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세 아이들이 학교와 유치원으로 향하던 첫 해였다. 그 말인즉슨 오전 단 몇 시간이라도 혼자의 몸이었던 것이다. 2014년에 결혼한 이후로 10년 만이다. 수년간 쌓아온 가정보육 경력은 다가올 방학에 커다란 무기가 되어줄지 아니면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할지 지금으로서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처지가 되어버렸다.
학교에 입학한 이후로 매년 등교시간이 1~2분씩 앞당겨져 이제는 8시 15분에 나가는 초등 중학년 어린이. 지각쟁이 유치원생에서 초등학생이 되니 꼬박꼬박 8시 30분 전후로 등교하는 어린이. 3월에 첫 기관생활의 홍역을 치르고 이제 적응할만하니 벌써 방학하는 예비 초등 어린이.
이들의 방학이 다가올수록 감사함이 커졌다. 아침에 집을 나서서 각자의 자리로 향해 얼마간 임무를 마치고 오후에 다시 만나는 것은 출산 당시 배속에 있던 아기를 세상밖에서 실제로 마주하는 기쁨과 유사했다. 8시 40분 즈음 혼자가 되었을 때는 마치 오늘도 해냈다는 전쟁에서 승리한 기분까지 온몸에서 새어 나왔다.
물론 향하는 곳은 엄마들의 일터 집 혹은 글 쓰는 사람의 단골장소인 카페 아니면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운동센터 예외 없이 셋 중 한 곳이다. 아이들이 점점 성장하여 지금보다 더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할 때 갑작스레 늘어난 혼자만의 시간을 감당하기 위한 나만의 준비인 것이다.
지난겨울은 아이들이 짧게 돌아가면서 한 번씩 아프더니 결국 마지막 순서를 피해 가지 못했다. 의료파업 대란 속 대학병원 대기실에서 몇 시간의 기다림 후에 병원을 이동하고, 응급상황만 해결한 채 동네 병원을 몇 주간 다닌 후에야 나을 수 있었다.
기나긴 겨울에 가장 많이 떠올린 사람은 배우자도 친정엄마도 아니었다. 바로 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하시는 영양사 선생님이었다. 한 번도 뵙지 못한 상상 속의 얼굴을 떠올리며 감사함이 커져갔다. 비현실적인 단가로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식단에 새삼 놀라며 반찬가게를 잘도 드나들었다.
아마 이번 방학이라고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먹성 좋은 부부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은 서로 다른 인간임을 증명하듯 입맛이 다양하다. 덕분에 5인 가족의 최대 지출항목은 식비. 이들과 슬기롭게 잘 지내기 위해 어미의 요리실력을 끌어올리기보다는 바깥생활에 기대볼 요량이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했다. 밖에서 뛰어놀다가 배고프면 대충 식사를 마치고 그제야 평화롭게 실내에서 생활하는 패턴을 몸이 기억하고 있다. 호기롭게 계획하고 다짐해 보지만 산 넘어 산. 고생 끝에 고생. 방학은 방학이다. 그럼에도 오늘, 지금만 산다는 생각으로 짧은 여름을 밀도 있게 보내는 느긋한 엄마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