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상
글 - 우리네 사랑은 너무 가볍다
그림 - 아무도취하지않은주상복합
우리네 사랑은 너무 가볍다
우리 막다른 골목서
덥석 손을 잡았다
우연히 곁에 있을 뿐
손등과 손목 사이
뜨뜻미지근한 온기가
저릿해 가엽다
애당초
우린 우리가 아니라
남과 남이었던 사이다
쫓기듯 달려와
여기 갇힌 사이
숨차다
불거진 가슴에 실핏줄 터트리니
얼핏 뜨거운 연정 같다
삶 들먹이며 술 한잔 곁들이면
영원 같을까
그전에 얼겠지
차디찬 벽이 닿는다
내 마음인지
네 손바닥인지
빌어먹을 삶인지
아무튼, 나는
일단 너를 벗고 싶다
당부하지 않고
슬픔을 삼키지도 않음에
당연한 아픔을 바란다
슬플 것 없지
아, 찬 것이 바닥인지
너의 뺨인지
내 맘인지
저들이 뿜는 인내인지
정신 차려보아
우린 담장에 갇혔고
너머를 볼 수 없으며
뭐라고 든 불러야 하니
그래, 사랑
사랑이라고 부르고
담장 밑에서
얼어 죽기 전까지
손이라도 녹이자
그제야
고개를 꾸벅한다
허옇게 얼어붙어서 다시는
녹지 않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런 영원을 바라게요
참 좋은 생각이로다
여전히 살아서 입을 뻐끔대는
우리네 사랑 이리도 가볍다
-23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