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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서 Jun 23. 2022

아이가 글쓰기를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

초등학교 저학년

"선생님, 우리 아이는 글 쓰는 걸 너무 싫어해서 걱정이에요."

"우리 아이는 책은 많이 읽는데 글을 못 써요."

"우리 애가 쓴 글을 보면 이해가 안 가서 큰 일이에요."


내 아이가 글쓰기를 못하거나, 글쓰기에 흥미가 없거나 또는 싫어한다면 어머님들은 나를 찾아와 이런 고민을 토로하곤 한다. 하지만 마땅히 글쓰기를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고 논술 학원에도 보내봤지만 획일적이고 형식적인 방법으로 가르쳐서 아이도 엄마도 불만족스러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난 아이들의 글쓰기를 가르치게 되었다.




수준 파악



먼저 저학년 아이들의 수준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었다. 학년은 같지만 글쓰기 능력을 모두 다르기 때문에 먼저 30분 정도의 모의 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글쓰기 능력과 관심 정도를 파악하기로 했다. 난 한 명 한 명에게 글쓰기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써 보도록 하면서 각 아이들의 수준을 파악했다. 그렇게 모의 수업을 마치고 어머님들을 한 자리에 모아 상담을 진행했다.




난 3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아이들이 쓰는 글과 말하는 방식만 보고도 많은 것을 파악했고 어머님들은 모두 공감하셨다. 아이들은 백지와 같아서 쓰는 글의 형태와 내용만 봐도 어떤 생각과 수준을 가졌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가 있다. 그렇게 아이들의 수준과 상태를 각 어머님들께 알려드린 후 앞으로의 수업 방식과 계획을 공유했다. 그리고 어머님들께도 숙제를 내 드렸다.


"어머님들께도 숙제가 있습니다. 혹시 경청이 뭔 줄 아세요?"


"경청은 잘 들어주는 거죠."


"아니에요. 제가 생각하는 경청은



잘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잘 물어봐주는 것입니다.



난 어머님들께 앞으로 아이들에게 진정한 경청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이들이 말을 할 때 "그랬어~" "잘했네~" 이렇게 듣고 대답만 하지 말고 "그때 기분이 어땠어?" "그때 무슨 생각이 났어?" "왜 그렇게 생각했어?" 이렇게 질문을 잘해 달라는 숙제를 내 드렸다. 그냥 듣는 것은 '청'이고 듣고 잘 묻는 것이 '경청'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부탁이 있어요. 아이들의 글을 보고 평가하지 말아 주세요. 글을 잘 썼니, 못 썼니도 하지 마세요. 그리고 특히 글을 많이 안 썼다고 지적하는 부모님들이 많은데 절대 하지 마세요. 그냥 글을 보고 왜 이렇게 썼는지 정도만 물어보세요."


내가 이 말을 하는 순간 뜨끔하셨는지 글을 많이 적지 않았을 때 좀 더 적으라는 얘기를 거의 다 해 본 경험이 있다고 하셨다.


"글은 길게 많이 적는다고 좋은 글이 아니에요. 오히려 자신의 생각을 요점만 정리해서 짧게 적는 게 더 좋은 글이죠. 앞으로 아이들의 글에 대해 성인의 시각으로 판단하는 걸 자제해 달라는 얘기예요."


이렇게 아이들의 수준 파악과 어머님들의 상담을 끝내고 수업 준비에 들어갔다.






쓰기의 중요성



책을 많이 읽는다고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영역이 구분되어 있는 것이다. 이 네 가지 영역이 국어라는 과목에 묶여있어 같은 영역으로 착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절대적으로 다른 영역이라서 따로 분리해서 교육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유념해야 할 것은 이 네 가지 영역 중 가장 기본이자 기초가 쓰기 영역이다.




좋은 영화는 좋은 시나리오에서 시작된다. 좋은 드라마는 좋은 작가의 손에서 시작된다. 좋은 유튜브 채널은 좋은 콘텐츠를 잘 설명할 수 있는 대본이 핵심이다. 좋은 연설은 좋은 연설문에서 시작된다.


이처럼 쓰기를 잘하면 말하기가 쉬워진다. 말하기가 쉬워지면 상대방이 말하는 걸 듣게 된다. 그리고 더 잘 쓰기 위해 생각하고 더 잘 말하기 위해 다른 글도 읽게 된다. 그래서 쓰기가 국어 영역의 기초이자 토대인 것이다. 쓰기를 잘하는 사람은 말하기, 듣기, 읽기도 잘하게 될 가능성이 확실히 높다. 그래서 쓰기를 잘 훈련시키면 국어도 자연스럽게 잘할 수 있다.


난 초등학교 저학년 때 6학년들을 누르고 글짓기 대회에서 전교 1등을 한 적이 있다. 그 상을 타면서 내가 글 쓰는 것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 같다. 이 사건 이후로 쭉 교내 글짓기 상을 싹쓸이하다시피 했었으니까. 그래서인지 내가 초등학생 때 글짓기를 왜 잘했고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난 국문학과 출신도 아니고 어디서 글쓰기 수업을 들은 적은 없지만 나에겐 경험이 있고 내가 글을 쓰며 성장해 온 몸소 느낀 시간이 있다. 그래서 초등학생인 아이가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고 관심을 가지려면 어떤 방식으로 가르쳐야 하는지 나만의 커리큘럼이 만들어져 있어 더 많은 아이들이 글쓰기를 사랑하고 잘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계획



난 저학년 5명의 아이들을 한 그룹으로 묶어 가르치기로 했다. 5명 이상이 되면 개인에게 가르치는 효과가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한 반을 최대 5명으로 제한했다. 저학년 아이들을 다룬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점점 문해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한 아이들에게 문해력을 높여주고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며 그 생각을 글로 잘 쓸 수 있게 가르치는 것은 매우 보람 있는 일이라 생각되어 수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아이들이 재미를 가지고 수업에 잘 따라와 주고 있다. 앞으로 야외 수업이나 견학도 다니고 그 경험들을 또 써보게 하고 추억도 만들며 좋은 시간을 많이 만들어 줘야겠다. 글쓰기 수업은 글 쓰는 것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쓴 글을 보고, 상대방이 얘기할 때는 잘 들어주는 태도와 내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 더 이상 아이처럼 떼를 쓰는 것이 아니라 의견을 논리적으로 쓰고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사회적 매너를 배우는 시간이 될 것이다.



작가블로그

https://m.blog.naver.com/author_ot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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