지금도 귓전에 맴도는 이야기였어요.
아리랑을 입에 달고 사시는 할머니.
두 부부가 같이 입소했으나 할아버지는 거동이 힘들고 할머니는 거동은 자유로우나 과거 속에 멈춰버린 고장 난 시계를 안고 계셨어요. 같이 있으면서도 늘 남편을 그리워하는 할머니는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났네"를 부르며 남편에 대한 사랑을 갈구하고 떠난 아들을 그리워하는 하루하루를 살고 계셨습니다.
뇌졸중 할머니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하던 할아버지.
할아버지도 건강이 악화되어 이젠 며칠에 한 번씩밖에 못 오시지만 그때마다 할머니를 운동시키고 화장해 주며 서로의 그것을 확인합니다. 그날도 폐렴증세가 심해진 할머니를 만나러 휘청거리는 몸을 이끌고 아침 일찍 오신 할아버지를 보며 할머니는 그것을 또 확인하죠. 그것은 한평생 이어온 묵직하고 고귀한 사랑이었습니다. 할아버지의 따뜻한 손길을 확인하고 할머니는 잠들듯이 조용히 눈을 감으셨어요.
어린 자식 셋을 외면했던 아버지.
요양원에 큰 아들만 그것도 긴급할 때만 찾아오는 할아버지의 사연입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집을 나가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리고 그것도 모자라 그 집에 찾아온 삼 남매를 모질게 쫓아낸 아버지였죠. 세월이 흘러 늙고 병들자 계모는 아버지를 큰 아들집에 버리고 떠나버렸습니다. 부모 때문에 속 썩고 살아온 인생이라며 하소연하면서도 그래도 부모이니 도리는 해야 한다는 큰 아들의 지친 발걸음에 마음이 많이 아픈 이야기였어요.
굴곡진 인생을 살아오신 어르신들의 사연을 읽어 내려가며 요양원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내 가족, 내 이웃의 일이고 그건 바로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힘들었던 삶을 거쳐 이제사 희망의 노래를 부르시는 그분들의 내일이 밝게 떠오르는 태양처럼 꼭 왔으면 좋겠습니다. 요양원에서 일어나는 일들, 그분들을 위해 많이 애써주시는 요양보호사님들의 노고에 대해서도 알게 된 책입니다.
더불어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되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P.S. 유독 노래가 많이 나오는 책이에요. 가슴 아픈 사연에 덧붙여진 곡들이라 읽다가~ 노래하다~ 울컥한 일이 많았어요. 꼭 읽고 꼭 들어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윌라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영상은 11장 아리랑을 부르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