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집
대단한 일들
공원과 주택가를 잇는 건널목에서 초록 불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단치도 않은 8월 하늘이라고 생각하는 찰나 옆에 선 여자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마음대로 안 되는지 찍고, 또 찍고. 미간을 잔뜩 찌푸려가며 하늘을 응시한다. 뭐가 그리도 찍고 싶은 걸까. 덩달아 궁금해져서 찍는 방향을 거슬러 올려다봤는데, 푸르딩딩한 하늘에 작은 구름 몇 조각 있을 뿐이다. 웬만한 실력이 아니고서는 멋진 사진을 건지기 쉽지 않아 보였다. 빨간불이 꺼지기 전까지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듯 여자의 표정이 결연하다. 해가 뜬 하늘을 오랜만에 보는 걸까. 올여름에 권적운을 본 적이 없나. 어쩌면 오늘 무척 힘든 날을 보냈다거나... 이마에 엉겨 붙은 머리카락과 초췌한 몰골에 올려진 빨간 입술을 보면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 쓸데없는 물음이 몇 개 지나고 신호등 색이 바뀌었다. 여자는 찍던 하늘을 등지고 걸어갔고, 나는 반대로 걸었다. 보다 보니 그리 나쁜 풍광은 아니다. 액정에 가둔 하늘이 그리 멋지지 않아도, 낯선 하늘 한 조각 품고 집으로 달아나는 것으로 내일을 살 용기를 얻는 것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