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겨울방학을 마치고 아이들은 3월의 꽃샘추위 덕에 여전히 겨울외투를 입고 등교를 했다. 개학 첫날이라 이른 하교를 할 테지만 1~2시간이라도 주양육자에게 자유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마냥 기쁠 줄 알았는데 또 그렇지가 않다. 나는 이 게임을 이미 여러 번 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당시에는 첫째 아이를 제왕절개한 그 후폭풍이 떠올라 두려웠다. 셋째 아이의 임신 소식을 알게 되자 임신과 출산보다 무서운 것은 신생아의 육아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너무나도 생생히 알고 있던 나 자신이었다. 그렇다. 어미인 나는 아이들이 학기 첫날 하교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이미 뻔히 그려졌다.
오전에 병원 일정을 다녀오고 커피 한잔을 사서 집에 돌아오니 어느새 등교했던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이 되었다. 예상대로 아이들은 가방 안에 들어있던 L자 파일에서 구김 없는 가정통신문을 한 명씩 꺼내왔다. 한 명당 가져온 안내장은 총 10장. 고로 나는 세 자녀로부터 30장의 서류를 받게 되었다.
이 중 학교 행정과 학생 건강에 관련된 안내장 절반을 작성해서 다시 제출해야 한다. 간단히 내용을 확인하고 여부를 체크할 수 있는 부분만 서명해 둔 채 가장 중요한 학생 기초 조사표는 잠시 미뤄두었다. 새로운 교실과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보냈을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말을 듣고 맞장구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었다.
새로운 교실만 알고 등교한 아이들이 번호는 몇 번이고, 자리는 어느 쪽이며 우리 선생님은 어떤 것 같은지 쉼 없이 재잘거리는 어린이 1. 누나의 말을 듣고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맞장구치면서 방학 때의 루틴을 학기 중에도 그대로 이어나가는 어린이 2.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고단해서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어린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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