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살쪘어..?"
별로 그런 소리를 들어본적이 없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여기저기 이런 말을 많이 듣기 시작했다. 점점 충격으로 다가와서 몸무게를 직접 재봤더니 89키로. 많이 찌긴 쪘구나.. 돌이켜보니 매일 칼로리 안따지고 먹고싶은대로 마음껏 먹었고, 와인과 위스키도 얼마나 많이 마셔왔는지 무거워진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그 동안 거울도 잘 안봤는데, 내가 이걸 무의식중에 피하려고 안 본거였나..?
그러다 최근에 마음에 드는 이성이 나타났는데, 이렇게 살이 찐 내모습을 보고 있자니 선뜻 말을 건넬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 바람에 운동에 대한 의지가 완전히 불타올랐다. 다음날 바로 헬스장을 알아보고, 두 세군데 둘러본 뒤 바로 결정했다. 그 날이 정확히 5월 23일이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도 없었다. 그 동안 받아왔던 수많은 PT경험과 다이어트 경험을 바탕으로 몸을 완전히 바꿔보기로 했다.
첫 2~3주동안은 매일 하루에 아침 저녁으로 두 번씩 체육관을 다녀갔다. 아침에는 맨몸 스쿼트 150개와 스텝밀(천국의 계단이라고도 불린다. 근데.. 그냥 지옥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20분을(0.5마일) 탔고, 저녁에는 상체 근력운동(등, 어깨 위주)로 40~50분씩 했다. 매일 유산소와 상하체의 근력운동은 필수이다.
등/어깨, 가슴/삼두, 하체/이두를 나눠서 분할로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몸의 윤곽이 어느정도 잡혀있는 중~고수가 아닌 사람이라면, 경험상 무분할이 최고인듯 하다. 일단 분할로 가게되면 진짜 그 날 타겟하는 부위를 완전히 찢을 수 있어야하는데, 그렇게 하는 것 자체도 사실 굉장히 스트레스고, 누가 보조를 잡아주지 않으면 근력과 체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집중해서 털어버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중에 충분히 근력과 체력이 받쳐줄 정도로 발달이 된다면 그 때는 욕심이 생겨서 분할로 갈 수도 있겠다.
식단이 더 중요하다. 굶는건 아니고 탄수화물/단백질을 위주로 채워가며 운동했다. 물론 양을 전부 반으로 줄였다. 운동 직후에는 보충제 하루 한잔만 마셨고, 그렇게 해서 하루 섭취칼로리 총합은 1000칼로리 내외였다. 이렇게 하면 처음에는 급하게 찐 부분들은 다 빠진다고 보면 된다. 그 다음이 문제인데, 어느 순간 정체되는 시기가 분명히 오기 때문이다. 나는 매 주에 2키로 이상씩 뺐는데 3주차때쯤에, 그러니까 7키로정도 빠졌을 때 부터 정체가 왔다.
이 때는 아이러니하게 들리겠지만 오히려 더 잘 챙겨먹어야한다. 아침 운동가기 전에 안먹던 빵이나 탄수화물 양을 좀 더 늘렸다. 저녁에도 닭가슴살만 먹다가 블루베리와 바나나를 추가로 섭취했다. 그래야 유산소와 근력운동을 더 오래, 강하게 할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 동시에 아몬드같은 건강한 지방도 챙기기 시작했다. 살이 찔 것 같아서 두려웠지만, 오히려 운동을 더 집중력있게, 많이하게 되면서 신기하게도 더 빠졌다.
그리고 운동패턴도 바꿨다. 아침저녁으로 약 40~50분씩 2번 나눠하던것을 아침에 1시간 30분으로 몰아서 했다. 물론 매일했다. 1시간정도는 상/하체 근력운동을 했다. 스쿼트도 150개에서 300개로 늘렸고, 상체운동 세트수는 평소 처럼 4~5가지 종목별로 5세트씩해서 20~25세트를 채우되, 그 날의 컨디션에 따라 쉬는시간과 무게/강도를 조절했다.
잘 못챙겨먹었거나 힘이 좀 빠지는 것 같은 날은 쉬는 시간을 타이트하게(40초내외) 가면 무게를 조금 낮추는 대신 자극에 집중하는 것(세트당 15개)이고, 음식을 평소보다 많이 먹은 날은 좀 넉넉하게(50초~1분)으로 잡아서 피라미드식으로 무게를 점진적으로 올리는 스트렝스 훈련(세트당 8~12개)을 겸하는 것이다.
특히 탄수화물을 생각보다 많이 먹은 날이면, 무게를 더 쳐서 힘을 끌어올려 쓰는 스트렝스 운동을 많이 하는 것이 좋은 듯 하다. 그만큼 먹었던 당을 에너지로 빠르게 소진시키는 데에는 스트렝스 만한게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산소로 22~25분 정도 (체력이 늘어서 0.6마일씩 하고 있다.) 스텝밀타고 마무리.
그리고 특정 부위에, 예를 들면 하체 특히.., 너무 근육통이 심하다 싶으면 그 날은 하체 근력운동은 스킵하고 대신 유산소만이라도 꼭 한다. 유산소는 강도는 좀 낮지만 어쨌든 하체를 쓰니까 지속적으로 다리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좋은 운동이기 때문이다.
위 방법으로 약 한달 조금 넘는 시간동안 9키로를 감량해서 현재는 80.5키로. 넉넉잡아 다음주면 79대로 진입할 예정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매일 꾸준하게 운동을 했다는 것인데, 포기하고 싶다거나 그런 생각을 아예 한 적이 없다. 이걸 괴롭지 않게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
직업이 영어강사다보니 해외 인터뷰나 팟캐스트 같은 것들을 자주 듣는데, 최근에 우연찮게 인터뷰 중에 어떤 한 인물이 명언같은 한마디를 날렸다. 그 한마디가 나의 지난날을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면서 동시에 엄청난 동기부여로 지금까지도 작용하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평생 유효할 듯 하다. 영어라 해석하자면 대충 이렇다.
이 사람의 말도 그렇고, 최근 핫했던 '내면소통'의 저자 인터뷰도 보면서 느낀 것이 감정이라는 것에 스스로가 너무 나약해지면 좋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있어서 감정따위에 휘둘리는 것 만큼 치명적인게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어차피 인간의 감정은 행복과 불안을 반복할 수 밖에 없는데, 그 변덕 속에서 계속 허우적댄다면 방향이 계속 틀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각자의 마인드셋을 잘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운동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