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가는 떼를 지어 불렀던 노래로 대중 문화의 시초로 알려졌다. 이렇게 떼로 지어 부르는 노래가 집단이 함께 즐기는 문화를 형성하게 되었고 집단으로 떠드는 것에 대한 위력을 나타내는 사자성어가 바로 '중구난방'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사자성어 중 하나인 '중구난방(衆口難防)'의 뜻은
*중구: 대중이 떠들어
*난방: 막기 어려움
한 사람의 목소리는 막을 수 있으나 여러 사람의 목소리는 막기 어렵다는 의미로 대중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집단 시위가 중구난방의 형태가 아닐까. 중구난방과 비슷한 성어로는 중구삭금이 있는데 이 말은 '대중의 소리는 금도 녹인다'는 뜻으로 중구난방과 일맥상통한다.
이렇게 떼를 지어 부르던 향가 중 하나가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
향가는 작자도 미상이고 정확한 음도 미상이며 어떤 뜻으로 가사를 쓴 건지도 미상인 경우가 많아 해석하는 사람들의 차이가 꽤 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해석이자 교과서에 실린 해석은 아래와 같다.
- 公無渡河(공무도하) 님아 그 물을 건너지 마오
- 公竟渡河(공경도하) 님은 끝내 물을 건너셨네
- 墮河而死(타하이사) 물에 빠져 돌아가시니
- 當奈公何(당내공하) 가신 님을 어찌할꼬
이 해석 이후에 많은 학자들이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고 그 해석들을 보면 각각의 타당성과 근거가 포함되어 있다. 이렇듯, 향가 해석은 뭔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창작의 재미와 당시 작자의 심정과 상황을 상상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나 역시 이 매력에 빠져 내 나름대로 공무도하가를 재해석 해보았다.
제1해석: 님이 아직 강을 건너기 전으로 강 건너기를 말리는 상황으로 해석
1) 공무도하(公無渡河): 인간아, 강 건너봐야 뭐 없어
- '공'을 남자를 지칭하는 Mr.로 해석
- '무'를 없다는 동사로 해석
2) 공경도하(公竟渡河): 인간아, 강 건너봐야 결국 뭐 없다니까
- '경'을 결국으로 해석
3) 타하이사(墮河而死): 그러다 빠져 죽기밖에 더하겠냐.
4) 당내공하(當奈公何): 당연히, 참아야지 어쩌겠어?
- '당'을 당연히로 해석
- '내'를 인내하다로 해석
- '하'는 어찌? 라는 의문형 어미로 해석
문장: 当然忍耐! 公何?
제2해석: 강 건널 방법을 못찾다가 결국 찾았지만 강에 빠져 죽음. 그 강이 바로 '중국 흑룡강성 '당내습지' 강으로 해석
1) 공무도하(公無渡河): 당신이 강 건널 방법이 없어
- '공'을 남편을 지칭하는 老公으로 해석
- '무' 뒤에 방법이 생략된 걸로 해석
- 문장: 老公,无法渡河
2) 공경도하(公竟渡河): 당신, 드디어 강을 건너게 됐어(방법을 찾음)
- '경'을 드디어로 해석
- 문장: 公,毕竟渡河! (당신, 드디어 강을 건너게 됐군요!)
3) 타하이사(公墮河而死): 물에 빠져 죽었군요(건너다 죽음)
4) 당내공하(當奈公何): 당내의 내 남편 어찌할꼬?
- '当奈'를 중국 흑룡강성 내 습지 지명으로 해석하여 영영 빠져나올 수 없는 당내 습지 강에 빠져 죽은 것으로 해석
내 나름대로 공무도하가의 다른 관점으로 재해석을 시도해 보았다. 마지막에 우리 향가인데 왜 중국 흑룡강성 당내습지가 나와? 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건 내 상상력이 가미된 것인데 당내 습지 규모가 엄청 크기 때문에 그 시대에도 컸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공무도하가는 고조선 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그땐 당내습지 부근에 살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상상했다.
공무도하가 외에도 많은 향가들이 전해져 내려왔다. 향가가 지어졌을 때 어떤 상황인지, 어떤 음으로 불렸는지, 진정 가사가 뜻하는 바는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오히려 명확히 알 수가 없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것 같다. 한국 대중문화의 시초로 여겨지는 향가를 시험용으로만 여기지말고 이런 재미를 담아 공부해 본다면 국어 성적도 더 잘 나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