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메레오 Oct 26. 2022

생각하는 밤

 1. 생각하는 밤

 별이 잘 보이는 하얗고 모던한 주택. 아늑한 방 한 켠에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오늘이다.


 얼마 전부터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아니, 사실은 사춘기가 끝난 어느 시점부터 산다는 게 무엇인지 참 많이도 생각했었던 것 같다. 좀처럼 답이 보이지 않으니, 때로는 유쾌한 척을 했고 또 아무 생각없는 척 했지만 사실 인생이라는 게 참 거슬렸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죽음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본 것 같다. 결국에는 끝이 있는 인생이라는 것에 의미는 어떤 것이며, 나는 무엇을 남길 수 있는지 그런게 참 거슬렸다. 참 이기적이게도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작은 존재인 주제에 아직도 남길 게 어떤 게 있는지 생각한다는 게 참 바보같지만 말이다.


 사실 누가 내 멱살을 잡고


 "쉬벌럼아, 이게 천국이야. 어때? 지리냐? 그럼 열심히 살아 새캬 ㅋㅋ 대통령까지 하면 내가 저기 보내준다."


 라고 통쾌하게 말해준다면 좋겠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 딴 것을 없다.



 종교를 믿으려고도 해봤다. 하지만 자기들끼리도 입을 맞추지 못해서는 설득력이 전혀 없다. 기독교만해도 존나게 많은 기독교가 있고 불교도 셀 수 없이 많다. 그리고 63빌딩에서 뛰어내리면 뒤진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사실이지만 신이라는 존재는 정확한 사실이 존재하지 않았다. 강남에 있는 유명한 샵이라도 다니는 건지 본 사람 마다 용모가 존나 다르다. 한 가지 비슷한 점이라고는 대충 백색소복이나 입고 다닌다는 이상한 특징이 있다. 좋은 옷도 많은데 말이다. 아니면 일괄성 있게 옷을 다 벗고 다니던가.


 삶과 죽음에 대한 고뇌가 시작되면 알 수 없는 개같은 감정에 휩쌓인다. 누구나 그럴거다. 답이 없어 보이는 거지같은 수학문제를 10분 이상 바라보고 싶은 놈이 없듯이 삶과 죽음에 대한 고뇌는 그보다도 더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나의 결론은, 살아있는 인간 1000억의 인구가 있다하더라도 단 한 사람도 그 문제에 대해서 통쾌하게 대답할 수 없다는 거였다. 고로 뒤질 날을 걱정하면서 살기보다 현재에 집중하는게 좋지 않은가 생각이 든다. 굳이 정답을 찾으려 젊음을 허비 하지 않아도 어차피 몸이 뒤질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될테니 말이다.


 미래의 나는 고생 좀 하겠지만, 네가 알아서 생각해라 나는 좃이 이끄는 방향이 맞는 방향이 아닐까?



 20대 나는 전신마취, 수면마취 수술을 2번 정도 받았다. 전신마취나 수면마취를 받으면 아무것도 없는 검정이 된다. 생각과 추억, 기쁨과 슬픔, 행복과 아픔.. 내가 알고 있던 모든 것이 검정이 된다. 그리고 눈을 뜨는 느낌을 대충 설명하자면 이렇다.


 꿈조차 꾸지 않은 어떤 날의 아침. 그래 그거면 딱 설명이 가능하겠네.


 어쩌면 우리는 80세라는 인생을 두고 보았을 때 약 3만번이라는 시간동안 죽음을 연습한 것일 수도 있다. 꿈을 꾸거나 잠 못 이루는 밤을 넉넉하게 빼서 1만번이라고 해도 적어도 2만번이라는 엄청난 횟수를 죽음이라는 것을 연습했을 수도 있다. 제대로 잔 시간이 4시간, 2만번의 연습이라고 가정하면 8만 시간이 넘게 우리는 그 연습을 했을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없음을 연습하고 있던 건지도 모르겠다. 오늘 밤 잠드는 나와 나의 죽음이라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꿈조차 꾸지 않은 어떤 날의 아침이 오지 않는다면, 눈을 뜨고 있는 잠깐의 시간동안 우리는 무엇을 해야 가장 좋을까? 나는 그것을 잘 하는 것이 삶을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많은 자녀를 낳는 것. 또는 많은 부인을 가지는 것부터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돈을 버는 것과 친구를 많이 사귀는 것 등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하리라 생각한다. 어떤 멍청한 인간은 자신보다 인생을 더 진중히 다루는 어떤 이들에게 세뇌당하여 병신같이 살지는 모르겠지만 저마다의 가치관이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 내가 제일 관심있는 건, 정확한 단어로 정리하기는 어렵지만 '감정, 인간관계, 꿈, 오늘, 재산'과 같은 것이 나의 가치관이다. 글로써 누군가에게 뭐 설득하려거나 세뇌시키는 건 내 적성과 맞지 않아서 오늘처럼 잠 못 드는 밤 하나씩 한 번 들여다 볼까 싶다. 그럼 이만 자야겠다. 벌써 2시간이나 쓴 거 같은데... 내일 노가다 가려면 좃됐네.. ㅡ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