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서에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말'
오늘 왜 이렇게 한가해?
늦은 밤, TV 채널을 돌리던 중 '낭만 닥터 김사부' 시즌3가 내 두 눈을 붙잡았다.
후배 소방관이 김사부 시즌 3에 재난현장 자문역할을 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내에게 리모컨을 뺏기지 않기 위해 손에 땀이 나도록 꽉 쥔 채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재난현장 속 소방관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았다. 시시콜콜한 배우들의 서사뿐이었다. 몇 번이고 채널을 돌릴까 말까 고민하던 차에 장면이 바뀌었다.
늦은 밤, 남녀 두 배우가 택시에 내리며 드라마의 주요 무대인 돌담병원을 한참을 바라보며 말한다.
"오늘 왜 이렇게 한가하지?"
그리고 이내 입을 틀어막고 어쩔 줄 몰라하며 상대 배우를 향해 후회의 눈빛을 내보낸다. 상대 배우도 놀라긴 마찬가지. 그리고, 화면은 돌담병원 응급실을 천천히 보여준다. 그곳에선 환자들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가득하고 119구급차는 응급환자를 연신 병원으로 옮기는 장면이 펼쳐진다. 선홍색 피가 묻은 의사와 간호사는 환자를 돌보느라 여념이 없다.
이 장면... 어디서 많이 본듯한 모습이다. 마치 우리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하는 듯 놀라울 뿐이었다.
아내에게 우리 소방서에서도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는데 그게 바로 드라마에서 나온 것처럼 "오늘 왜 이렇게 한가하지?" 라는 말이다고 전했다. 그러자 아내가 벌떡 일어나 내 말을 받아치며 "우리 매장에서도 파트너들끼리 ‘한가하다’는 말은 금기어야"라고 하는 것이다. 참고로 아내는 세상 사람이 다 알고 있는 외국계 대형커피숍에 근무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증명될 리 없는 이야기지만 어떻게 이 말이 소방뿐만 아니라 병원, 커피숍까지 금기어가 됐는지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한 뒤엔 왜 이렇게 출동과 사고가 많은 건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심리학에선 답을 알고 있을까?
※ 소방서에서 하는 이야기를 좀 더 리얼하게 표현해 보겠다.
오늘 왜 이렇게 한가하죠?
야! 미쳤어? 너 때문에 오늘 날 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