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피와 꿀리꿀리꿀리
자원봉사의 꽃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에 있다. 우리는 현지 아이들과 만나고, 또 현지 주민과 만난다. 또한 같이 참가하고 있는 우리끼리 만나서 친해지고, 결국에는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되면서 끝나는 것. 그것이 바로 국제자원봉사이다.
그러나 아이들을 만나게 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이곳 부루섬의 방식 또한 이미 자원봉사가 예정되어 있는 것으로 서로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높은 분들을 만나야 된다고 한다. 우리의 자원봉사 터전인 네게리 고등학교와 중학교 교장선생님을 뵙고,
(기다리고) 시장님을 뵙고
(기다리고) 군수님을 뵈었다.
뭐 미팅이라기보다는 교장선생님들의 장황한 연설과 시장과 군수님의 “허락할테니 열심히 해보거라” (웬 허락?) 이런말을 몇십분정도 들은 것 같다. 현지어를 통역해주는 우리 지부장님이 짤막하게 전해준 통역이라서 우리도 대충 이해했다.
아썸썸 아썸썸 => 꿀리꿀리꿀리 => 아라피
드디어 교육봉사가 시작된다. 킴이 준비한 것은 아프리카 율동이다. 왠 인도네시아 오지에 아프리카 율동이냐고 묻지 마시길 바란다. 나중에 한국식도 준비했으니깐..
이 노래와 율동은 시드니에서 유럽 NGO 활동가가 알려준 내용인데, 제목은 ‘아라피’라고 했다.
“아라피가 무슨 뜻이에요?” 라는 질문을 이곳 부루섬 학생에게 받고 나서야,
킴 또한 그것까지 시드니에서 물어봤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하튼 이 노래의 진행순서는 아썸썸 아썸썸 => 꿀리꿀리꿀리 => 아라피로 되는데, 노래와 율동을 배우는데 15분정도, 그리고 같이 해보는데 15분정도 해서 총 30분 정도 소요된다.
이 노래의 핵심은 신체접촉을 통하여 상대방과 친밀해지기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시겠다.
동기부여격인 ‘아라피’ 율동을 하고 나서, 이제 미술 수업을 시작하였다.
다국적 참가자중 일본에서 온 *지사또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와 함께 진행하게 된 미술수업은 풍선을 이용하여 자기소개 하는 게임이었다. 요새는 한국도 웹툰으로 잘 나간다고 하지만, 아직도 외국에서는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인기가 높다. 우리의 풍선 수업은 잘 진행되지 않고, 지사또는 도라에몽과 피카츄 등을 학생들에게 그려주기 바빴다. 그녀가 제법 잘 그리자, 학생들의 요청은 점점 많아지게 되었고 쉬는시간까지 복도에 줄이 생기게 되었다. 나중에는 그린 그림에 싸인까지 해달라는 학생들이 생기게 될 정도였다.
봉사활동으로 돌아와서, 풍선을 이용하여 자기소개하는 게임 순서는 아래와 같다.
첫째 학생들이 풍선을 조그맣게 분다. 그리고 맨 위에 본인의 이름을 적는다.
둘째 음악을 틀면 풍선을 원 가운데로 쳐서 서로 셔플한다.
셋째 음악이 꺼지면 랜덤으로 풍선을 잡아서 이름을 확인한 뒤, 눈을 그려준다.
그리고 둘째와 셋째를 반복하며 눈, 코, 입 등 얼굴 전체를 그려 나간다.
마지막으로 얼굴이 완성되면 타인이 그려준 내 얼굴을 가지고 자기소개를 한다.
이 게임운영에서 제일 어려운 것은 아무래도 영어이겠지만 그래도 우리의 현지 리더가 있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때로 킴의 백만마디 영어보다 현지 리더의 한마디가 큰 위력을 발휘할 때가 있었다.
*지사또는 일본에서 온 자원봉사자이다. 도쿄 근처에 있는 호텔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는데, 여름휴가를 종종 이렇게 국제자원봉사로 온다고 한다. 일본에서의 일상생활은 약간은 지루하다고 한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 한국의 직장인과 별반 다를바 없는 생활인 것 같기도 하다. 한가지 놀라운 건, 이분 지사또를 나중에 한국과 일본이 아닌, 스리랑카 자원봉사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국제자원봉사를 많이 하게 되면 종종 발생하게 되는 현상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