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재구성
***
냉정이랍시고 배우다가 흘린 눈물 피죤 블러드 같아, 새빨간
소매 적시고 발톱에 닿아 달카닥 깨져선 몽땅 붉다
발가벗은 아카찬(赤ちゃん) 겨우 노을에서만 웃겠다
내 목소리 말하길 석석 갈아낸 목탄 냄새가 난대
수분 하나 없이 버석 하다는 게 영 맘에 들지 않아
애착하는 것 한가지쯤 있어야 살아남겠다 하여
사랑 한번 배우려는데 너 위태로워 내일은 죽어있을 거 같네
아니, 이미 죽은 눈깔 하고 있다
죄 없는 생선 욕보이기도 뭐하니 하릴없이 먼저 죽은 이들 노래나 듣자
이걸 보고 읽으면 죽음 같은 잠이 온담서
언제쯤 네가 떠났나 새벽 아니면 정오
잠결에 벼린 마음 곡조니 낙조니 몰라 웃음만 난다
창 너머 넘치는 파랑 있네 너 곧 오려나
저기 너덧 번째 너울에 나 조금 남았으니 오긴 할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아
밖이 소란해 잠 오질 않아서
열패감 끌어안고 뜨끈하게 차 한 잔 데웠다
헝가리 무곡 틀어놓고 종이에 뺨 뱌비작댄다
이국서 온 찻잎 향
시큰한 벤젠 냄새
볕에 말린 이불
출출함 약간과 수치심
강박 없는 적막
나에겐 늘 아픈 이, 이들
빌어먹을 겨울은 너무 추워서 손 얼어 터져 무어 써내려도 읽으라 할 수도 없겠다
고독은 희망 배우는 나날이라느니 삶을 갈구해 실수를 용서했다느니 하면
허, 차라리 죽는 편 낫겠다
그래도 훔쳐볼까 싶어 마지막에 덧붙여 적네
쉽지 않은 삶을 산단들 잘 산다는 자랑 아니겠지마는
노력했다며 미화하지는 않아야겠습니다 우리
선잠서 찬 바람 뚫고 너 있기에 여름인가 했다
이깟 삶에 무슨 가치가 있나 묻기에
입술 세차게 비트니 비명 내지른다
이미 죽었다며 우렁차기도 하네
혈압이 낮아 걱정이라며 소파에 몸 쏟아낸다
얄궂은 표정으로 이렇듯 휘청댐이 삶의 본질이란다
만세 우리 오늘을 살아남았잖아
인제야 그리운 것들 다 삼키고 느릿하게 안녕 안─녕 인사 건넨다
잘하면 제대로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 모르겠네 나날 유별난 이유 있는가
할 수 없는 것 빼곡히 채운 하루 쌓다 보면
쫓고 쫓기기도 하는 것이 고작이라 하여
떠난 이들처럼 노래하고자 한다
피아노 콘체르토
먼지만 살아 움직이는 방
사각사각 웃음소리
머나먼 남국의 향기
어찔한 현기증
충분타 이 정도면 내일은 살겠다
-
글: 행복의 재구성
그림 :밤낮아아아카챤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