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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Jun 26. 2023

다시 시작하는 임신준비 일기 #4

생리가 찾아올 때


어김없이 그 사람이 찾아왔다. 바로 '홍양'

 주말을 열심히 보내고 집으로 와서 화장실에 묻어있는 그 사람을 발견했다. 한달에 한번씩 찾아오는 그 사람이지만 이번만큼은, 지난 일년간은 유독 그 사람이 반갑지 않았다.


 임신을 작년 5월부터 준비했다고 치면 벌써 딱 1년째가 되었다. 물론 중간에 일을 겪기는 했지만.

 3월부터 열심히 노력했고 이번달은 마음을 놓는다고 했지만 이틀 먼저 찾아온 생리 소식에 우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혹시나 이틀이나 먼저 찾아와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착상혈을 검색해봤다.

 착상혈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확인하는 선분홍빛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확인한다.

 아침에 생리대를 확인했을 때 생리혈이 많이 나오지 않은 것을 보고 다시 한번 착상혈이었나 하고 생각하지만 오전이 지나고 생리대를 확인해보니 바로 아, 생리이구나 하고 알게 된다. 하루정도 생리가 일찍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기분이 축 쳐진다.

 비도 오고 일을 하기 싫은 기분이 든다. 


 임신을 준비하면서 '생리'는 빼놓을 수 없는 적이자 동료이다. 생리의 양은 그달의 자궁내벽의 두께를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고 난임병원을 갈때 생리기간에 가야 검사할 수 있는 항목들이 참 많다. 생리가 정상적인 주기에 잘 찾아오는 것은 아주 중요하고 정상적으로 하지 않으면 언제 배란이 될지 몰라 임신을 하는 것이 참 힘들게 느껴진다. 그래서 생리 주기를 맞추기 위해 약을 먹기도 하고 정상적인 생리주기를 보내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생리를 시작한다는 것은 임신에 실패했다는 말이다. 착상이 실패하고 나의 자궁 내벽이 흘러내린다. 아기를 만들기 위해 준비했던 내벽의 피들이 흘러내리면서 다시 한번 새로운 집을 만든다. 집을 만드는 일주일의 시간은 정말 힘들다. 생리대를 가는 것도 힘들고 생리대를 보면서 임신에 실패했다는 생각도 힘이 든다. 그런 일주일을 보내고 나면 다시 한번 임신 시도를 해야한다. 배테기도 보고 배란초음파를 보기도 하고 어쩌면 난임병원에 가서 검사도 하고 난포를 키우며 과배란을 유도해 인공과 시험관을 하기도 한다.


 5월 9일에 난임병원을 예약하고 5월, 6월의 기간이 흘렀다. 이제 7월의 임준을 하면 진짜 병원에 가게 된다. 그 안에 솔직히 될거라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되지 않으닌까 좀 답답하기도 하다. 그래서 매일 임테기를 보며 울고 실망하고 우울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그래도 다시 한번 잘 일어나려고 꾸준하게 노력 중이다. 병원에 가서 조영술도 해보고 약도 먹고 어쩌면 인공과 시험관을 하다보면 잘 될 수도 있으닌까. 너무 걱정하지는 말자.


 걱정을 하다보면 끝이 없고 스트레스도 엄청나다. 사실 임신실패의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 나의 생활의 관건이 되고 있다. 직장에서도 임신에 대한 생각 때문에 집중할 수 없고 실패했다는 생각, 왜 착상이 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 숙제에 대한 부담감 등 다양한 생각들이 들어서 계속 검색을 해보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다른 일에 집중을 해야하는데 전혀 할 수 없는 임신이라는 굴레에 갖혀버린 기분이다.

 임신에 실패하면 나는 실패한 사람인가? 라는 생각을 할 때,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실패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서 정말 힘들다. 남편과 사랑하며 사랑의 결실로 아이를 낳고 싶었고 아이를 키우며 엄마와 아빠가 되는 기분, 세상에 누릴 수 있는 또 한가지의 행복을 누리려는 시도들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다. 나보다 더 오랫동안 준비하는 모든 분들이 정말 대단하다. 


 나도 언젠가는 임신에 성공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런 날이 분명 올거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조금의 더 힘을 내보기 위해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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