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소 Oct 20. 2023

내가 난임이라고?

 난임. 임신하기 어려운 일. 또는 그런 상태.


  임신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는 정말 생각도 하지 못했다. 내가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에는 '고딩엄빠'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 프로그램에 따르면 10대의 고등학생 또는 중학생들이 사고를 쳐서, 한번에 혹은 부주의로 인해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른다. 성인이 되어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 프로그램은 준비된 임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기도 하고, 미성숙한 상태에서 임신을 했지만 아이를 열심히 키우는 젊은  엄마아빠들의 모습이 얼마나 대단하고 숭고한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엄마아빠를 이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때때로 감동으로 다가왔다.


 우리엄마와 아빠도 언니를 혼전임신으로 낳았다. 부모님의 러브스토리를 들은 적이 있는데, 술을 먹고 아이가 생겼다고 말씀해주셨다. 우리 언니다. 그리고 나를 낳고 동생도 낳으셨다. 엄마는 임신이 너무 잘되서 임신 기간에도 농사일을 하고 가끔은 한잔의 술도 먹었다는 말을 해준 적이 있다.(그렇다고 엄마,아빠가 무책임하지는 않으셨다. 최선을 다해 우리 삼남매를 키우셨다.)  그런 엄마는 나의 '난임' 소식에 엄청나게 슬퍼하셨다.


  고딩엄빠의 사례, 엄마아빠의 사례, 혼전임신으로 결혼한 친구들의 이야기 등을 통해 나는 임신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신혼 1년간 철저하게 피임을 했다. 남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관계를 할 때마다 피임에 실수를 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신나는 신혼기간을 보내고, 남편과 딱 1년이 될 때부터 본격적인 임신 준비를 시작했다. 병원에 가서 풍진주사도 맞았고, b형 항체가 있는지도 확인했다. 그러면서 임신을 시도했다. 생리주기가 정확한 편이었지만 배란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해, 배테기를 사용하며 임신을 준비했다. 그리고 5개월만에 임신에 성공했다. 한방에 될줄 알았던 임신이 이렇게 어려운지 알면서 조금씩 초조해갈때쯔음이었다. 시간을 보내는 중에 임신에 성공했고 기뻤다. (사실 그 달에는 임신이 될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임신에 대한 기대가 없었는데, 임신했었다.)

 8주차쯔음 되었을 때, 심장소리를 듣고 절박유산 진단을 받았다. 피고임이 있었는데 전혀 작아지지 않았다는 이야기와 함께 병가를 내고 쉬고 있는 중 결국 유산을 했다.


 유산의 슬픔으로 정신을 못차리고 있으면서 엄청난 스트레스에 이석증까지 걸렸다. 이석증을 극복하고 일을 하면서 도전했는데 그 흔한 시약선도 보지 못했다. 시약선도 보지 못하고 스트레스는 쌓여가고 점차 내 삶을 임신,임신,임신에 모든 것이 초점이 맞춰졌다. 난임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다. 그냥 일반병원에 가서 진찰받고 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나도 임신에 성공하지 못했다. 평균적으로 35세미만의 부부가 1년동안 임신에 성공하지 못하면 난임이라고 본다. 결국 난 난임이다.


 처음에는 남들을 다 잘하는 이 임신을 왜 나는 하지 못할까 하는 생각에 좌절했다. 물론 지금도 좌절 중이다. 여전히 내가 난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싫고 시술도 하기 싫고, 자존감은 땅끝까지 추락했다. 인생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이 꿈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신혼 초에 그렇게 철저하게 피임하지 않았을텐데... 병원에 빨리 가 차라리 얼른 시술을 했을텐데... 등 다양한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그 수많은 생각과 후회와 눈물들 중에 그 모든 것이 다 지나갔다. 난 난임이고 난 결국 시술을 하기로 결심했다.

작가의 이전글 임테기의 노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