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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엽 Nov 05. 2023

우리네 사랑은 너무 가볍다

가을 단상

글 - 우리네 사랑은 너무 가볍다

그림 - 아무도취하지않은주상복합


우리네 사랑은 너무 가볍다     

우리 막다른 골목서

덥석 손을 잡았다

우연히 곁에 있을 뿐

손등과 손목 사이

뜨뜻미지근한 온기가

저릿해 가엽다

애당초

우린 우리가 아니라

남과 남이었던 사이다

쫓기듯 달려와 

여기 갇힌 사이

숨차다

불거진 가슴에 실핏줄 터트리니

얼핏 뜨거운 연정 같다

삶 들먹이며 술 한잔 곁들이면

영원 같을까

그전에 얼겠지

차디찬 벽이 닿는다

내 마음인지

네 손바닥인지

빌어먹을 삶인지

아무튼, 나는

일단 너를 벗고 싶다

당부하지 않고

슬픔을 삼키지도 않음에

당연한 아픔을 바란다

슬플 것 없지

아, 찬 것이 바닥인지

너의 뺨인지

내 맘인지

저들이 뿜는 인내인지

정신 차려보아

우린 담장에 갇혔고

너머를 볼 수 없으며

뭐라고 든 불러야 하니

그래, 사랑

사랑이라고 부르고

담장 밑에서

얼어 죽기 전까지

손이라도 녹이자

그제야 

고개를 꾸벅한다     


허옇게 얼어붙어서 다시는

녹지 않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런 영원을 바라게요     


참 좋은 생각이로다

여전히 살아서 입을 뻐끔대는

우리네 사랑 이리도 가볍다     


-23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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