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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엽 Nov 10. 2023

행복의 재구성

행복의 재구성

 

***

냉정이랍시고 배우다가 흘린 눈물 피죤 블러드 같아, 새빨간

소매 적시고 발톱에 닿아 달카닥 깨져선 몽땅 붉다

발가벗은 아카찬(赤ちゃん겨우 노을에서만 웃겠다

 

내 목소리 말하길 석석 갈아낸 목탄 냄새가 난대

수분 하나 없이 버석 하다는 게 영 맘에 들지 않아

애착하는 것 한가지쯤 있어야 살아남겠다 하여 

사랑 한번 배우려는데 너 위태로워 내일은 죽어있을 거 같네

아니이미 죽은 눈깔 하고 있다

 

죄 없는 생선 욕보이기도 뭐하니 하릴없이 먼저 죽은 이들 노래나 듣자

이걸 보고 읽으면 죽음 같은 잠이 온담서

언제쯤 네가 떠났나 새벽 아니면 정오

잠결에 벼린 마음 곡조니 낙조니 몰라 웃음만 난다

창 너머 넘치는 파랑 있네 너 곧 오려나

저기 너덧 번째 너울에 나 조금 남았으니 오긴 할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아

밖이 소란해 잠 오질 않아서

열패감 끌어안고 뜨끈하게 차 한 잔 데웠다

헝가리 무곡 틀어놓고 종이에 뺨 뱌비작댄다

 

이국서 온 찻잎 향

시큰한 벤젠 냄새

볕에 말린 이불

출출함 약간과 수치심

강박 없는 적막

나에겐 늘 아픈 이이들

 

빌어먹을 겨울은 너무 추워서 손 얼어 터져 무어 써내려도 읽으라 할 수도 없겠다 

고독은 희망 배우는 나날이라느니 삶을 갈구해 실수를 용서했다느니 하면

차라리 죽는 편 낫겠다

그래도 훔쳐볼까 싶어 마지막에 덧붙여 적네

쉽지 않은 삶을 산단들 잘 산다는 자랑 아니겠지마는

노력했다며 미화하지는 않아야겠습니다 우리

 

선잠서 찬 바람 뚫고 너 있기에 여름인가 했다

이깟 삶에 무슨 가치가 있나 묻기에

입술 세차게 비트니 비명 내지른다

이미 죽었다며 우렁차기도 하네

혈압이 낮아 걱정이라며 소파에 몸 쏟아낸다

얄궂은 표정으로 이렇듯 휘청댐이 삶의 본질이란다

 

만세 우리 오늘을 살아남았잖아

인제야 그리운 것들 다 삼키고 느릿하게 안녕 안─녕 인사 건넨다

잘하면 제대로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 모르겠네 나날 유별난 이유 있는가

할 수 없는 것 빼곡히 채운 하루 쌓다 보면

쫓고 쫓기기도 하는 것이 고작이라 하여 

떠난 이들처럼 노래하고자 한다

피아노 콘체르토

먼지만 살아 움직이는 방

사각사각 웃음소리 

머나먼 남국의 향기

어찔한 현기증

충분타 이 정도면 내일은 살겠다


글: 행복의 재구성

그림 :밤낮아아아카챤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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