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전거가 오고, 남편이 하루는 왕복 2시간 정도 걸리는 길을 같이 가보자고 했다. 아이들이 없는 평일 낮이라 좀 편하게 탈 수 있는 기회구나 싶었다. 도착지가 바닷가라 큰 망설임이나 걱정 없이 출발하게 되었다.
아이들 관련된 일이나 병원 말고 이 정도 거리를 자발적으로 나선 적이 있었나.
자전거와 바다라니. 두 단어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길을 아는 남편을 따라 달렸다. 자전거길은 생각보다 더 괜찮았고, 오랜만에 타는 자전거는 머릿속 온갖 쓸모없는 생각들을 사라지게 했다.
맛있는 브런치집에 가서 식사를 하고, 바다를 보며 '너무 좋다!'라는 말이 계속 나왔다. 나의 뇌가 나아가고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다. 약도 약이지만, 우울증 환자인 나에게 필요한 건 이런 순간들이었다. 오랜만에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집으로 다시 돌아오는 1시간은 솔직히 힘들었다. 바다에 도착했을 때 체력이 거의 바닥났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탈까 고민했지만 역이 근처에 없기도 해서 일단 출발했다. 계속 힘들단 말이 튀어나왔지만 중간에 자전거를 버리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거의 집에만 있던 사람이 하루 만에 글피 정도까지의 에너지를 다 쓰고 돌아왔다. 하지만 기분이 좋았는지, 평소보다 수다스러워진 내 모습이 어색했지만 좋았다.
햇살 좋은 주말 오후, 우리 가족은 세 대의 자전거로 나란히 줄을 맞춰 달렸다.
자전거를 못 타는 둘째 노이를 위해 남편 자전거 뒤에 유아 안장을 설치했다. 둘째에겐 안전벨트를 하고 앉아 유유히 경치를 감상하는 역할이 주어졌다.
남편, 세랑이, 나 이렇게 이어 갔는데 세랑이는 자꾸 뒤에 내가 잘 따라오는지 뒤돌아 확인하고 싶어 했다. 위험하니 그렇게 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주의를 줬다. 겁이 많은 나는 아이가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지거나 사고가 나는 걱정이 앞서 괜히 더 긴장이 됐다.
우리는 자전거길이 시작하는 곳에 도착했다.
이럴 수가. 며칠 전 평일에 왔던 광경과는 달랐다. 러닝 하는 사람, 걷는 사람, 사진 찍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주말인데... 다들 왜 이렇게 열심히들 사는 거지.
사람과 부딪칠까 봐 너무나 긴장이 되었다. 결국 나는 사람을 피하느라 여러 번 넘어졌다. 남편, 아이와의 거리가 멀어졌다 좁혀지길 반복했다. 거의 좁혀졌다 싶으면 세란이 가 자전거를 세우고 한참이나 날 기다리고 있었다.
넘어지고 쫓아가고, 넘어지고 쫓아가고.. 탄지 30분 정도밖에 안 됐는데도 온몸이 아팠다. 넘어지면서 다친 것도 있고, 긴장해서 어깨와 등이 굳은 것도 있었다.
세랑이는 내가 자꾸 넘어지니 걱정을 정말 많이 했다. 엄마가 다치는 걸 싫어하는, 나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주는 아이이다.
"엄마, 부탁이 있는데 들어주시면 안 돼요?"
"뭔데?"
"제가 엄마 뒤에 가게 해주세요."
8살이 40대 엄마의 라이딩이 많이 불안했나 보다. 걱정을 하고 기다리고 있느니, 마음 놓이게 내가 자기의 시선 앞에 있었으면 했나 보다. 아이가 귀엽고 사랑스러우면서도 괜히 애를 걱정하게 한 것 같아 부끄럽기도 했다. 그 와중에 남편은 내가 넘어졌을 때마다 누가 T 아니랄까 봐 새 자전거가 긁히거나 부러진 곳이 없는지 살폈다. 웃기면서 묘하게 기분 나쁜 감정이 오락가락했다.
공원에 자전거 세 대를 세우고 김밥을 먹었다. 나란히 서 있는 자전거 세 대를 보니 육아에 치이고, 사람에게 상처받고, 우울에 잠식되어 지나왔던 시간들이 먼 과거같이 느껴졌다.
남편이 정말 자전거로 인한 내 감정의 변화를 의도한 것일까? 그렇게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는 사람은 아닌데 말이다.
어찌 됐든 잘 한 일인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