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아이가 없는 삶에 대해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다.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직업을 얻었고 적당한 시기에 좋은 사람을 만나 연애도 하고 결혼도 했다. 어찌보면 모두가 바라는 평범하고 부러운 삶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삶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다.
연애를 할 때, 남편과 가장 합의하고 좋아했던 부분이 우리의 아이였다. 우리가 아이를 낳는다면, 우리가 아이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가질 수 있다면. 그리고 당연히 두명은 낳아야지 하는 생각에 동의하고 결혼을 했다. 그리고 1년의 신혼과 1년의 임신준비를 하면서 나의 삶의 자부심을 잃어버렸다.
아이와 임신에 대한 집착으로 세상을 원망하며 나의 삶을 원망하고 때로는 남편도 원망했다. 그리고 미안함을 동시에 느꼈다. 이런 집착에서 벗어나 나의 정상적인 삶을 찾기 위해 한번 아이가 없는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려고 한다. 아이가 없다면 내 삶이 망한 것은 아니닌까.
아이가 없는 삶은 나의 평생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나의 삶에 흔들리지 않는 당연한 전제, 아이가 있는 가정이 우리둘만 있는 가정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부담이 가정 먼저 줄어들 것이다. 나와 남편은 지금 맞벌이로 월급을 저축하고, 33평의 전세아파트에서 전세금을 갚으며 평범하지만, 부족함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집이나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에 저축을 하고 있는데, 아마 아이가 없다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3억정도의 금액이 들어간다고 한다. 아이를 낳으면 육아휴직도 해야한다. 아이가 커가면 옷도 입히고 학원도 보내야 하고 대학등록금과 자취방비용도 마련해야할 것이다. 아이가 두명이라면 돈은 두배다. 시간도 없고 돈도 없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포기해야할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없으면 때때로 맘이 힘들때 휴직도 가끔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행도 갈 있을 것이다. 아이를 키우지 않는 그 돈으로 분기별로 여행도 즐겁게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33평이라는 큰 집에 살 필요도 없다. 24평에 가도 둘이 살기에 충분하고 거실과 옷방 서재를 누리면서 넓은 공간을 어지럽히지 않으면서 살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아이가 있어서 경험하는 우주를 경험하지 못하겠지만, 아이가 없어서 경험하는 우주를 남편과 누리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꽤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아이가 없다면, 나의 삶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의 학원비 대신에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운동도 다닐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끔은 원데이클래스에 가서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책도 읽고 일에도 집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휴직으로 인해 잃게 되는 경단녀를 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대학원을 갈수도 있을 것이다. 대학원에 다니면서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소질을 조금 더 발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나를 위한 삶에 온전히 더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이가 없는 삶을 생각하면 절망적일 것 같았는데, 이렇게 적다보니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아이가 없는 나도 충분히 멋지고 좋은 삶을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