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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 하루는 맑음 May 17. 2024

내가 정신병원 진단받고 놀란 이유-다섯 번째

나의 우울은 짙었다.

약을 먹은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효과는 대단했다.

어둡고 가라앉는 듯한 기분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다.

그냥.. 계속 괜찮은 기분이었다.

잠도 많이 줄었고 붕 뜨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약의 효과가 좋아 좋기도 하면서 슬펐다.

이렇게 간단히 괜찮아지는 거였다면

그렇게까지 오랜 기간 힘들었을까란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나의 우울은 짙었다.

검은색 크레파스로 종이를 가득 메운 뒤

지우개로 지워 꽃을 그리고 해를 그려도 여전히 배경은 어두운 것처럼

나의 우울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항상 노력했다. 우울에 잠식당하지 않도록..

내 세상이 완전한 어둠으로 깔리지 않도록 말이다.


그런데 약을 먹은 후엔

지우개를 이용해 어둠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새하얀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는 느낌이다.

그래서 지우개가 필요 없었다. 그냥 그리면 됐다.

그러니 항상 현재와 싸우던 내가 미래를 생각하게 됐다.


나한텐 미래가 없었다.

항상 내 종이가 하얗게 되기만 힘썼기에 미래를 보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직 작지만 의지가 생기고, 의욕이 생기고, 목표가 생겨났다.


그런 감정을 느끼며 다시 한번 병원으로 향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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