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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woong Sep 26. 2022

"환불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네요. 죄송합니다."

택배기사의 이야기 

택배를 시키고 사이즈가 너무 커서 환불신청을 했다. 환불신청 후 바쁘고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며 제대로 신경을 못쓰고 보통 환불과정이 오래 걸리니 '언젠가는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기다렸는데 너무 오래걸리는 것 같아 시기를 보니 환불신청을 한지 1주일이 훨씬 지났는데 물품수령을 했다는 연락이 오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리 길어도 물품은 2~3일 안에 수령한다고 했는데 집 앞에 내놓은 환불택배는 바로 없어졌고 물품수령 안내를 받지 못한 것이였다. 고객센터에 전화하여 택배기사님과 전화가 연결이 되기까지 조금 많은 과정이 걸렸고 복잡했다. 결국에는 다른 사람이 택배를 그냥 가져갔나 라는 생각도 들고 포기해야 하는 찰나에,


택배기사님의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하지만 담당 기사님이 아니라고 하시며 담당 기사님의 번호를 주셨고, 통화를 했을 땐 물품이 없다고 하신 것이다. 그래서 확실히 더 체념을 하고 통화를 마쳤는데, 3시간 뒤에 전화가 와서는 너무 죄송한 목소리와 말투로 "죄송해요 제가 택배를 급하게 수령하고 앞좌석에 놨는데 그게 운전하면서 떨어졌나봐요. 정말 너무너무 죄송합니다." 라고 내 아버지 나이와 비슷하신 분이 말씀하시는데


순간 처음에는 답답한 건 사실이였지만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과 동시에, 이어서 두번, 세번 거듭 사과를 하시면서 어쩔 줄 몰라 하시는 택배기사님의 목소리와 말이 들으며 오히려 더 마음이 아팠다. 택배, 배송이 당연시 될 수 밖에 없는 환경과 상황이 되가며 '얼마나 많은 힘듦과 어려운 일들을 겪으셨기에 이렇게 사과를 하시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며 어느순간, 내가 택배기사님에게 "괜찮아요. 그럴수도 있죠. 그래도 지금이라도 찾고 바로 연락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했고 이어 거듭 감사하다는 말을 나에게 하셨다. 


그러며 든 생각은, 나조차도 그동안 택배나 인터넷 주문을 하면 초점이 "택배기사님"이 아닌, "택배"였던 것이다. 택배는 제발로 오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특히 이곳저곳을 다니며 밤낮없이 뛰시는 택배기사님의 고생이 없다면 불가능한 서비스인데,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죄송하다고 실수가 있었다고 계속 말씀하시는 택배기사님의 말을 들으며 지금 나에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물론 택배물건도 맞지만 그 택배를 배송해주시고 관리해주시는 택배 기사님들의 '삶'에 초점을 조금이라도 더 옮기며 작은 생각, 관심을 가지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노력을 하고 있으신 분들을 기억하고 작은 배려, 말 한마디라도 한번 더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우리사회의 작은 부분까지도 챙기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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