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하 변호사의 디보스 오딧세이(2)
이혼 사건은 일반 민사와는 구별되는 특유의 절차들이 많습니다. 때문에 이혼 사건을 진행하신다면 그 특유의 절차와 흐름을 미리 잘 설명해줄 수 있는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기시는 것이 좋습니다. 사건의 유형에 따라서 미리 '이 사건에서는 어떠어떠한 절차가 진행될 수 있으니 이렇게 대비하세요'라고 사전 정보를 줄 수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과 그렇지 못한 상황은 큰 차이가 나게 됩니다.
바로 이러한 이혼 사건 특유의 절차들 중에서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사건이 바로 '조정절차'입니다. 요즘은 일반 민사사건에서도 조정을 많이 권유하는 추세이지만, 가사 특히 이혼 사건에서는 아예 '조정전치주의'를 택하여 첫번째 기일은 조정으로 잡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가사 사건의 경우 절차 진행이 탄력적이므로 100%는 아니지만 대략 90% 정도는 그렇습니다).
소송은 알아도 조정은 무엇인가 생소하신 분들이 더러 계실 것입니다. 조정은 TV 프로그램인 '사랑과 전쟁'에서 많이 보던 것처럼 양 당사자, 각 대리인(변호사들), 조정위원과 조정재판부가 함께 테이블에 모여 앉아 이 혼인생활을 어떻게 정리해볼 것인지 하는 방안에 대해서 서로의 입장과 의견을 듣고 "협의"하는 것입니다. 재판 과정처럼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혼인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그 구체적인 조건에 주안점을 두어 진행합니다.
조정과 판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건의 결과를 도출하는 주체가 재판부이냐(판결), 아니면 사건 당사자이냐(조정)입니다. 이렇게 주체의 차이는 있지만 성립된 조정은 확정된 판결과 마찬가지의 효력을 갖습니다. 때문에 양 당사자 협의를 하여 조정을 하는 경우, 법리나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좀 더 자유로운 내용으로 권리의무를 정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물론 조정기일에서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어차피 재판절차로 회부되기 때문에, 재판에서 예상될만한 결과와 아주 동떨어진 내용으로 조정을 하는 당사자들은 많지는 않기는 합니다).
일전에 저와 함께 사건을 진행하셨던 의뢰인 분 중에 자녀들을 분리양육하고자 하는 분이 계셨습니다. 배우자가 가출을 하면서 "나는 현실적으로 여러 명을 키울 능력이 안되니 다른 자녀들은 당신이 키우라"는 것이 그 배우자의 주장이었고 의뢰인분 또한 현실적인 부분을 감안하여 분리양육에 찬성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사실 재판으로 사건을 진행한다면 자녀들을 분리양육하라는 판결을 내리는 재판부는 거의 없습니다(이후에 다루겠지만 분리양육을 반대하는 법원의 태도에도 그럴만한 이유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사건에서는 두 당사자의 의사로 사건본인들을 분리양육 하는 것으로 조정을 하였고, 법원도 두 당사자가 그러한 조정에 합의한 이상 이 부분에 더 이상 개입하지는 않았습니다. 만일 양육권에 대해서 끝까지 재판으로 갔으면 원고나 피고 둘 중의 한 명에게 모든 자녀들의 양육권이 주어졌을 것이 거의 분명한 상황이었습니다.
조정의 경우, 양 당사자가 자의에 의해 약속하여 이혼의 조건(조정조항)을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양 당사자가 조정 결과에 좀 더 선뜻 승복한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애시당초에 본인이 정한 약속이니까요). 재판의 경우 판결의 결과에 대해 한 명은 필연적으로 반박을 하고 납득하기 어렵게 되지만, 조정은 적어도 두 당사자가 협상을 하여 도출한 결과물인 만큼 비교적 반발이 적으며 자발적으로 이행을 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사실 조정의 가장 큰 특징은 판결과 같이 항소(불복)을 할 수 없는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조정의 경우 정말 특별한 사유로 '준재심'이라는 절차에 회부되지 않는한 조정은 일단 성립하면 그날로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게 됩니다(그래서 이혼 조정이 성립하게 되면, 두 당사자는 조정실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바로 남남이 됩니다).
이혼을 전제로 하는 조정의 경우 통상 위자료는 거의 고려하지 않으나(잘잘못을 따지지 않음), 재산분할을 할 것이 있는 부부의 경우 재산을 파악하기 위하여 드물게는 두 번 이상의 기일을 잡아 재산을 파악하고 진행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당사자들이 점점 재산분할에 예민해지는 만큼 조정에서 재산분할을 보다 정치하게 다루는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