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8살 첫째 세랑이에게 두 발 자전거를 사 주었다.
친구에게 받은 중고 14인치, 네 발 자전거의 두 발을 떼고 쓰고 있었다. 중고이지만 나름 자전거 가게에 가서 점검도 하고 갈아야 할 것들도 교체하며 10만원 정도를 들여 탈만하게 수리를 했었다. 집 주변은 평지가 많아 자전거 타는 아이들이 많은 동네이다. 세랑이는 친구랑 놀이터에서 놀 때도 꼭 자전거를 가지고 갔다. 킥보드도 있지만 세랑이의 선택은 늘 자전거였다. 언젠가부터 자전거가 조금 작아보이기 시작했지만 애써 모른척했는데, 남편도 그걸 느꼈는지 직접 나서서 주문을 했다.
세랑이가 3살 즈음 어린이날 선물로 두 발 자전거를 사 주었다. 새것 같은 중고 자전거. 내가 어릴 때는 없던 신기한 두 발 자전거였다.
'3살이 두발이라니? 말도 안돼.'
라며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페달이 없는 그 작은 두발 자전거를 타고 쌩쌩 달리는 아이들의 영상을 보고는 이거다 싶었다. 이 자전거는 발이 페달이 되고, 몸으로 균형을 잡아 앞으로 나아간다. 어린 아이들은 금방 배우고, 금방 적응한다. 작은 몸이지만 어쩌면 나보다 몸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은 더 많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몸이 조금 뻣뻣한 편이라고 생각했던 세랑이조차도 시간이 조금 지나니 조그마한 두 발 자전거를 타고 쌩쌩 달리며 스피드를 즐겼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느끼는 해방감 비슷한 감정을 세랑이는 3살부터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나가던 어른들은 페달이 없는 자전거를 타는 아이가 신기한 듯 보셨다. 아이는 내향적이지만 그런 시선지 싫지는 않은 눈치였다. 당시 동네에서 그 자전거를 타는 아이는 세랑이 말곤 보지 못했다. 일이년 뒤엔 점차 엄마들 사이에 알려져서 어린 아이들이 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이 작은 두 발 자전거의 장점 중 눈에 띈 것이, 나중에 아이가 커서 페달이 있는 두 발 자전거를 금방 탈 수 있게 된다는 거였다. 믿거나 말거나, 모든 아이가 설마 그럴까 싶다가도 은근 기대를 하고 있었다. 내가 처음 두 발 자전거를 배울 때 너무 고생해서 힘들게 배웠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이었던 것 같다. 동생과 집 근처 학교 운동장에서 몇 번을 넘어지고 무릎이 까져가며 제대로 타기까지 며칠을 연습해서 겨우 탈 수 있었다. 세랑이는 자전거를 조금 쉽게 배웠으면 싶었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을 그 때 처음 느꼈다. 자주 동네 여기저기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그 때 자전거를 포기하지 않고 배운 건 정말 다행이다. 대학생 때도 자전거를 못타는 친구가 간혹 있기도 했는데, 어른이 돼서 배우는 건 몇배로 더 어려울 게 뻔하다.
세랑이가 6살이 되니 두 발 자전거의 안장을 최고로 높혀도 자전거가 작았다. 드디어 물려받은 네 발 자전거를 탈 때였다. 네 발 자전거는 몸의 균형보다 다리의 힘이 중요했다. 다소 무거운 편인 그 네 발 자전거의 페달을 밟는 게 세랑이에게 힘에 부쳐 보였다. 힘이 드니 자전거를 점점 멀리하고, 킥보드를 다시 타기 시작했다. 킥보드는 거의 한 발로만 굴리기 때문에 몸의 균형 측면에서는 자전거가 훨씬 낫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7살 즈음에 드디어 잠자고 있던 네 발 자전거의 뒷 두바퀴를 뗐다. 아예 두 발 자전거로 바로 도전해보자 싶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되었을까?
세랑이는 정말 하루, 잠깐만에 두 발 자전거의 페달을 혼자 굴리기 시작했다!! 너무 신기했다. 조금 비틀비틀 하는 과정은 있었지만 금세 자연스럽게 타고 있었다. 그렇게 세랑이는 다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남편이 주문한 새 자전거는 가볍고, 기어 조절까지 가능한 20인치의 자전거였다. 바퀴가 너무 크지 않나 싶었지만 사용 가능한 몸무게나 키의 시작이 딱 세랑이였다. 새 자전거를 보고 너무 기뻐하는 아이를 보니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내심 사촌의 새 네 발 자전거가 부러웠는지, 자꾸 사촌에게 바꿔 타자고 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전거가 배송된 바로 그 날 당장 타러 나갔다. 바퀴가 조금 커 보여 불안한 마음이었지만 역시나 세랑이는 금방 적응해서 쌩쌩 달렸다. 아빠에게 설명을 듣더니 오르막길도 기어를 낮춰 잘 올라갔다. 세랑이는 운동 신경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아이들은 계속 변하고 자라는 존재이기에 쉽사리 판단하면 안되는 거였다.
'앞에 바구니를 달고 싶어요.'
'아빠가 다니는 하천 자전거길에 가서 타보고 싶어요.'
'주말에 아빠랑 자전거 타러 갈래요.'
'뒤에 안장을 설치해 노이를 태우고 다니고 싶어요.'
같은, 자전거에 관련된 생각을 계속 쏟아 냈다. 노이는 아직 손 힘이 세지 않아서 뭘 잡고 몸을 지탱하기가 불안불안 하다. 당연히 세랑이 뒤에 태우는 것도 아직은 멀었다. 손이 헐렁하다고 해야 하나. 몇 개의 요구사항 중 바구니와 프로펠러를 머리에 단 시나모롤 피규어는 사 주었다.
세랑이는 요즘 틈만 나면 자전거를 타고 오겠다며 나간다. 아빠랑 타고 올 때도 있지만 혼자 나갈 때도 있다. 처음엔 불안한 마음이 컸지만 누구보다 조심성이 많아 정해진 바운더리는 벗어나지 않기에 걱정을 좀 내려 놓기로 했다. 야무지게 들어오라고 하는 시간에도 잘 맞춰 들어왔다.
무엇보다 자전거 덕분에 세랑이의 숙제 시간이 많이 단축 되었다. 세월아 내월아 천하태평으로 하던, 엄마 속만 타들어가게 했던 숙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방 해치웠다. 숙제는 다 해야 나가는 걸 허락해줬기 때문인 것도 있고, 순수한 초등학교 2학년은 숙제는 어쨌든 꼭 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자전거 덕분에 한 자리에 앉아 집중해서 무언가를 하는 습관이 자리를 잡고 있다. 세랑이가 집중해서 숙제하는 모습이 간혹 어색하기도 하다. 덕분에 나의 잔소리도 사라졌고, 아이 숙제로 인한 스트레스는 온데 간데 없어졌다. 게다가 운동도 되니, 세랑이의 새 자전거는 나에게도 참 고맙고 소중한 존재가 됐다.
며칠 후 남편은 나의 자전거도 주문했다. 집에 원래 있던 남편거까지 자전거가 세 대가 되었다. 세랑이에게 일석십조쯤 되는 자전거의 효과를 나에게서도 기대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