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직무 이동을 통하여 성장시키기

by 지서방

우리는 그동안 업무를 수행하면서 역량을 향상해왔다.

교육을 받기도 하고 선배들에게 조언과 개인적인 학습도 해왔지만 우리의 역량을 끌어올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업무 경험일 것이다.

McKinsey & Company는 경험을 통한 학습이 "교육 기반 학습"에 비해 5배 더 효과적이라고 평가했고, Institute of Education Sciences의 보고서에서는 실습과 현장 경험을 통해 교육을 받은 직원들이 약 50% 더 높은 직무 만족도와 생산성을 기록했다고 한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어떠한 업무를 수행하느냐에 따라 성장방향과 정도가 바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2010년대에 내가 몸 담고 있던 회사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따라 커리어패스를 계획하고 직원들을 업무로 육성시키고자 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계획은 쉽게 풀리지 않는 한계점들에 부딪혔다.

그동안 내가 경험한 한계점들을 정리해보고 커리어 패스가 잘 운영되기 위한 조건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1. 인기 있는 직무 쏠림 현상

2015년 경영진은 경력개발경로에 대한 Needs가 컸다. 경영진의 Needs는 구체적으로 마케팅, Staff, 본사영업/생산에서도 현장의 기본을 토대로 업무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3~5년 정도 영업, 생산 현장을 경험한 직원들은 기획업무를 수행할 때 현장의 애로사항을 접목하는 현장 중심적인 기획을 하는 경향이 있었기에 협업적인 면에서 좋은 효과를 발휘했다.

2013~2015년 공채사원들을 대상으로 직무순환을 운영하기 위하여 개인들의 Needs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는 다소 난감했는데 당연하기도 했다. 직원들의 선호도가 아무래도 영향력이 크다고 느껴지는 기획 직무, 현장보다는 본사를 원했다. 반면에 현장으로 가고 싶어하는 스텝, 기획직무 직원은 아무도 없었다. 직무에 대한 Needs가 상대적으로 인기 있는 직무로 쏠리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회사 전반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은 직무 전문성 보다는 회사 전문가를 육성하겠다는 방침이기 때문에 직무 전문가가 되고 싶은 직원들에게는 매력적인 방향이 아니었다. 특히나 Staff 부서의 경우에는 장시간의 현장 근무 경험이 업무적으로 필요한지에 대하여도 이견이 많았다. 순환을 적극 활용하는 동종사의 경우에 3년마다 강제 순환을 했다. 동종사 모임 때 HR로 새로 온 차장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인사업무에 대하여 당시 대리였던 나보다 문외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익숙해질 만할 때쯤 다른 인사담당자가 온다고 하니 직무 전문성을 고려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해당 회사는 직무 전문성보다는 공정성과 안정성을 선호하는 공공기관에 가까운 특색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인다.


새로운 신입사원을 현장위주로 채용하고 육성경로를 차츰 본사영업, 마케팅, Staff으로 순환하는 방향으로 운영했다. 현업에서는 키워서 쓸만하면 사람을 빼앗아간다는 불만이 있었고 직원들도 본인의 커리어에서 3년 정도를 현장에서 소비한다는 것은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컸다. 또한 현장에서 본사 쪽으로 순환한다는 보장도 없다는 불안감 때문에 초기에 이직을 고려하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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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인기 있는 직무에서는 공석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은 반면에 발생한 자리를 노리는 인원들은 많으므로 자연히 경쟁률이 치열했다. TO가 많지 않기 때문에 순환하는데 적어도 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고 결론적으로는 전체 직무 이동을 원하는 자 중에 30~40% 정도만 이동이 가능했다. 이것은 나머지 인원들에게 순환할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심어주고 시간을 끌다가 결국에는 직무순환을 포기하고 영업현장과 공장현장에서 만족하게끔 유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었다. 또한 본사에서 근무를 하는 것이 매력도가 더 높다는 불편한 가정을 전제하고 있었다는 점이 현장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부분이기도 했다.

또한 공정하게 순환대상자가 선정되어야 하나, 선발기준을 정하였다고 해도 사람을 판단하는 일이다 보니 주관적인 영역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순환에 선정되지 못하게 되면 직원들의 동기저하와 이탈을 발생시켰다.

결국 순환제도는 내가 이동하기를 원하는 직무들은 다른 사람도 원한다는 점, 모든 인원이 해당 직무를 할 수 없다는 점, 경쟁을 통하여 원하는 직무에 배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수의 커리어 패스 육성대상을 위하여 높은 퇴사율과 현장의 희생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돌이켜 생각해보건데 이러한 구조의 직무순환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1. 직무에 대한 매력도에 따라 지원율이 달라진다.

2. 모든 인원이 원하는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

이 잔인한 두 가지 전제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두가지 전제에 따라 지원을 원하는 모든 인원에게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주고 투명한 절차를 통하여 선출하는 것이다. 원하는 직무에 지원하는 인재들의 Pool을 모아서 이동할 직무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교육에 대한 학습성과 현장 업무에서의 평가, 동료 평가 등을 선정기준으로 한다. 선정기준에 따라 Pool에서 본인이 어느 정도 위치인지를 확인하게 하는 것도 본인의 순환 예측가능성을 높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추가적으로 현장에서 인원이 이동하기 전 인력을 미리 충원하여 불만요소를 조금이라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 순환을 1년정도의 장기 프로젝트로 보고 운영하는 것이 적정해 보인다.


회사는 결국 Staff, 본사 영업/생산은 1년 정도의 현장 OJT를 하는 형태로 경영진의 Needs를 채우려 했다. 1년간 현장에서 OJT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교육 및 관리할 사람이 필요했으므로 바쁜 시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1년만 수행할 업무를 주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1년이면 떠나갈 신입사원을 위하여 교육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은 현장분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희생을 해줄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자연히 신입사원들에게는 방치되는 시간이 길어졌고, 신입사원의 지식상태로는 현장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알기 어려웠기 때문에 OJT의 효과는 미미했다.



2. 듀얼 레더(이중 경력 경로)

2017년 앞서 고민했던 직무순환의 목적과는 다르게 한정된 직책 인원 외에도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는 이중경력 경로를 검토하게 되었다. 듀얼 레더(Duel Ladder)는 말 그대로 두 개의 사다리와 같이 올라갈 수 있는 경로를 관리자 경로, 전문가 경로로 선택하여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연구직과 기술직에서 흔하게 활용되는데 직원들에게 다양한 경력경로를 제공함으로써 동기를 부여하고 핵심인재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된다.



이렇게 좋은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듀얼 레더는 활용이 어렵다. 우선 연구, 개발직군에서 주로 활용된다고 한 것처럼 일반적인 직무에서는 좀처럼 전문가 경로를 만들기 어렵다. 명확한 전문가 경로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직무는 연구, 개발, 법률, 회계와 같이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경우에 국한되었다. 일반적인 영업, 마케팅, 생산, Staff 직무에서는 관리자와 구분될 정도의 고도의 전문성을 특정하기 어려웠다.

이것은 직원들에게 전문가 경로가 관리자 경로보다 매력적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요소로 이어진다. 거기에 관리자는 관리자의 권한, 예산, 복리후생이 있는 반면에 전문가 경로에 인원에게는 이러한 부분을 충족시키기 어렵다. 또한, 관리자의 경로는 커리어 성장이 1차조직장-2차조직장-최종의사결정권자 등으로 명확하게 보이는 반면 전문가는 해당 직책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관리자는 수명의 부하직원들에게 리더로 인식되며 관리자 역할을 잘 수행할 경우 존경을 받게 된다. 회사라는 사회 조직에서 구성원에게 존경을 받는다는 것은 조직 내 위상과 영향력이 더욱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물질적, 사회적으로 관리자가 얻을 수 있는 benefit이 상대적으로 더욱 크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정도의 보상과 명예가 필요하다. 그래서 각 회사에서는 전문가 경로를 위한 호칭, 인센티브, 스톡옵션, 의사결정 권한 등을 부여하고 매력적인 업무들의 담당자로 지정하는 등의 노력을 쏟고 있다. IBM에서는 기술 전문가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전문화가 어려운 영업 전문가 경로를 만들었다. Sales Specialist라는 역할을 만들어서 고객의 요구를 기술적으로 분석하고 솔루션을 제안하게 했다. IT기반의 IBM의 특성을 잘 활용하여 클라우드, AI, 데이터 분석 등에 대한 고도의 기술적 이해를 토대로 고객사와 논의와 건설적인 제안을 할 수 있게 하고 성과에 대하여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듀얼 레더를 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직무여야 하고 관리자와 구분되는 역할이어야 한다. 또한 이 전문가를 위한 도전적인 업무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하고, 관리자에 준하는 Benefit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한다는 점에서 전문가 경로는 일반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형태인데, 혹 그럼에도 일반적인 직무에 전문가 경로를 만들고 싶다면 전략기획, TF같은 형태로 문제해결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업무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구조로 관리자와 전문가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되며 조직의 안정성과 동시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행하게 할 수 있다. 구글의 경우에도 x팀을 관리조직과 별도로 운영하여 신사업을 발굴한 바 있고, GE에서는 기존 공정 관리자에게는 안정적인 운영을 맡기고 TF 리더를 통하여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주도하게 하였다.



3. 사내 공모 제도

사내 공모 제도는 내부 직원들에게 새로운 직무나 프로젝트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선발 직무가 선정이 되면 공개적으로 공지를 하고 관심이 있는 직원은 지원을 해서 면접으로 보고 선발한다. 이러한 선발 방식은 빠르게 채용하고 비용은 적게 든다.

또한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동기 부여와 만족도가 높아진다. 회사 입장에서도 지원자가 어떠한 인물인지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검증된 인원을 채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크다.

그러나 지원 인원이 많을 경우 탈락한 직원들의 동기가 저하될 위험성이 있으며, 지원사실이 소문이 날 경우에 현직에 있는 리더, 동료들과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HR에서는 지원자의 정보와 면접일정을 비밀리에 준비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문이 나는 경우가 많다. 면접관이 지원자의 부서에 지원자가 잘하는지를 물어보는 경우도 있고, 지원자 본인이 말하고 다니는 경우 있다.


사내 공모 제도 진행 중 최악의 상황은 지원자 중 순환 대상자를 선정했는데 지원자가 소속되었던 조직에서 반대를 하여 이동을 막아버리는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는 생각보다 높은 확률로 발생되었다. 이동이 무산된 것만으로도 동기가 저하될 것인데 지원자는 배신하려고 했다는 프레임에 씌워져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다.

때로는 이동을 막지는 못하더라도 본 직무에서 배신했다는 프레임을 씌워서 업무 수행에 차질을 빚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내 공모로 대상자가 선정이 되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이동을 시켜야만 한다. 만약에 이동이 무산된 경험이 있거나 폐쇄적인 조직 문화가 있는 경우에는 운영을 하지 않는 것을 권장한다.



직무를 변경하여 역량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직무순환제, 듀얼레더, 사내공모제도를 알아보았다. 최근에는 직무 전문성을 강조하여 한 우물만 파는 것을 권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순환이라는 제도가 직무전문성과 상충되는 것은 아니다. 순환의 범위를 정해 놓고 같은 직군 내에서 유관 직무를 Lv별로 배치한다면 구성원에게 성장의 요소를 자극하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또한 순환을 위하여 교육과 공식적인 제도를 운영한다면 직무전문성을 높이면서도 조직간 협업과 핵심인재를 육성하는 좋은 Tool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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