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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사탕 Jun 19. 2023

간절히 원한다면 온 우주가 들어줄 것이다

간절히 원한다면 온 우주가 들어줄 것이다


책 시크릿에 나온 메인 키워드이다.

믿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그 말이 정말 가능한 것일까?

당연히 인간 세상에서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단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이들은 벌을 받고 착하게 산 사람들은 복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은 어린이 동화책에서만 일어나는 미라클이니 말이다. 당장 TV 안에서만 보아도 심각한 죄를 저지르고도 잘 먹고 잘 사는 범죄자들은 널렸다. 언제나 고통은 돈 없고 백 없는 민간인들 뿐이니 말 다했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니 지금 내 눈앞에서 보이지 않을 뿐, 결국 어떤 형태로든 그 독은 죄를 저지를 이들에게 돌아가게 마련이다. 현생이 아닌 사후에까지 말이다. 그러니 더 이상 성악설, 성선설에 대한 논쟁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나만 초점으로 잡고 살아나가기로 했다.


마음만 달리 먹었을 뿐인데, 

시선만 곱게 처리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나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것을 내가 인식하기 전에 상황이 먼저 변화하고 있었다.




그 무렵 코로나19로 인하여 다들 경제상황이 좋지 못했다.

우리 네 식구가 살던 집의 건물 주인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어느 날 갑자기 날아온 등기 한 통.

분명 이사 오기 전 모든 것들이 다 괜찮다는 것을 확인했었다. 그럼에도 현금유통이 어려워서인지 법원에서 경매 통지서가 날아왔다. 여기에 주인아주머니는 몇몇의 세입자에게 고액의 돈까지 빌렸던 터라 7층짜리 오피스텔 주민들은 하나같이 걱정에 휩싸였다. 연락도 되지 않고, 관리도 되지 않았다. 세입자들끼리 단체로 할 수 있는 부분도 없었기에 각자도생이었다. 우리 집 또한 다를 바 없었다. 아직 이사 날짜가 남기는 했었으나 이사를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하는 발이 묶인 상태가 되어버렸다.


남편과 나는 여기저기 알아보며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다녔고, 다행히 LH를 통해 계약을 했던 터라 시간은 참으로 오래 걸렸지만 결국 또 하나의 고비를 넘기게 되었다.


더 이상 뒤로 갈 곳이 없었다.

더 이상 내려갈 바닥이 없었다.


어린이집 가는 길에 즐거운 노래 부르는 첫째와 배밀이를 하며 눈 마주치고 까르르 웃는 두 아이를 위해 버티기를 시작했다. 어떻게 해서든 이 어둠의 올가미를 벗어나고자 애를 썼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하루를 버틸 수 있는 다짐을 빈 노트에 쓰기 시작했다.



1. 물 한잔 마시기

2. 시각화

3. 감사 일기

4. 독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전날 늦게 잠이 들었다거나...

내가 일어서고자 하는 데에 앞선 모든 불평과 핑계는 더 이상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헤맸고, 할 수 있음에 대한 감사를 적었다.

(현재는 2023년 6월. 지금보니 2025년에는 내집 장만에 성공한다는 항목과 직업을 갖는다는 시각화가 이루어져 있구나. 이 또한 감사하게 만든다.)


나도 사람인지라 나에게 벌어진 모든 일이 사실 감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감사할 것들을 찾아 헤매었다. 그렇게 하루, 일주일, 한 달이 지나면서 어둠 속에서도 웃을 일이 있다는 것에 신기했고, 작게나마 빛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족한 생활비를 메우고자 하루에 1포인트씩 모아 오던 포인트를 사용해 절약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온 식구가 둘러앉아 웃으며 식사를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피곤함에 아이와 짧은 낮잠을 잘 수 있다는 것에도 감사했다.

겨울에는 보일러를 틀 수 있어서 감사하고, 여름에는 에어컨을 켤 수 있어 감사했다.

무엇보다 틈이 날 때 책을 읽겠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나 감사했다. 


둘러보니 온통 감사할 것 투성이라는 것을 그제야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루종일 집 안에 갇혀 감정이 지하세계로 흘러가는 것을 방치하지 않았다. 틈나는 대로 책을 읽었다. 아무하고도 대화하기 어려운 마음을 달래고 싶을 때에는 일기장에 폭포수처럼 감정을 터트렸다.




그당시 새벽에 일어나 아이의 손을 잡고 사진 한 장 찍었다.

너무나 조막만 한 그 손을 잡고 하루를 버틸 수 있도록 기도했고, 매일 아침 루틴과도 같은 다짐을 글로 쓰면서 그렇게 버티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을 무사히 보냈음을 감사했고 내일을 잘 버틸 수 있기를 간절하게 희망하며 잠에 들었다.


몇 페이지라도 책을 읽고, 작게나마 끄적거리는 일을 반복할수록 무언가 더 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출근하는 남편에게 인사하고 닫히는 문을 바라보며 절망에 오열했던 그때의 내가 책이라는 도구를 통해 희망을 발견하고 온 우주가 나를 위해 애써주기를 간절히 원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나 스스로 빛을 찾아 헤매려 할 때마다 책은 그보다 앞서 길을 안내해 주었다.

단순 메모지였어도 끄적거림을 하는 그 행위에 기대어 위로를 받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좌절보다는 티가 나지 않는다 할지라도 작게나마 할 수 있는 부분에 용기를 얻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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