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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현 Jun 07. 2022

태어나서 처음으로 - 5. 사람 사는 것

23살, 난생처음 홀로 떠난 교환학생


시험이다, 여행이다 정신 없이 시간을 보낸 후에 드디어 여유가 찾아왔다.

느꼈고, 공감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둔 작은 생각의 퍼즐들을 그저 나열해보고자 한다.

어디에도 끼워 맞출 수 없는 모난 조각들이라, 그저 줄을 세워 기록하여 두는 것만이 그를 맞추는 일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어쩐지 나 같다는 생각은 오늘도 지울 수 없고 - �)




인간 종의 보편성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 라는 말을 들을 때 마다 코웃음을 쳤다. '아니 사람마다 얼마나 차이가 큰데, 그런 말을 하고 있어!' 라고 생각했다. (일반화를 경계하는 병이 있는 것도 한 몫한다.) 그렇지만, 미국에 와서 어른들이 왜 저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다. (꼰대 같은가...?)


미국에 오면서 잔뜩 겁을 먹었었다. 너무 많은 다양성으로 이뤄진 공간, 너무 다른 문화적 특성을 가진 사람들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 줄 몰랐다. 'thank you' 한마디 조차, 자신이 없었다.(cf. https://brunch.co.kr/@6923e45906244a5/2)  그 말 한마디를 하기 위해서 이 사람의 행동에 문제가 없는 것인지 판단이 필요했고, 이 사람이 무엇을 목적으로 이런 행동을 한 것인지 행간을 읽어야 했고, 고로 내가 감사함을 느끼는 게 맞는 상황인지 파악해야 했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인풋 때문에, 아웃풋을 오히려 못내는,,,, 뚝딱대는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3개월의 시간이 지나고서는 조금 달라졌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고 되뇌면서 다닌다. 저 말은, 처음엔 괜히 긴장하지 말라는 주문처럼 시작했었다. 괜찮다고, 느끼는 대로 행동하라는 의미에서.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진심으로 느끼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할 때 하는 행동, 친해지고 싶을 때 하는 행동, 상대를 귀여워해서 치는 장난. 이 모든 것은 국가, 인종에 상관 없이 유사하거나, 눈빛 등으로 진심을 알 수 있다. 이런 것을 알고 나니, 그들과 말하면서 겁을 내던 것이 조금 사라졌다. 내 영어가 조금 부족해도, 내 진심을 알아주겠거니- 하는 마음이다.


인간들은 똑같다. 구분 짓고, 사랑하고, 미워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행동들도 유사하다. (특히 21세기처럼 지역 별 특색이 죽어가는 시기에는 더더욱) 굳이 의심하고, 무서워 할 필요가 없었다. 룸메이트들과 춤을 추고 싶으면 춤을 추고, 도와주고 싶다면 도움이 필요한 지 물어보고, 친구들이랑 술을 먹고 미친 짓도 해보고, 친해지고 싶은 친구한테 같이 과제를 하자고 말하고. 그저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들의 의도를 의심하고, 나의 행동이 적합한지(이들의 사고 방식에서 이상하다고 느껴지진 않을지) 걱정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렇게 다른 문화권에서 자라난 사람들을 그저 하나의 인간으로 대할 수 있게 된 것. 그것이 내 3개월 동안의 배움이다. 이 간결한 배움을 얻는게 왜이렇게 오래 걸렸는지 모르겠다. (미드에는 인종 상관 없이 잘만 공감하면서�) 그래도 다음 3개월에는 어떤 것이 나에게 새롭게 당연해지려나,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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